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침 무시하고 규정까지 바꿔…산업부 기관 중 유일
규정 두 차례 개정하면서도 예외조항 신설 '눈속임'
권향엽 "전수조사 통해 복리후생 규정 일괄 정비해야"

한국가스공사. 사진 공사. 
한국가스공사. 사진 공사. 

한국가스공사(이하 가스공사)가 정부의 영어권 학자금 지원 금지 지침을 어기고, 10년간 영어권 국가로 파견된 직원 자녀들에게 수억원대의 학자금을 편법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두 차례나 내부 규정을 개정하면서도 예외조항을 신설·유지해 정부의 관리·감독을 사실상 무력화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의원이 가스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2014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해외 파견 직원 자녀에게 총 56억 7,349만원의 학자금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 7억 3,234만원(13%)은 호주와 캐나다 등 영어권 국가 파견직원 자녀에 대한 학자금 지원으로, 정부 지침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2013년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방만경영 정상화계획 운영지침’(현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을 제정해 공기업의 해외파견 직원 자녀 학자금은 ‘공무원 수당 규정’에 따라 지급하도록 했다. 공무원 수당 규정은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영어권 국가 학교에 다니는 자녀에 대해서는 학자금 지급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가스공사는 자체 ‘해외근무자 복리후생 관리지침’을 개정하지 않은 채 영어권 파견 자녀에게 학자금을 계속 지원했다.

2019년 감사원이 한국석유공사의 영어권 파견 자녀 학자금 지원을 감사한 뒤, 가스공사는 2020년 1월에서야 규정을 개정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영어권 학자금 지원을 사실상 가능하게 하는 예외조항을 신설했다. 유치원 학자금은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지원부서장 승인 시 영어권 학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문구를 넣은 것이다.

이후 기재부와 감사원의 지적이 이어지자, 가스공사는 2023년 11월 다시 규정을 고쳐 ‘지원 부서장 승인’ 예외조항은 삭제했지만, 유치원 지원 예외는 그대로 남겼다. 더 나아가 규정 개정 이후에도 유치원뿐 아니라 공립학교 자녀에 대한 학자금 지원이 2024년까지 계속됐다.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의원.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의원. 의원실. 

권향엽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을 전수 조사한 결과, 영어권 파견 자녀 학자금을 지원하고 공무원 수당 규정과 다른 예외조항을 둔 기관은 가스공사가 유일했다.

권향엽 의원은 “정부 지침을 무시한 학자금 지원도 모자라 규정을 고치는 척하며 예외조항을 둔 것은 정부를 농락하는 행태”라며 “이번 기회에 정부 지침과 다른 복리후생 조항을 전수 조사해 일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설인호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