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갑’ 애플페이 간택 못 받으면 사업 기회조차 없어
오너일가 현대카드 장기투자 가능...수수료↑고객 혜택↓
현대카드에 이어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등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의 애플페이 추진이 본격화됐다. 국내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의 애플페이 추진은 다양한 측면에서 확장성이 기대된다. 스트레이트뉴스는 <大 애플페이 시대> 시리즈를 통해 금융사들의 애플페이 도입을 통한 비즈니스 전망과 결제시장 변화 등을 심도있게 조명하고자 한다.
애플페이가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카드사의 입지를 둘러싼 논란이 있다. 애플과의 사업계약 관계에서 국내 카드사가 사실상 ‘을’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14일 지급결제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한카드 모바일 앱에서 카드 등록 화면이 노출됐다. 지난 한 달 동안 신한카드 모바일 앱에서 개인정보 동의 약관이 유출되는 등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신한카드가 이달 중 애플페이를 론칭하면, 현대카드에 이어 24개월 만에 후발주자로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애플페이와 삼성페이의 차이는 크게 세 가지다. ▲지원하는 모바일 디바이스 ▲결제 중개 수수료 모델 ▲사업 제안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삼성페이의 경우, 카드사가 먼저 삼성전자에 업무 제휴를 요청한다. 이후 일정한 계약 비용을 지급한 후 제휴를 맺으며, 별도의 추가 수수료는 부과되지 않는다.
반면, 애플페이의 비즈니스 방식은 이와 다르다. 스트레이트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카드사가 애플페이와 제휴하고 싶어도 먼저 제안할 수 없는 구조다.
지급결제업계 관계자 A 씨는 “애플이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국내 카드사가 먼저 사업을 제안할 수 없는 환경”이라며 “결국 애플의 선택을 받지 않으면 애플페이 사업을 시도조차 할 수 없다. 따라서 업계 중하위권인 하나카드, 우리카드, NH농협카드의 애플페이 도입이 임박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A 씨는 이어 “설령 애플의 선택을 받았다고 해도, 양측이 협상 과정을 거쳐 조건을 조율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애플은 ‘우리 조건을 따를 거면 따라오고, 싫으면 말라’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카드사가 애플이 제시하는 결제 수수료 조건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거나, 비밀유지계약(NDA)을 위반하면 애플은 즉시 계약을 해지하는 원칙을 고수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아니었다면, 국내 결제시장에서 애플페이 도입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급결제업계 관계자 B 씨는 “애플페이 사업 제안을 처음 받은 현대카드는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인 현대차의 후광을 어느 정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B 씨는 이어 “무엇보다 현대카드가 애플이 요구한 결제 수수료를 감수하면서까지 애플페이를 도입한 것은 정태영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대신 현대카드는 애플 측에 일정 기간 경쟁 카드사와의 협상을 보류해 줄 것을 요청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신한카드처럼 2~3년 임기의 카드사 대표가 결제 건당 수수료를 애플에 지불하면서까지 서비스 도입을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임기 중 비용만 나가고 확실한 결과물을 약속할 수 없는 일에 일반 카드사 CEO가 뛰어드는 선택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애플페이가 국내 전체 결제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현대카드의 해외 결제 규모는 2조7258억원으로, 이는 애플페이의 글로벌 시장 결제 기대 금액(10조 달러)의 0.02%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도입한 지 2년이 지났지만, 결제를 지원하는 단말기 보급률은 전체 오프라인 가맹점 시장에서 10%도 채 되지 않는다.
그나마도 서울에 집중됐으며, 수도권을 조금만 벗어나도 애플페이는 여전히 낯선 결제 방식이다.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애플페이를 지원하려면 EMV 규격의 NFC 단말기로 교체해야 하는데, 단말기 한 대당 15~20만 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모든 소상공인이 이를 구비하기는 어렵다.
애플 입장에서도 한국 결제시장 진출이 즉각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사업은 아니다. 다만, 아이폰 사용자 확보 차원에서 애플페이를 도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카드 입장에선 아이폰을 사용하는 신규 고객을 입도선매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교통카드 기능이 계속 미뤄지는 것도 애플페이가 0.075% 수준의 결제 수수료를 카드사와 티머니에 요구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애플이 애플페이 백앤드(Backend)에서 티머니(T-Money) 교통카드 결제 기능을 추가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서비스 론칭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제는 현대카드에 이어 신한카드, KB국민카드 등 후발주자들도 애플페이와의 계약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고객에게 간접적으로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기존과 동일한 결제가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결제 수수료를 챙겨가면서 국부 유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애플페이 도입으로 인해 고객 혜택은 줄어드는 반면, 애플만 배를 불린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서비스 개시 이후 ▲코스트코 리워드 및 스마일카드 에디션2 등의 연회비 인상 ▲아멕스 센츄리온 카드 3종 ▲배민현대카드 ▲대한항공카드 4종 ▲네이버 현대카드 등 상업자표시전용카드(PLCC) 축소 등의 변화를 보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