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경영, 흑자 전환 이끌어

SBI저축은행 창구 모습. SBI저축은행 제공.
SBI저축은행 창구 모습. SBI저축은행 제공.

SBI저축은행이 1분기 20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손실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한데 이어 2분기 실적에도 기대감이 모인다. 중금리 대출 확대와 디지털 혁신, 비용 절감 등이 실적 회복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9월부터 시행되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도 대형 저축은행 중심으로 예금 유입을 촉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 건전성·중금리 대출 확대가 주효


7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지난해 순손실을 기록했던 SBI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201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 64억원 손실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대형 저축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200억원대 이익을 낸 성과로, 순익 기준 업계 1위 자리를 되찾은 셈이다. 

SBI저축은행의 이번 실적은 단기 수익 확대보다는 자산 건전화, 비용 통제 등 내부 구조 개선의 결과로 평가된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고위험 대출을 줄이고 안정적인 여신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왔다. 이에 따라 비록 여신·수신 총자산은 소폭 감소했지만, 수익 구조의 질은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건전성 지표도 동시에 개선됐다. SBI저축은행의 2025년 1분기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6.30%로 전년 동기 대비 0.67%포인트 하락했고, 연체율은 4.61%로 0.98%포인트 개선됐다. 자기자본비율(BIS)은 17.8%로 전년 대비 2.4%포인트 상승해 재무건전성도 강화됐다. 이는 고위험 대출 축소와 리스크 관리 체계의 효과로 풀이된다.

SBI 저축은행 CI
SBI 저축은행 CI

비용 절감 효과도 실적 회복에 일조했다. SBI저축은행은 전년 대비 수신 자산을 약 10.8% 줄이면서 이자비용을 18.85% 감소시켰고, 기타 영업비용도 26.25% 줄였다. 이에 따라 총수익 대비 비용 부담이 줄어들며 순이익 방어에 성공한 것이다. 특히 타 저축은행들이 연체율 상승과 대손충당금 증가로 수익성 압박을 받는 것과 달리, SBI는 선제적 구조조정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중금리 대출 확대 전략도 주목된다. SBI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중금리 대출 취급액이 70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 급증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중금리 대출 확대 유도 정책에 부응하는 동시에, 중신용 고객군 중심의 리스크 완화 전략을 통해 연체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한 결과로 해석된다.

김문석 SBI저축은행 대표는 “중금리 대출 확대와 디지털 기반 경영 혁신이 실적 반등의 주요 요인”이라고 밝혔다.


◇ 비용 효율·자산 시너지…‘체질 개선형’ SBI의 반격


디지털 전환을 통한 비용 구조 혁신도 병행되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전사적 디지털 혁신 과제로 107개 세부 과제를 도출하고 실행 중이다. 모바일 앱 고도화, 비대면 대출 심사 자동화, 데이터 기반 리스크 분석 시스템 도입 등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러한 전략은 영업 효율성과 비용 절감이라는 두 가지 축을 동시에 강화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김 대표는 “디지털 기반 체질 전환을 통해 경영의 유연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향후 교보생명의 지분 인수를 통한 최대주주 변경도 SBI저축은행의 전략적 전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 SBI홀딩스가 최대주주이지만, 교보생명이 향후 50%+1주의 지분 확보를 추진하고 있으며, 2026년까지 거래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이를 통해 보험-저축은행 간 플랫폼 시너지, 예·적금 기반 연금 상품 공동 개발, 자산관리 서비스 확장 등 다양한 사업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교보생명 사옥 전경. 교보생명 제공.
교보생명 사옥 전경. 교보생명 제공.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본격화되면 수익성에 일정 부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SBI저축은행의 경우 리스크 관리 역량과 운영 효율화 전략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점에서 선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특히 디지털 기반 고객관리, 포트폴리오 다변화, 건전성 중심의 여신정책 등은 향후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교보생명과의 지분 거래가 지연되거나,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대출 총량 규제가 다시 강화될 경우 SBI저축은행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SBI 측은 “현재 다양한 시나리오에 기반한 리스크 대응 체계를 이미 구축해두고 있으며,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균형 전략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반기 실적 호조는 단순한 반등이 아닌, SBI저축은행의 전략 전환과 내부 체질 개선 노력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결과물로 평가된다. 중금리 대출 확대, 비용 절감, 디지털 혁신, 외부 시너지 확보 등 다층적 전략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면서, SBI는 다시금 저축은행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되찾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 예보 1억원 한도 상향…대규모 머니무브 에상


한편 9월부터 예금자보호한도가 1억원으로 상향되면서 SBI를 포함한 저축은행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안수진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은 금융업권 재편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 자금 이동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소비자들의 심리적 안정성이 높아지면 고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에 대한 선호가 커질 수 있다”며, 실제로 금융당국이 추산한 예금 유입 예상치는 16~25조 원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모든 저축은행이 수혜를 입는 것은 아니다. 안 책임연구원은 “대형 저축은행에 자금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고, 중소형사는 오히려 기존 예금 유출과 수익성 악화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고금리 유치 전략은 조달비용을 높이고,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신 기반 확대는 예금보험료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며, 차등 보험료 체계하에서는 건전성 취약 기관일수록 그 부담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연구원은 “결국 신용도는 단순한 예금 유입이 아니라, 이를 안정적인 수익 기반으로 전환할 수 있는 운용 역량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