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34건 중 23건 특정업체 수주
기술력 평준화에도 실적 감점 구조 고착
구자근 "수주상한제·절대평가 전환 등 제도 개선 필요"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 연합뉴스. 

정부의 불합리한 제도 운영 속에 원자력발전소 엔지니어링 정비용역 시장에서 대기업·중견기업 2곳이 10년간 계약의 70%를 독식하는 등 독과점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적 중심의 상대평가 제도가 이러한 '부익부 빈익빈' 구조를 고착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의원(국민의힘)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10년간 원자력 발전소 계측제어설비 정비용역 계약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34건의 계약 가운데 상위 2개 업체가 23건(5,770억 원)을 수주해 전체의 약 70%를 차지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A업체(중견기업)는 15건(수의계약 6건), 3,597억 원 △B업체(대기업)는 8건(수의계약 6건), 2,173억 원을 수주했다. 나머지 6개 중소기업은 30%에 불과한 물량을 나눠 갖는 데 그쳤다.

계측제어설비 정비용역은 원전 핵심 설비의 정상 작동과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현재 한수원은 △경영 △기술 △품질 분야를 평가해 총 8개 업체를 등록해 두고 있으며, 이 중 상위 1·2위 기업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나머지 6곳은 중소기업이다. 까다로운 등록 기준을 통과한 기업들임에도 실적 상위 2곳에 수주가 집중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러한 독과점의 원인으로 업계는 산업통상자원부 고시 '엔지니어링 사업자 선정에 관한 기준'을 지목하고 있다. 고시에 따르면 한수원은 입찰 참가 자격 사전심사(PQ) 과정에서 최근 5년간 실적을 상대평가한다. 수주 실적 순위에 따라 2위부터 5%씩 누적 감점을 부여하고, 6위부터는 최대 25%의 감점을 적용한다.

업계는 "기술력은 상향 평준화돼 있어 실적 감점이 사실상 당락을 좌우한다"고 입을 모은다. PQ 상대평가는 2011년 지식경제부 시절, 우수 업체의 안정적 수주를 위한 취지로 도입됐지만 현재는 실적 상위 기업에 유리한 제도로 굳어져 신규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한 중소기업 대표는 "1·2위 기업만 일감이 잔뜩 있어서 기술인력도 다 낚아채가서 새로 사업에 입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상대평가 방식은 담합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구자근 의원은 "1등, 2등 기업이 작정해 동시 입찰하면 중소기업들을 3위 이하로 밀어 감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 의원은 "실제 수주 결과가 보여주듯이 현 제도는 불합리하다"며 △수주 실적평가 방식의 절대평가 전환 △수주상한제 도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고시 개정 필요성에 대해서도 "대형 사업의 평가는 기술력·품질 및 안전 확보를 최우선 사항으로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현행 고시의 선진화 방안 도출과 관련된 연구가 외부 기관을 통해 진행 중이며, 향후 업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개정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설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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