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와의 약속 기한 임박..실패 시 리스크 불가피
벤치마크 카카오뱅크 주가 급등...스테이블코인 본격화
케이뱅크의 기업공개(IPO)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 정부 출범 후 금융주 전반의 주가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고, 케이뱅크 자체적으로 스테이블코인 실증 사업 참참여 등 디지털자산 연구개발(R&D)을 나섰기 때문이다.
◆ 금융주 반등 속 케이뱅크에 쏠리는 시선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0분 기준 하나금융지주는 7만79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한달 전과 비교해 20.11%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KB금융(14.04%), 우리금융지주(14.01%), 신한지주(12.74%) 등도 강세를 기록했다.
금융주 전반이 강세를 나타내는 상황에서 조용히 웃음을 짓고 있는 건 IPO를 준비 중인 케이뱅크다.
케이뱅크는 2021년 IMM프라이빗에쿼티, 베인캐피털 등 재무적 투자자(FI)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2026년 7월까지 IPO를 완료하겠다는 조건을 계약에 명시했다.
상장에 실패할 경우 FI는 동반매도청구권(Drag-along)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이들이 보유한 지분을 제3자에게 팔면서 다른 주주들의 지분도 동일 조건으로 강제로 매각하게 만들 수 있는 권리다. 사실상 FI 입장에서는 상장 실패 시 투자금 회수를 보장받는 수단이며, 케이뱅크 측에는 상장을 반드시 마쳐야 할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
케이뱅크는 2022년 9월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하면서 IPO 도전을 시작했다. 당시 케이뱅크는 약 7조 원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했지만, 글로벌 금리 인상과 투자심리 위축이라는 불확실성 속에서 상장 시기를 미뤘다. 이후 2023년 다시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10월 상장을 목표로 재도전했으나,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가 부진해 2024년 상장을 전격 철회하게 됐다.
지난해 9월에는 공모 희망가를 9500원~1만2000원으로 설정했는데,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에서는 희망가 상단 밑의 주문만 쏟아져, IPO를 철회한 바 있다.
케이뱅크는 올해 5월, 주요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고 주관사 선정을 본격화하며 재상장을 위한 채비를 시작했다. 이는 사실상 마지막 도전으로 평가되는데, 2021년 베인캐피탈·MBK파트너스 등과 체결한 계약에 따라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와의 관계에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1분기까지 ▲주식시장 전반의 투자심리 악화 ▲‘수익성이 지나치게 가상자산 거래소 수수료 수익에 지나치게 의존된 구조’라는 기관 투자자 평가 등으로 IPO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재명 대통령으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무엇보다 케이뱅크 상장시 비교대상(벤치마크)이 될 수 밖에 없는 카카오뱅크 주가가 급등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정부에서 주가 약세를 면치 못했던 카카오뱅크의 경우, 최근 한달동안 주가가 24.78% 급등했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방침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카카오뱅크는 1분기에 수신 중심의 자산 성장을 지속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 디지털자산 R&D 본격화..기존 수익구조 변화 시도
투자은행(IB)업계에선 “케이뱅크가 IPO에서 원하는 공모가를 얻어내기 위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평가한다.
그동안 케이뱅크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계좌 연동에 따른 수수료 수익에 의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앞으로는 디지털자산 R&D를 직접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케이뱅크는 오픈블록체인·DID협회(이하 OBDIA) 회원사로 가입했다고 밝혔다. OBDIA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 가능성과 실효성을 확인하기 위한 ‘스테이블코인 분과’를 신설했고 KB국민·신한·우리·NH농협·IBK기업·수협은행 및 금융결제원 등 주요 금융기관이 참여해 공동 연구를 추진 중이다.
케이뱅크는 타 은행과 공동으로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금융 시스템 적용 가능성에 대한 실증연구를 실시하고 기술 협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스테이블코인 실증 사업에 참여하고 블록체인 기반 기술 협력에 뛰어든 것은 향후 자금세탁방지(AML), 정산 안정성, 글로벌 송금 등 다양한 비즈니스 확장에 대비한 포석”이라며 “이런 중장기 전략이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기 시작하면 IPO 흥행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완료하지 못하면 FI와의 계약 조건상 후폭풍이 불가피하다”며 “케이뱅크가 이번에야말로 시장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을 활용해 중저신용 대출을 늘리겠다는 구상 역시 케이뱅크 가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치권에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일반은행 대상 중금리 대출 권고비율 기준 도입이 추진될 전망이다. 법규 제정보다는 인터넷전문은행(30%)과 같이 권고비율을 통해 가계대출 중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을 7%로 하는 방안이 예상된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정부 교체 후 금융정책의 디지털화 방향이 뚜렷해졌고, 여당 역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카카오뱅크 주가가 반등한 것도 시장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간접적인 대외환경 역시 케이뱅크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최근 SK텔레콤이 유심칩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겪으며 곤혹을 치뤘는데 이 사이 케이뱅크 모기업 BC카드의 모회사인 KT 주가는 상승했다. SKT 주가는 연초 대비 5.40% 떨어진 반면 KT는 15.72% 상승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