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 코인, 더는 기술 문제가 아닌 금융주권 이슈”
서울대 이종섭 "코인 직접 주고받는 방식 카드사에도 위협"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

금융학계에서스테이블 코인은돈의 인터넷’이 될 것” 이라는 제언이 등장했다


◆ “CBDC, 프라이버시와 글로벌 수용성 한계”


23일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서울국제금융오피스’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역습 : 금융 질서의 재설계’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스테이블 코인은 확장성과 유통성이 핵심인 ‘돈의 인터넷’이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통제와 안정성을 추구하는 ‘돈의 인트라넷’”이라고 말했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달리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설계된 암호자산을 말한다. 주로 법정통화에 연동되어 발행되며, 1개의 스테이블 코인은 1달러에 해당하는 가치를 유지하려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교수는  “스테이블 코인은 본질적으로 디지털 토큰 형태의 명목화폐로,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하거나 암호자산, 미래가치 기반 채권 등 다양한 형태의 자산을 담보로 발행된다”며 “현금이나 단기 국채, 심지어 비트코인도 담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자산을 담보로 자동화된 대출을 제공하는 메이커다오(MakerDAO)처럼, 탈중앙화 금융(DeFi) 생태계에서도 스테이블 코인이 주요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스테이블 코인은 글로벌 결제망에서 기존의 카드사와 은행 인프라 없이도 사용될 수 있다”며, “메타마스크 같은 지갑으로 USD 테더나 코인을 직접 주고받는 방식은 신용카드 수수료나 환전 수수료 없이 달러를 직구하듯 쓸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변화는 기존 카드사 및 원화를 기반으로 수익을 내던 국내 카드사에도 구조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스테이블 코인과 CBDC의 가장 큰 차이로 ‘퍼블릭 블록체인 vs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들었다. 그는 “스테이블 코인은 누구나 접근 가능한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으로 작동해 익명성과 확장성이 높지만, CBDC는 중앙은행이 접속 권한과 거래 장부를 관리하는 폐쇄형 구조”라며, “이는 디지털 공간에서의 신뢰와 통제 사이의 근본적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CBDC는 보안성과 통제 면에서는 강점이 있지만, 모든 거래를 중앙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이기에 프라이버시 우려로 인해 채택 속도가 더딜 수 있다”며, “반면 스테이블 코인은 민간 기업이 발행하고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자유롭게 유통되며, 특히 인플레이션 국가나 은행 시스템이 불안정한 지역에서 급속히 채택되고 있다”고 말했다.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실제로 미국 달러 테더는 남미와 아프리카 같은 지역에서 달러 대체 수단으로 급격히 퍼지고 있다.

그는 “당초 미국이 CBDC 도입을 검토했지만, 스테이블 코인 시장을 사실상 허용하며 디지털 달러 유통을 민간에 위임한 모양새”라며 “이는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도달로 통화정책의 유연성이 제약된 상황에서, 디지털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달러 자산에 대한 수요를 유지하려는 전략적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스테이블 코인이 확산될수록, 이를 담보하는 달러 및 단기 채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결과적으로 미국 전통 금융의 부담을 줄이고 달러 패권을 유지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CBDC보다 더 유연하고 확장 가능한 구조로 평가되는 배경”이라고 밝혔다.

이종섭 교수는 “국내에서도 거래소를 통한 스테이블 코인 매입 이후, 이 자산이 어디로 이동하고 어떤 용도로 활용되는지 추적 가능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거래소 외 가상자산 사업자가 전무한 상황에서는 블록체인상 데이터 분석과 정책 대응 모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스테이블 코인은 더 이상 기술이 아니라 금융주권과 정책 효율성, 그리고 환율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며 “국내 금융당국과 학계, 업계가 이 흐름을 단지 투기성 자산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금융질서 재편이라는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연구와 대응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 “스테이블 코인, 스위프트 대안책 될 수 있어”


서병윤 DSRV 미래금융연구소장.
서병윤 DSRV 미래금융연구소장.

서병윤 DSRV 미래금융연구소장은 “비트코인 백서는 기존 디지털 송금이 해결하지 못했던 ‘이중지불 문제’를 수학적으로 해결한 첫 사례”라며 “이메일은 몇 초 만에 가는데, 돈은 왜 그렇지 못하냐는 질문의 해답이 바로 블록체인”이라고 설명했다.

서 소장은 “기존 국제 송금망인 스위프트는 오래된 기술이며 수수료와 처리 시간이 비효율적”이라며, “스테이블 코인은 이를 대체할 현실적 대안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은 “스테이블 코인은 글로벌 금융질서 재편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법정통화 연동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발행자 뿐 아니라 수탁기관, 운용사, 거래소, 결제 및 송금 핀테크 기업까지 생태계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1월 제2차 가상자산위원회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핵심 과제로 포함했고, 금융위원회는 하반기 입법을 목표로 세부안을 마련 중이다. 이 협회장은 “기술 발전에 비해 제도 대응 속도가 더디다”며 “조속한 법령 정비 없이는 산업 혼선과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의 법적 지위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원화의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스테이블 코인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며 “이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국가의 미래 금융주권 확보라는 거시적 과제”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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