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 등 다수 법안 여야 협상 필요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인용한 가운데, 국회의 추가경정예산 처리 방향에 대해 경제계의 귀추가 주목된다.
◆ 시장, 정치권 추경 협상 여부에 촉각
4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윤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했다.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은 선고문에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등 직무 수행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을 위배하였으며, 그 위반 정도가 중대하다”고 밝혔다.
당초 예상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지연되면서 정부와 국회의 정책 결정도 늦어졌다.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추경을 편성하는 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메타보이스에 의뢰해 지난달 20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0.5%는 “추경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22.6%에 그쳤다. 추경 필요 이유를 묻자 54.8%가 ‘경기침체 대응’을 꼽았다.
윤 대통령의 파면이 확정된 상황에서 국회는 현재 계류 중인 다수의 법안을 신속히 처리해야 하는 책임을 안게 되었다.
현재 정부는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과 내수 부진 등을 이유로 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5년 경제성장률이 1.6~1.7% 수준으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전망하며, 이를 대응하기 위한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여당과 야당은 정부에 대해 이달까지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신속한 예산 집행을 통해 민생 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목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월 13일, 35조원 규모의 자체 추경안을 공개했다. 이 추경안에는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 원을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이 포함됐다. 또한 지방정부의 지역화폐 발행을 지원하기 위해 2조원이 추가로 편성됐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전 국민 25만원 지급 추경안은 비효율적인 정책”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특히 경제 활성화와 국민 생활 안정을 위한 주요 법안들이 지연되지 않도록 여야 간 협력이 절실하다.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될 경우, 이러한 법안들의 처리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어 국회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일 탄핵안 인용 결정으로 막혀있던 재정정책 동력은 추경을 중심으로 6월 초 예정된 대선국면까지 확대될 전망”이라며 “최근 산불로 인해 재해중심 10조원 추경편성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경제개선을 위한 기업 및 한계영역 소득자 지원으로 10조원 내외가 추가되고 20조원 가량의 추경이 실시될 공산이 크다고 전망한다”고 말했다.
윤여삼 연구원은 “아직 정치적 결정 수습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높을 수 있으나, 가장 큰 혼란의 원인이 해소되었다는 점에서 여야의 합의 속도는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며 “기존 야당이 주장하는 35조원 추경 중 ‘전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이나 ‘지역화폐’와 같은 추경 이슈는 당장보다는 대선 공약 속에서 구체화 가능성 높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CDS프리미엄은 정치불확실성 장기화와 미국 상호관세 영향으로 계엄령 선포 사태 당시 수준으로 상승했다”며 “한국 고유의 불확실성 해소로 CDS프리미엄은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CDS프리미엄은 금융시장에서 국가나 기업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다.
김 연구원은 “추경 20조원 이상이면 한국 경기부양 모멘텀이 확대될 것”이라며 “이 경우 한국 장기금리는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업종별로는 한국 경기에 대한 위기감이 부각되며 건설부터 소비까지 동시 다발적인 경기부양책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가장 성과가 부진했던 저평가 내수주 등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 상법 개정안 등 국회 문턱 넘어야 할 이슈 산적
이밖에 상법 개정안 역시 여야가 충돌을 겪고 있다. 지난달 13일 국회에선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에는 회사 이사가 모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소수주주의 권익 보호를 강화하고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경제 단체와 보수 정당은 “상법 개정안이 기업 경영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달 1일 상법 개정안을 거부했다.
밸류업 우수 참여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가 정치권에서 다시 논의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지난달 28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웨스턴조선호텔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금융산업위원회 제42차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의 주주환원 확대를 유도하고 투자자들의 국내 기업 투자를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그러나 현재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124곳인데, 이중 대부분이 대기업에 편중돼 참여가 저조한 상황이다. 당초 밸류업 우수 참여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고자 했으나, 지난해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무산되면서, 중소규모 회사의 참여가 저조한 상황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작년부터 시작된 밸류업 정책을 앞으로도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고, 아직 도입되지 않은 밸류업 우수기업에 대한 세제인센티브 등도 국회에서 빨리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