부채로 안잡히는 자본성증권 발행 확대..한계 임박
보험부채 할인율 하락 등 이중고...코코본드 발행도 난관
한국사회에 저출산 고령화 상황이 고착화되고 있다. 이에 보험업계는 본업인 보험영업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자본성증권을 발행하며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 조차 한계에 직면하고 있어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6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08년 국내 전체 인구의 10%(494만1000명)였던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는 지난해 말 1024만5000명까지 늘었다.
반면 출산율은 여전히 암울하다. 이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태어나지 않은 미래: 저출산 추세의 이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OECD에 따르면 2023년을 기준으로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는 0.72명을 기록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1년전 대비 소폭 개선됐으나 인구 감소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한국의 인구는 향후 60년간 절반으로 줄고, 2082년에는 전체 인구의 약 58%가 65세 이상 노인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가운데 젊은 세대의 보험상품 가입률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20대 초반의 생명보험 가입률은 49.2%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대비 3.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경기 불확실성 증가, 자산 축소, 금융 투자 선호 등의 요인이 맞물려 발생한 현상으로 해석된다. 물가상승과 고용률 저하, 상대적 가처분 소득 축소 등의 여파에 보험에 가입할 여력이 줄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2030세대의 생명보험 가입률이 줄어든다는 건 보험사의 본업인 보험 영업이 그만큼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보험업계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자금 조달에 집중하고 있다. 보험상품 판매 감소로 인한 수익 악화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현금 확보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 총자산은 전분기 대비 0.6%(5조3000억원) 증가한 898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중금리 하락 등으로 채권 등 자산 평가액이 증가한 것에 주로 기인한다. 다만 총부채는 전분기 대비 1.5%(11조9000억원) 증가한 813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현금 확보를 위한 보험사들의 자본성증권 발행도 급증했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보험사들의 자본성증권 발행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본성증권은 기업이 자본 확충과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해 발행하는 채권 형태의 증권으로, 보험업계에서는 자금 확보 수단으로 널리 활용된다.
대표적으로 한화생명은 지난해 1조4000억원 규모의 자본성증권을 순발행했다. 이밖에 ▲교보생명(1조3000억원) ▲현대해상(1조3000억원 ▲한화손해보험(8500억원) ▲DB손해보험(8000억원) ▲메리츠화재(5500억원) ▲농협손해보험(4500억원) ▲DB생명(2600억원) ▲롯데손해보험(2100억원) ▲흥국생명(2000억원) 등 다수의 보험사가 자본성증권을 발행했다.
송미정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일부 중소형사는 한도가 모두 소진되어 발행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KDB생명과 푸본현대생명은 KICS제도상 자본인정한도가 대부분 소진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송 수석연구원은 “IBK연금, 농협손보도 외형 대비 잔여한도 규모가 작은 편”이라며 “롯데손보의 경우 4분기 중 자본감소에 따른 발행한도 축소로 발행여력이 저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곧 보험사들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송 수석연구원은 “보험사들은 ‘스텝업 조항이 없는 신종자본증권’이나 ‘코코(CoCo)본드’ 형태의 신종자본증권을 활용해 자본을 늘리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스텝업 조항이 없는 신종자본증권이란 시간이 지나도 이자율이 급격히 오르지 않는 채권을, CoCo본드는 일정 조건 충족 시 자본으로 전환되는 증권으로, 보험사의 기본자본으로 인정된다. 다만 CoCo본드는 발행 비용이 높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저조해 조달이 쉽지 않다.
특히 시장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CoCo본드 발행 시 조달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가 CoCo본드를 발행하려면, 7%대에 달하는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중소형 보험사들은 선뜻 발행을 결정하기 어렵다.
보험사의 유동성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소는 보험부채 할인율 하락이다. 할인율이 낮아질수록 보험사가 장기적으로 부담해야 할 부채 규모는 증가한다.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방식이 적용되면서, 할인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더욱 커졌다.
실제로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시장 금리는 변동성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보험사의 부채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보험사는 장기 부채를 관리해야 하는데, 할인율 하락이 지속되면 회계상 부채가 증가해 재무 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예금보험공사 측은 “2023년 말 이후 지속적인 금리하락 등에 따라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하고 있는 추세로 보험사는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가용자본을 확충하고 있어 자본비율 유지를 위한 이자 부담 등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IFRS17 도입 이후 부채 시가평가에 따라 금리에 따른 보험부채의 변동성이 확대 되고 있는데 시장금리 추가 하락, 장기선도 금리 인하 및 최종관찰만기 확대 등으로 보험부채 시가평가를 위한 할인율이 하락할 경우, 이로 인한 지급여력비율 악화 및 자본비 율 관리부담 증대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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