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정책 통해 자국 내 제조역량 키우려 해
중국의 공급과잉 현상으로 국내 기업들 이중 압박

박세영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1실장.
박세영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1실장.

나이스신용평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가 추진하는 관세정책으로 한국의 신용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국내 기업, 미국 투자 확대 불가피..재무부담 키울 것


9일 나이스신용평가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나이스 크래딧 세미나 2025’를 열었다. 이날 박세영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1실장은 “트럼프 2기 정부가 자국 우선주의 통상정책을 강화하면서, 국내 주요 수출 기업의 실적과 업황,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미국은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부품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했고, 무역수지 적자 국가를 중심으로 상호관세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미 수출품에 가격 경쟁력 약화와 수요 감소 압력이 커지고 있다.

박세영 실장은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에 미국 정부의 관세 부담이 불가피하고, 이는 현대차그룹의 영업실적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은 연간 대미 판매물량 170만대 중 약 101만대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박 실장은 “메타플랜트 준공 및 증설을 통해 미국 내 현지 생산능력을 120만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지만, 중단기적 재무부담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2차전지 산업의 경우 관세 자체의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미국 내 생산비중이 낮은 소재기업은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주문자생산방식(OEM)과의 거래가 많은 업체일수록 타격이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 역시 자국 내 생산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관세 정책을 통해 자국 내 제조역량을 키우려 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간접 수출을 포함해 미국 의존도가 높고, 생산거점은 중국 중심이어서 정책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고 우려했다.

박 실장은 “조선업에 대해서는 미국이 군함과 전략적 상선을 중심으로 조선 인프라를 재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국내 조선업체들이 LNG선과 탱커선 등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이는 수출기업들의 단기 실적 변동성과 더불어 재무부담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대외환경 급변..국내 기업들 이중압박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의 공급과잉 현상으로 국내 기업들이 이중압박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2실장은 “중국의 공급과잉과 미국의 우선주의 정책이라는 이중 압력에 국내 주요 그룹들이 직면해 있다”며 “업황 부진과 실적 악화, 투자 부담 등이 맞물리며 재무안정성과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나이스신용평가 제공.
나이스신용평가 제공.

최 실장은 “LG, SK, 포스코, 롯데 등 주요 그룹들은 배터리, 석유화학, 철강 등 대규모 투자가 집행된 부문에서 업황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며 “수익성 저하와 함께 투자금 회수가 지연되며 현금흐름과 재무부담 측면에서 신용위험이 확대되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그는 LG그룹은 “배터리,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 불리한 산업환경에 노출된 부문 비중이 크다”며 “특히 배터리는 미국 보조금 정책 변화 가능성과 투자부담이 맞물리며 재무적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디스플레이는 일부 개선 조짐이 보이지만,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의미 있는 실적 개선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어 “SK그룹의 경우 반도체 호조가 그룹 전반의 이익창출력을 견인하고 있으나, 배터리·화학 부문의 실적 저하가 계속되고 있다”며 “투자부담이 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 자금조달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 실장은 “포스코그룹 역시 철강산업이 중국 수출 증가로 수급여건이 악화돼 있고, 2차전지소재는 대규모 투자가 진행 중이지만 실적 회복 속도가 더디다”며 “전반적인 이익창출력이 둔화된 가운데, 차입 부담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롯데그룹 역시 석유화학 부문은 3년 연속 적자 상태이며, 유통과 호텔, 건설 부문도 구조적 환경 변화로 실적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PF 관련 우발채무가 여전히 과중하고, 수익성 둔화 속 차입 증가가 이어지고 있어 신용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최 실장은 “대다수 그룹이 실적 회복보다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산 매각이나 투자 축소 등 소극적인 재무대응을 병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주요국 정책 변화, 공급과잉 해소 여부 등에 따라 신용등급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영복 나이스신용평가 대표.

이날 안영복 나이스신용평가 대표는 “2기 트럼프 정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돼 온 글로벌 무역 질서와 금융 시스템을 ‘미국 우선주의’ 기치 아래 재편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미국이 모든 수입품에 10%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 교역국엔 상호관세를 강화하면서, 관세가 단순한 협상 수단을 넘어 경제정책의 한 축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EU와 중국도 보복관세를 검토하고 있어 글로벌 자유무역 체제의 붕괴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수출 중심의 성장 모델을 가진 우리 경제에는 그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위협”이라며, “정치적 리더십 부재, 소비 침체, 부동산 PF 부실 등 구조적 리스크 속에서 대응력마저 떨어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JP모건 역시 한국의 경제 성장률 악화를 전망했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JP모건이 2025년과 2026년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7%, 1.8%로 하향 조정했다”며 “이는 기존 전망보다 각각 0.2%포인트 낮춘 수치”라고 설명했다. JP모건은 지난주에도 2025년 성장률을 0.9%로 낮췄지만, 1분기 수출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다 관세 충격 가능성까지 반영하며 추가로 전망치를 조정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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