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보험사 인수 조건부 승인 가능성 제기
MG손보 인수 불발..KDB생명 등 적임자 물색 난항
국내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이 혼돈에 빠졌다. 최근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 인수를 포기하면서 MG손보의 매각 작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MG손보뿐만 아니라 다수의 보험사가 매각 시장에 나오면서 M&A 적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 KDB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AXA손해보험 등이 여전히 인수자를 찾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지주의 내부 신용등급을 종전 2등급에서 3등급으로 조정했다. 우리금융이 3등급을 받게 되면서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중국 안방보험 계열로, 중국 측의 지분 정리가 예상되는 만큼 인수 협상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금융은 1월 금융위원회에 두 보험사의 자회사 편입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은행 의존도가 90% 이상인 우리금융은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보험사 인수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원칙적으로 금융사가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으려면 경영실태평가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다만 3등급 이하여도 우리금융이 자본금을 증액하거나 부실 자산 정리 등을 통해 일정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될 경우 금융위가 인수를 승인할 수 있다.
보험업계에선 우리금융이 2개 보험사를 조건부로 인수하는 방향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4년에도 우리금융이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받았지만, LG투자증권의 자회사 편입이 조건부로 승인된 바 있다.
MG손해보험 인수 역시 그동안 재무 건전성 문제로 인해 M&A 시장에서 인수 난항을 겪어왔다. 지난해부터 메리츠화재가 인수를 저울질했지만, 결국 부실 우려와 수익성 악화 문제로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의 발걸음이 빠지면서, MG손보를 인수할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MG손보의 대주주인 JC파트너스는 2020년 MG손보를 인수한 후 자본 확충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위험기준자기자본(RBC) 비율이 업계 평균을 크게 밑돌면서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RBC 비율은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로, 현재 MG손보의 수치는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150%)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보험업계에선 외국계 자본 또는 사모펀드(PEF)들이 MG손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업 특성상 장기적인 안정성이 중요한 만큼, 단순 재무적 투자(FI)보다는 전략적 투자(SI)를 선호하는 기존 대형 보험사들의 참여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MG손보 외에도 국내 보험업계에서는 다수의 보험사들이 매각 시장에 나오면서 적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현재 롯데손해보험, KDB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AXA손해보험 등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뚜렷한 인수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롯데손해보험과 KDB생명의 매각은 수년 째 이어지고 있다. 롯데손보의 경우, 대주주인 JKL파트너스가 2023년 매각을 추진했지만, 인수 희망 기업이 나타나지 않아 지연되고 있다. KDB생명 역시 산업은행이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매각을 추진했지만, 보험업 불확실성으로 인해 원매자 확보가 쉽지 않은 상태다.
보험업계에선 M&A 시장이 침체된 원인으로 금리 인상, 경기 둔화, 금융당국 규제 강화 등을 꼽는다. 특히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건전성을 엄격히 관리하면서, 인수 기업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에선 향후 몇 년간 대형 금융사와 외국계 자본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건강 및 생명보험 사업부문이 M&A 시장의 주요 거래대상이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미토모생명은 2024년 3월 싱가포르생명의 지분을 46억 싱가포르 달러에 인수했다. 주요 선진보험회사들이 신흥시장에서 사업을 인수하고 있으며, 상반기에 성사된 거래의 40%가 국경 간 거래(Cross-Border Deal)였다.
김연희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지난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북미 지역의 M&A 활동은 타 지역에 비해 활발했다"며 “그러나 아시아와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의 M&A 거래는 상대적으로 저조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