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행장 만나 ‘프로젝트 아고라’ 적극 참여 독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요즘 유난히 바쁘다. 이번엔 디지털 화폐, 그중에서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활성화를 위해 직접 시중은행을 찾아 나섰다. 그것도 각 은행장을 1대 1로 만나며 ‘CBDC 동참’을 요청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창용 총재는 최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주요 6개 시중은행을 차례로 돌며 행장들과 각각 30여 분씩 1 대 1 면담을 가졌다. 한은 총재가 일선 은행장을 직접 찾아간 건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이번 사업을 무겁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직접 찾아간 은행들은 모두 ‘프로젝트 아고라’에 참여하고 있는 곳들이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 및 미국·영국·일본 등 세계 주요 중앙은행, 그리고 국제금융협회(IIF) 등과 함께 추진 중인 CBDC 실험이다. 핵심은 ‘기관용 CBDC’와 은행의 ‘토큰화 예금’을 통해 국가 간 결제 시스템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를 테스트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6개 은행이, 해외에서는 37개 금융기관이 함께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번 만남에서 각 은행의 적극적인 참여를 거듭 당부했다. 특히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은행 입장에서도 외환거래 비용 절감이나 법률 리스크 완화 등 실질적인 이점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한은이 별도로 추진하는 ‘프로젝트 한강’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이 프로젝트는 시중은행의 예금을 CBDC와 연계된 토큰으로 전환해, 이를 실생활 결제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한은은 지난달 약 10만명을 대상으로 참가자를 모집해 현재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이창용 총재의 이 같은 ‘시중은행장 밀착 행보’는 차주 예정된 간담회로 이어진다. 26일 진행되는 해당 간담회는 티모시 애덤스 국제금융협회(IIF) 사장도 참석할 예정으로, 프로젝트 아고라의 경과 보고와 더불어 글로벌 디지털 결제 이슈들이 논의될 전망이다. 시중은행들의 공동 스테이블코인 발행 방안이나 중앙은행의 역할 같은 민감한 주제도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 총재가 미래 지급결제 시스템 전환의 필요성과 한은의 구상을 직접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자리였다”며 “이런 흐름이 은행 간 협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