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선 후보, 지지율 높아..정책전환론 부상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정부의 밸류업 구호 아래, 시장은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으로 술렁였다. 하지만 정작 주가는 움직이지 않았고,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기업가치 상승’은 실종됐다. 실적 개선 없는 배당 확대는 오너 일가나 외국인 투자자에게만 유리한 ‘단기 이벤트’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밸류업은 그 본질보다 껍데기만 남은 상태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속 빈 밸류업 시리즈」를 통해 국내 자본시장의 현주소를 짚고자 한다. <편집자 주>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6월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서, 현 정부가 추진해온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향후 방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부상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현 밸류업 정책을 ‘기본사회’의 프레임으로 재정립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 민주당, 기본사회위원회 전국 확대..6대 기본 정책 제시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선 예비후보는 최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한국 경제의 현황과 주식시장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별도의 정책 시행 없이도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넘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예비후보는 이러한 전망의 근거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민주당 정부가 북한과의 평화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안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주가 조작 범죄에 대한 엄격한 처벌 의지를 통해 외국 자본에게 한국 주식시장의 투명성과 안전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물적분할과 같은 기업 행태가 소액주주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예비후보의 이러한 발언은 주식시장 활성화에 대한 공통된 인식을 공유하면서도, 기존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놓친 부분을 보완하려는 의지를 나타낸다. 즉, 단기적인 주가 부양보다는 구조적인 개혁과 신뢰 회복을 통해 지속 가능한 시장 발전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을 비롯한 제주, 강원 등에서 ‘기본사회위원회’를 출범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이재명 예비후보가 위원장, 박주민 의원이 수석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당 강령에 명시된 기본사회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실행 조직이다.
기본사회위원회는 복지, 주거, 노동, 금융, 데이터, 에너지 등 다섯 개 영역에 경제민주화를 더해 ▲지속 가능한 순순환 경제 기반 마련 ▲국민 모두의 인간다운 존엄한 삶 ▲인공지능(AI)과 기술혁신 산업 적극 투자 ▲탄소중립 달성과 지속 가능한 경제·환경 체제 ▲지역 단위의 기본소득 실현을 통한 지역 경제 자립성 제고 ▲사회 모든 분야에서의 국민 모두의 기본적 기회 보장 등 ‘6대 기본’ 개념을 도입했다. 민주당은 단순한 복지 확장에 그치지 않고, 시장 작동 원리까지 이를 개입하는 방향을 시사했다.
특히 이재명 예비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게 되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에 대해 시장의 귀추가 주목된다. 이달 초 스트레이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1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예비후보가 응답률 46.2%로 가장 적합한 대권주자로 꼽혔다.
◆ 밸류업 정책 성과 미미…시장 기대감 식어
현 정부의 밸류업 정책은 상장기업의 저평가 해소와 외국인 투자 유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평가된 기업에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지배구조 개선 등을 유도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였다. 이 발표 이후 초반에는 시장에 기대감이 형성됐다. 같은해 3월 말 기준 코스피 상장 주식의 외국인 지분율은 34.42%를 기록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은 지난달 말 기준 131개로 코스피와 코스닥 전체 상장기업의 5.1%다. 하지만 코스피 상장기업 중 밸류업 참여기업의 시가총액은 46.1%를 차지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최근 몇년간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주요 정책과제로 추진해왔다”며 “이를 통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기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도 확대되는 등 시장의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밸류업 정책 발표 이후 1년 가까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제도 설계나 인센티브 방안이 뚜렷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시장의 기대는 빠르게 식었다. 2025년 4월인 현재도 코스피 PBR은 1배를 밑돌고 있고, 글로벌 시장과의 격차는 해소되지 않았다. 이 탓에 밸류업 펀드 등 단기 유인책은 있었지만, 시장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는 구조적 개혁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밸류업, 차기정권에선 시민경제 참여 전략으로 재편 전망”
이재명 예비후보는 지난달 말 서울 기본사회위원회 출범식에서 “기본사회는 국민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소득을 비롯해 주거·교육·금융·의료·교통·에너지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라면서 “기본사회가 추구하는 보편적 사회안전망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대전환 전략을 기본사회위원회가 가장 먼저 시작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윤석열 정부의 밸류업, 이재명 예비후보가 제시하는 기본소득(기본사회)은 공통적으로 경제 활성화를 지향하지만, 접근 방식과 정책 대상에 있어 분명한 차이가 있다.
밸류업 정책이 기업의 자사주 소각 등 주주 보상을 강조했다면, 민주당의 기본사회 정책은 ‘직원·지역·소비자와의 가치 공유’로 기업 평가지표가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거버넌스 구조 역시 밸류업이 단순하게 투명한 공시를 요구했다면, 향후에는 보다 구체적인 데이터 활용 책임과 공공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소득의 재원 마련을 위해 금융시장 과세 확대 및 거래세 조정 등이 포함될 여지도 있다.
학계 한 관계자는 스트레이트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재명 예비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해 집권할 경우, 밸류업은 단순한 주가 부양정책이 아닌 ‘시민 경제 참여 강화’라는 프레임으로 재해석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밸류업 역시 특정 주주가치를 부각시키는 단기적 정책이 아니라,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 등 장기적 시장 안정화 전략 속에서 통합적으로 다시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선, 민주당이 추진하는 기본사회가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정책이더라도 지나치게 압력을 가할 경우 오히려 금융권 활동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학계 다른 관계자는 “가령 민주당이 추진하는 기본금융의 일환으로 금융기관 대출 자격 기준을 완화시킨다면 시장은 활성화 될 수 있겠지만, 연체율 리스크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재명 예비후보가 국민 모두 AI를 무료로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대선 정책을 공개했는데, 유럽연합 AI법(EU AI Act)에서도 금융분야는 제일 위험한 분야”라며, “기술 활용 보편화와 리스크 관리 사이의 균형점을 잘 잡는 게 핵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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