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이 "정밀 진단과 관리체계 고도화 시급…국민 세금 낭비"
국외채권 96.7% 부실, 국내채권도 절반이 C~F등급
4조 5천억 중 전액 회수 가능 0.06%...성과급 6년간 136억 원

한국무역보험공사. 연합뉴스. 
한국무역보험공사. 연합뉴스.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가 보유한 채권 중 70% 이상이 회수불능 또는 회수 실익이 미미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액 회수가 가능한 채권은 0.06%에 불과하지만, 무보는 지난 6년간 136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해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이 무보로부터 제출받은 '국내외 보유 채권 현황'에 따르면, 2025년 8월 기준 무보가 보유한 채권은 총 4조 5,179억 원이다. 이 가운데 70.2%인 3조 1,714억 원이 회수불능 또는 회수 실익 미미 등급(D~F)으로 분류돼 국민 세금이 투입되고도 사실상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회수 가능성이 높은 A~B등급 채권은 전체의 4.5%(2,066억 원)에 그쳤으며, 특히 전액 회수가 가능한 A등급은 0.06%(28.7억 원)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었다.

국외채권의 부실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총 1조 4,842억 원 가운데 96.7%인 1조 4,499억 원이 C~F등급으로 분류됐다. 회수불능 상태인 E·F등급 채권은 3,647억 원, 회수 가능성이 낮은 C·D등급 채권은 1조 852억 원에 달했다.

채권등급 기준 및 잔액(2025년 8월. 단위 억원, %). 자료 한국무역보험공사. 김원이 의원실. 
채권등급 기준 및 잔액(2025년 8월. 단위 억원, %). 자료 한국무역보험공사. 김원이 의원실. 

국내채권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총 3조 336억 원 중 회수 실익이 낮은 C~E등급이 1조 3,603억 원(44.6%), F등급(워크아웃·법정관리)은 1조 4,909억 원(49.1%)으로 사실상 종결 처리 대상이었다.

고위험 채권 규모도 방대하다. 올해 8월 기준 누적회수율 10% 미만인 국외채권은 채권잔액 9,702억 원, 관리종결액 1조 4,298억 원에 이른다. 100억 원 이상 국외 고액 채권 중 미회수 채권 잔액은 7,336억 원, 관리종결액은 2,261억 원으로 집계됐다.

실제 사례도 존재한다. 프랑스 수입업체 M사는 자금난으로 청산 절차에 돌입하면서 무보의 보험금 지급액 전액이 회수불능으로 종결됐다. 국내 K사도 연대보증인 개인파산과 기업 폐업으로 채권이 소멸돼 관리종결 처리됐다.

무보는 2023년 7월부터 국외채권에 대해 타 추심기관에 재의뢰하는 교차검증 체계를 도입하고, 국내채권도 관리채권 축소와 회생채권 집중관리, 전문가 확보 등 회수율 제고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3조 원이 넘는 미회수 채권이 방치된 상황이다.

최근 5년간 임직원 성과급 총액 현황. 자료 한국무역보험공사. 김원이 의원실. 
최근 5년간 임직원 성과급 총액 현황. 자료 한국무역보험공사. 김원이 의원실. 

이런 가운데 무보는 최근 6년간 총 136억 원의 성과급을 집행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채권 회수 관리보다는 내부 성과에 치중했다는 비판이다.

김원이 의원은 "무보는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국가 보증기관임에도 보유 채권의 70% 이상이 회수불능 상태라는 것은 관리체계의 심각한 허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대형·장기 채권의 사전심사 강화, 회수 가능성 정밀진단, 등급관리 고도화 등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설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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