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6일 코스피가 하락하며 그동안 급등한 여파로 조정받고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데 상법 개정안 등은 상정되지 않는다. 상법 개정안 실효성에 대해선 개인적으론 회의적이지만 시장에서는 그나마도 절실하다는 반응들을 접해왔다.
그만큼 국내 주식시장이 지배주주 외 소액주주 및 외국인 주주에게 불리하도록 게임의 판이 기울어져 있다는 인식이다. 그래서 자본시장 공정화 공약을 내걸은 이재명 정부에 대한 기대가 부풀었고 코스피는 폭등했었다.
기대감은 조급한 것 같다. 아직은 공약 중 하나도 처리된 게 없으니 이번에도 시늉만 하다 마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퍼진다. 이 대통령이 “자본시장을 정상화하겠다”며 의지를 내보이지만 입법은 아직이다.
모건스탠리 MSCI 편입에도 불발해 찬물을 부었다. 이번에 불발할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지만 지적사항의 시사점이 크다. MSCI는 한국 정부와 금융당국 노력을 인정하면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접근성은 여전히 미흡하며, 선진 시장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더 많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한마디로 '아직 변한 게 없지 않냐'는 것이다.
정부 출범 후 아직 내각도 바뀌지 않아 제도 변화를 바라는 것은 지나치다. 그럼에도 이미 계류 중인 상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절차만 남겨둔 상태에서 내란, 김건희 특검만 먼저 통과시킨 것은 비교된다.
자본시장 정책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려난 현상을 국내 투자자는 이해하더라도 정무적 감각이 없는 외국인 투자자는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일순위라고 했던 경제공약이 6월말까지 미뤄진 것이다. 부동산 투기가 아닌 주식 투자로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고 국민도 배당을 받아 소득을 보충하는 식의 이재명 정부 실용주의, 먹사니즘은 아직 입법에 이르지 못했다.
전 정부에 비하면 의욕이 뜨겁지만, 코스피 5000까지는 갈 길이 한참 멀다. 전 정부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 요인이 상속세라며 이를 낮추기 위해 밸류업을 시행하고 배당 등을 많이 하면 상속세를 낮춰주는 식의 방안을 내놨던 것을 돌이켜 보라. 밸류업 시행이 무색하게 계엄까지 겹친 증시는 되레 폭락했었다.
상속세가 원인이니 상속세를 없앤다는 논리는 궤변이었다고 생각한다. 상속세 이슈가 없는 KT나 포스코홀딩스 PBR이 1을 밑도는 현상은 무엇으로 설명할 건가. 상속세는 핑계다. KT나 포스코에도 내부자 문제나 사익편취 이슈가 존재해왔고 전현직 경영인들이 그런 문제로 소송을 치르고 있다.
디스카운트 본질은 지배구조가 취약해 사익편취가 횡행하고 그걸 막을 수 없는 후진적인 법 제도에 있다. 그러니 이재명 대통령도 상법 개정안을 필두로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하고, 그래서 코스피가 3000을 넘어 반응했던 게 아닌가.
코스피 5000이 되려면 선진국에 있는 자본시장 제도를 제대로 갖춰야만 가능하다. 상법 개정안은 모래알 수준이다. 최소한 대통령 공약에 넣은 디스커버리 정도는 도입돼야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는 디스커버리가 있는데, 국내엔 없으니 외국인 입장에선 공정한 게임이 안 될 게 뻔하다고 생각할 게 아닌가.
일례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물산 불법합병 사건 관련 엘리엇, 메이슨 배상 판정을 지켜봤을 것을 떠올리면 국내 증시로선 뼈아프다. 국민연금이 삼성을 편든 합병 결과가 불공정했다고 한국 정부에 세금으로 배상 책임을 물린 국제 재판이다. 국민연금조차 지배구조가 불투명해 원칙을 벗어나 자국 기업을 감싸고 돌았고 게임판(증시)이 불공정했다고 전세계에 알려진 사건이다.
그런 국민연금은 국내 대형 주식 다수를 갖고 있다. 정권이 바꼈다고 국민연금이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외국인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가 미비하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언제든 또다시 편들 것이란 불신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참여연대가 법무부에 삼성물산 불법합병에 대한 구상금 청구 의지를 물었으나 답변을 회피했다고 한다. 구상금은 국민 혈세가 낭비되는 문제지만, 외국인이 보기에 한국 정부와 시장이 원칙과 규정대로 움직이는지 판단할 참고가 될 수 있다. 정부가 자국 기업에 손해를 안기는 것이 꺼려져 원칙을 피해간다면 비슷한 게임에서 외국인도 여전히 불리함을 느끼리라 본다. 이재명 정부의 새 법무부 장관은 아직 지명되지 않았다. 이 문제도 시간이 필요하다.
상법 개정안을 두고 재계 반발이 거세 민주당은 또다시 의견수렴, 법안 수정보완 절차를 거칠 듯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인내심은 길지 않다. 중동 불안으로 꺼졌던 미국 증시가 회복되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갈 것이다. 겨우 첫발을 떼는 데도 이렇게 힘들면 기대감은 차갑게 식게 된다. 만약 이번 정부에서조차 지배구조 개선이 흐지부지된다면 코스피는 디스카운트가 아니라 끝 모를 나락에 빠질까 두렵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