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금통위, 경기성장 전망치 ‘반토막’..우려 현실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이 경기성장 전망치를 상반기 1.5%에서 0.8%로 낮춘 가운데, 이창용 총재는 “한국 경기가 어려운 것이 맞다”고 밝혔다.


◆ “금통위 4명은 추가 인하 열어둬…금융 안정도 고려”


29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종전(2.75%)에서 0.25%포인트 낮춘 2.50%로 결정했다. 특히 이번 금통위에선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8%까지 내려잡았다. 이는 2월 전망한 수준(1.5%)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6년(+0.7%) 1980년 오일쇼크(-1.5%) 1998년 IMF 외환위기(-4.9%)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코로나19 충격이 있었던 2020년(-0.7%) 등을 제외하면 전례를 찾기 어렵다.

이미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한국의 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저성장 경고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을 0.8%로 제시했고, IMF도 기존 2.0%에서 1.0%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IMF 전망은 1분기 역성장을 반영하지 않은 수치다.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 직후 브리핑에서 “금년 중 성장세가 크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돼 경기 대응을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했다”며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성장률이 0.8%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조치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세계 경제가 무역 갈등이 일부 완화됐지만 관세율 영향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며 “미국은 관세 정책의 여파로 성장률이 낮아질 전망이고, 유럽연합(EU) 지역과 중국 역시 통상 갈등 여파로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민간소비가 불확실성 장기화로 부진하고 건설투자는 부동산 경기 위축과 안전사고 등의 영향으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 주요 품목도 글로벌 경쟁력 약화와 통상 여건 악화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건설 투자 감소가 성장률 가장 크게 끌어내려”


이창용 총재는 “건설투자의 부진이 성장률 전망을 0.4%포인트 낮추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고, 민간소비 회복 지연과 수출 둔화도 각각 0.15%포인트, 0.2%포인트 하향 요인”이라며 “미국의 대중국 관세 확대 등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국내 주가가 기업 실적 악화 우려 완화 등으로 상승했고, 환율은 대외 요인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며 “환율은 관세 정책, 미국 재정 건전성 등 대외 변수에 크게 좌우되고 있으며, 국내 요인보다는 외부 요인이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향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2명은 금리 동결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이어 “성장률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에 향후 금리 인하 폭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금융안정 리스크도 고려해 향후 데이터에 따라 속도와 폭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0.8%라는 성장률은 어려운 상황임을 의미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상황과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며 “당시보다 잠재성장률이 낮아졌고 금융시장의 유동성 상황은 오히려 안정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급격한 금리 인하는 자산 가격 상승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금융안정을 고려해 빅컷(0.50%포인트 인하)은 단행하지 않았다”며 “서울 지역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를 고려하면서 통화정책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선거 후 구성될 차기 정부가 GDP 대비 가계부채가 높은 이슈와 건전성 이슈 등에 대해 한국은행과 함께 충분히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금리 인하에 숨 고른 부동산 시장..“호재와 악재 공존”


NH농협은행은 이날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 접수를 일부 막았다. 은행권의 신규 취급 주담대 중 절반가량이 대출모집인을 통해 접수되는데, 이번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접수 중단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스트레이트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은행이 5월 올해 경제전망치를 지난 2월 1.5%에서 0%대 수준으로 낮출 만큼 경기 침체 우려가 깊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대출을 통한 차주의 부동산 구입 이자 부담이 경감되고 주택담보대출이 4%대에서 3%대로 낮아질 전망이나 7월 수도권을 중심으로 스트레스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있어 부동산 시장의 금융환경은 호재와 악재가 공존한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권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3.24), 조기 대선(6.3) 이슈 등으로 5월 들어 거래시장이 숨을 고르는 상황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라면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차주는 대출 만기구조를 20년~30년으로 늘리고 혼합형 또는 주기형 대출을 통해 스트레스DSR 3단계로 인한 대출총액 감소를 피해가려는 움직임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하와 아파트 입주량 감소로 인해 매물감소, 월세화가 이어지며 주택의 전세가 상승이 지속하고 주택 공급 위축에 대한 우려감도 여전해 서울 주요지역의 가격 상승은 지속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며 “최근 서울 주요지역 집값 상승불안 강도에 따라 규제지역 확대 가능성을 정부가 언급한 바 있고 실 거래시장의 모니터링도 강화된 만큼, 대선 이후 분양이 일부 재개될 신규 아파트 청약시장으로 수요자의 관심이 전이될 것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