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다중채무에 몰린 서민들…금융취약계층 ‘적신호’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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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카드 대출의 ‘빨간불’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특히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이 5월 기준 4.2%로 치솟으며, 2005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일반은행의 카드대출 연체율은 4월 3.6%에서 5월 4.2%로 0.6%포인트나 급등했다.

이 같은 상승폭은 단기 현금서비스부터 장기 카드론까지를 포함한 전체 카드대출에서 하루 이상 원금을 갚지 못한 경우를 기준으로 집계된 것이다.

연체율이 4%를 넘은 건 2005년 5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연체율은 5.0%였고, 이후 금융당국의 건전성 관리와 소비자 신용 개선으로 안정세를 보여왔지만, 다시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급등의 배경에는 고금리와 신용위험 확대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소득이 낮고 신용점수가 낮은 차주들이 1·2금융권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자, 불가피하게 카드 대출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카드 대출의 금리는 더 높고 상환 부담도 크기 때문에 결국 연체로 이어지는 구조다.

실제로 카드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오름세를 보여왔다. 2023년 12월 2.8%였던 연체율은 올해 1월 3.0%를 찍은 후, 3.4%, 3.5%, 3.8% 등으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4월에 소폭 주춤하던 흐름은 5월 들어 다시 급등세로 전환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 둔화와 정책 불확실성이 겹친 5월에는 특히 취약 차주들의 자금 흐름이 막히며 카드 연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이들이 다른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결국 카드 대출에 의존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저축은행을 포함한 제2금융권도 자산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신규 대출을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다중 채무자들의 대출 수요가 카드사로 쏠린 양상이다. 실제로 저축은행의 전체 여신 잔액은 2021년 10월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인 95조767억원(5월말 기준)으로 집계됐다.

한편 일반은행을 중심으로 집계한 이번 통계는 대형 시중은행이 계열사로 분리해 운영하는 카드사 통계는 포함되지 않았다. 광주·부산·전북·경남은행 등 지역 기반 은행들이 대부분 해당된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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