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사업, 6년 만에 연간 흑자 달성 목전
'무인기' 중심으로 투자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과정을 밟으며 '메가 캐리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무인기' 사업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며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국내 항공운항사 중 유일하게 항공기 제작부터 정비, 무인기 개발 및 성능 개량 사업까지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데 따라 본격적으로 글로벌 종합 항공우주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이다.
20일 대한항공의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4717억원, 영업이익 16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1%, 영업이익은 151% 증가했다.
이 같은 실적 상승세는 대한항공의 항공우주 사업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는 덕분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들어 군용기 정비 역량을 바탕으로 LIG넥스원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방위사업청의 UH-60 성능개량 사업을 수주했으며 전자전기 개발 사업에서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사업 규모는 각각 8300억원, 1조8000억원에 달한다.
그 결과, 202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5년 연속 적자였던 대한항공의 항공우주사업이 올해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대감이 커지는 중이다. 대한항공 측은 "항공기 생상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어 올해 연간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동성이 높은 여객 사업의 비중을 줄이는 한편 통합으로 인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매각 등에 따른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이 필요한 시점인 가운데 대한항공이 오랜 기간 쌓아온 항공기 제작·정비 노하우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항공우주 사업 주도권 잡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대한항공의 항공우주 사업은 크게 항공기 기체(구조물 설계·제작·납품), 군용기 MRO(유지·정비·보수), 무인기 개발·제조 세 가지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도 특히 '무인기' 사업에 방점을 두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글로벌 안보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방산 분야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항공우주 사업을 확대하고자 무인기 양산으로까지 발을 넓히는 중으로, 소형 드론부터 대형 무인기까지 다양한 플랫폼을 양산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국내 저피탐 무인기 개발 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저피탐 무인기 핵심 기술인 스텔스 형상 설계 기술, 다중대역 전파흡수구조 기술, 선택적 전파투과막(FSS) 레이돔 기술 등을 확보하고 AI(인공지능) 파일럿 기술을 개발해 임무 자율성능과 군집비행 제어능력을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저피탐 무인 편대기(LOWUS)' 기술력이 주목받고 있다. LOWUS란 무인기 여러 대가 편대를 이뤄 핵심 전력인 유·무인기 주변을 정찰 및 감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무기체계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진행하는 저피탐 무인 편대기 과제를 통해 유인기와 무인기를 복합 운용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라며 "오는 2027년 국내 최초의 유·무인 전투기 복합체계를 공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력 사업은 중고도 무인기(MUAV)다. MUAV는 자동 이착륙과 자율 임무 수행 능력을 갖춘 전략급 기체로, 정찰·감시 등 다목적 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고도 6~13km 상공을 날며 100km 밖 지점의 고해상도 영상을 촬영할 수 있어 군사용과 민간용, 파생형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밖에 지난달 열린 아덱스(ADEX) 2025 등 주요 방산 전시회에서도 다양한 무인기 기술을 선보이는 한편 앞선 9월에는 부산에서 '2025 대한항공 무인기 기술교류회'를 열고 SW(소프트웨어)와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자율 무인기의 개발 방향에 대해 산·학·군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및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8월 미국 스타트업 안두릴과 협력해 자율형 무인기의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양사는 MOU(업무협약)를 체결해 한국 내 생산 거점 구축 가능성을 검토하는 한편 유·무인 복합 전투 플랫폼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파블로항공과는 '군집 AI' 분야에 손을 잡고 여러 대의 드론이 자율적으로 협동 비행하는 기술을 심화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최근에는 방위사업청이 공모한 무기체계 부품 국산화 개발 지원 사업도 수주했다. 개발 기간은 2028년 9월까지며 정부 지원금을 포함한 연구개발비는 약 230억원이다. 해당 수주를 통해 대한항공은 아음속 무인표적기 기체, 조종·통제 장비, 발사대 등 핵심 구성품을 국산화하고 현재 한국 해군이 다목적훈련지원정에서 운용하는 해외 구매 표적기를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그간 쌓아온 기술력과 양산 역량을 바탕으로 무인기 플랫폼의 국방 자주화와 방산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항공우주 사업 핵심 거점으로는 부산을 낙점했다. 창사 이후 처음으로 AI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해 무인기 양산과 군용기 성능 개량, 항공 구조물 제작 등 신규 사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2200억원을 투자해 새 공장도 짓는다.
앞서 올해 4월에는 1조2000억원을 투자해 경기 부천시에 미래항공교통(UAM) & 항공 안전 연구개발(R&D) 센터'를 건립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은 바 있다. 해당 R&D센터는 축구장 10배 크기에 달하는 규모로, 2027년 착공해 2030년 5월 가동을 목표로 한다. 센터가 완공되면 석·박사급 인력을 포함해 1000여 명이 상주하는 항공 R&D 및 교육 복합단지로 탄생할 예정이다.
주요 시설로는 무인기연구센터를 비롯해 운항훈련센터, 안전체험관 등으로 구성된다. 이 무인기연구센터에서는 미래 전장에 대비한 무인기 소프트웨어(SW) 및 AI 연구를 진행한다.
대한항공의 항공우주 사업이 6년 만에 연간 흑자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투자와 역량 강화를 바탕으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투자증권 최고운·황현정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과점적 1위 지위는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며 "기단 현대화와 항공우주·방산 사업 확대 등 질적 성장에 집중하며 (경쟁사들과) 격차를 더욱 벌려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