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상생금융 동참 차원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업계 “전산구축 시간도 부족...카드사별 혜택 상이해 일괄 적용 무리”
소비쿠폰 신청 안내 '스미싱 문자' 주의보...피해시 통신사 유료서비스 해지해야
정부가 12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앞두고 카드사에 소상공인 결제 수수료 추가 인하를 요청하면서 업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카드사는 이미 역마진 구조인데다, 카드론 규제와 연체율 상승으로 실적이 악화된 상황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수수료 인하를 취약계층 회복과 연결된 상생금융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 정부, 카드사에 소상공인 결제 수수료 추가 인하 압박
9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최근 주요 카드사에 소비쿠폰 사용 시 소상공인에게 적용되는 가맹점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인하해줄 것을 제안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총 12조원 규모로, 사용처가 연 매출 30억원 이하의 소상공인으로 제한돼 있다.
행안부는 “민생쿠폰 수수료 인하에 협조가 가능하다면 행안부·금융위·카드사 간 협약 체결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카드사는 이미 영세·중소 가맹점에 대해 매출 규모별로 0.40~1.45% 수준의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번 소비쿠폰 정책의 취지를 고려해 추가 인하를 요구하는 것이다.
카드업계에선 정부가 직접 수치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체크카드 우대 수수료율인 0.15~1.15%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수용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신용판매 부문에서 이미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인하는 역마진을 초래할 수 있다”며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때도 카드사가 수수료 수익보다 인프라 구축과 관리비로 인해 수십억원의 손실을 본 전례가 있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가맹점 수수료를 일괄 조정하려면 카드사 전산 시스템을 업데이트해야 하기에 시일도 촉박하다. 이에 따라, 수수료 인하 대신 카드사가 다른 방식으로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대안도 검토되고 있다. 예컨대 수수료 일부를 직접 보전하거나, 소상공인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카드업계 다른 관계자는 “내수 활성화를 위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비용 구조상 즉각적인 수수료 인하는 부담이 크다”며 “수수료 조정 여부에 따라 소비자 대상 이벤트나 마케팅 계획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카드업계 “안그래도 불황인데…정부 압박, 피 말려”
카드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추가 수수료 인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초에 소비쿠폰 사용처 자체가 30억원 이하 영중소가맹점이다보니, 영세 중소가맹점의 경우 현재 가맹점수수료 수준 자체도 카드사에 역마진이 나는 구조”라며 “소비쿠폰 사용을 신용카드로 하는 경우 해당 신용카드 이용에 따른 혜택도 다 받을 수 있다보니 가맹점수수료율을 별도로 인하하는게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뿐만이 아니다. 카드업계는 결제 수수료 인하, 여신 사업 규제, 연체율 인상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6월 말부터 카드론이 신용대출 한도 규제를 받게 되면서, 카드사들의 신규 취급도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수익성 높은 카드론 의존도가 커지고 있었는데, 규제로 인해 성장 동력이 꺾이게 된 셈이다.
건전성 이슈도 대두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 등 8개 전업 카드사가 1분기에 매각한 부실채권 규모는 950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에 기록한 6915억원보다 약 38% 늘어난 수치다.
1분기를 기준으로 각 카드사의 실질 연체율 단순 평균치는 2021년만 하더라도 1%대 초반이었으나, 올해는 1.93%로 올라섰다. 실질 연체율이란 대환대출 채권을 포함한 1개월 이상 연체율을 뜻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업 카드사 8곳의 순익은 전년 동기(7244억원) 대비 16.5% 감소한 6047억원으로 집계됐다. 각 카드사는 비용지출을 줄이기 위해 희망퇴직과 조직 축소도 이어지고 있다.
◆ “결제 수수료 추가 인하 요구, 카드사 상생금융 동참 유도 차원” 의견도
학계에선 “정부가 카드업계의 상생금융 동참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수수료 추가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는 의견도 있다.
신재우 한신대학교 IT경영학과 교수는 “카드사 수수료 인하 요구를 단순한 비용 조정의 문제가 아닌, 금융 취약계층 지원이라는 더 큰 정책 흐름 속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7년 이상 연체의 늪에 빠져 있던 신용불량자의 부채탕감 문제와 이번 수수료 인하 요구는 별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장기연체채권 정리 프로그램’을 통해 5000만원 이하의 7년 이상 장기 연체 채권을 매입·소각하는 방안을 내놨고, 이 과정에서 전 금융권이 재원을 분담하기로 한 바 있다.
신 교수는 “배드뱅크가 구조적으로 부실을 털어내고 회복을 돕는 장치라면, 수수료 인하 역시 선순환 소비를 유도하는 장치”라며 “이 둘은 정책적 맥락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상공인, 저신용자, 장기 연체자의 회복 없이는 내수 진작도 어렵다”며 “중장기적인 소비 생태계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23년 카드론 평균금리는 약 14.46%에서 2024년 4월에는 14.75%로 상승했다. 특히 신용점수 700점 이하 저신용자 금리가 17.04%에서 17.68%로 크게 치솟았다. 일부 카드사는 15%를 넘는 금리를 적용하기도 했다.
이 덕에 카드론 이자 수익은 2023년 약 4조5327억원에서 2024년 5조원이 넘는 수준까지 확대됐다. 삼성카드의 경우, 카드론 매출 비중이 2023년 22.3%에서 2024년 23.9%로 올라가는 등 이자 사업이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 민생쿠폰 지원 사칭한 스미스 피싱 기승…‘주의보’ 발령
한편 1차 쿠폰은 21일부터 9월 12일 오후 6시까지 온오프라인으로 신용·체크카드, 선불카드,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중 원하는 방식을 택해 신청할 수 있다.
시행일이 임박하면서 ‘소비쿠폰 신청 안내’ 등으로 위장된 문자 메시지와 가짜 사이트를 통해 개인정보를 탈취하거나 유료 서비스에 가입시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선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악용한 피싱·스미싱 범죄가 확산됨에 따라 시민들에게 강력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에 따르면, 최근 ‘소비쿠폰 신청 대상자’라며 안내 문자를 보내고, 메시지 안에 삽입된 인터넷 주소를 클릭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피싱을 하는 사례가 적발됐다. 파주시는 “해당 링크를 따라가면 온라인 센터나 정부 지원 포털로 위장된 가짜 사이트로 연결되고, 사용자가 개인정보나 본인인증 정보를 입력할 경우 그대로 악용된다”고 설명했다.
‘민생회복’, ‘25만원 쿠폰’ 등의 단어를 검색 시 포털사이트에서 상단에 배치된 광고 게시물을 통해 가짜 신청 화면으로 유입시킨 뒤, 신청 버튼을 클릭하게 유도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파주시는 “정부는 소비쿠폰 신청을 문자 링크나 검색 광고를 통해 받지 않는다”며 “문자에 인터넷 주소가 있거나 신청을 유도하는 광고 배너는 의심하고 클릭을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즉시 통신사 고객센터에 연락해 유료 서비스 해지 및 결제 철회를 요청해야 하며, 승인 문자를 받은 후 7일 이내라면 청약철회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한국인터넷진흥원 불법스팸대응센터(국번 없이 118)나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소비자원 등을 통한 피해 신고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