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항공운송에서 상공안보까지 책임
방사청 수주 연이어 쾌거…존재감 확대 지속

대한항공 보잉 747-8F 항공기.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 보잉 747-8F 항공기.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이 항공운송 기업의 틀을 벗어나 'K방산 기업'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항공운송과 운송에 필요한 항공기 제작을 넘어 군 전력에 사용될 수 있는 무인기, 헬기, 드론 등을 제작하고 방위사업청의 사업을 따내는 등 방산 분야에서 경쟁력을 드러내는 중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방사청이 공모한 무기체계 부품 국산화 개발 지원 사업을 수주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28년 9월까지 다목적훈련지원정용 조종·통제 콘솔 등 4종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대한항공은 아음속 무인표적기 기체, 조종·통제 장비, 발사대 등 핵심 구성품을 국산화하는 것으로, 이는 현재 우리 해군이 다목적훈련지원정에서 운용하는 수입 무인표적기를 대체하게 된다. 또 국산화된 무인표적기는 향후 공군에도 도입될 예정이다.

대한항공의 기술력이 상공 안보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그간 항공운송 부문에서 오랫동안 강자로 자리매김해왔던 대한항공이 이제 'K방산'까지 책임지려는 모습이다.

대한항공은 여객과 화물 운송 사업을 주로 담당해왔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이후에는 국내 유일의 FSC(대형항공사)로서 전세계 다수 노선을 운영하며 여객 운송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보잉과 약 103대 규모의 초대형 항공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운송 역량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화물사업 부문도 대한항공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으로, 국제 화물 노선을 중심으로 23대의 전용 화물기(B747-8F, B747-400F 등)를 운영하며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튼튼한 운송사업을 기반으로 대한항공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는 한편 미래 먹거리로 방산 부문에 과감히 나서며 상공 안보 영역까지 진출하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이 기존에 항공기 정비·성능 개량 부문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던 점에 따라 향후 방산 분야 MRO(유지·보수·정비)에서도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가 모이고 있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군용 MRO 사업에서의 F-4, F-5, F-15 등 다수의 창정비·보수 사업 수행실적을 바탕으로 향후 미국과 한국에서의 수주 확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열린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ADEX(아덱스) 2025'에서 대한항공은 단독 부스를 마련하고 헬기 및 특수 임무기의 성능 개량 역량을 강조하며 MRO 능력과 무인항공기(UAV) 체계를 결합한 '종합 방산 솔루션 제공자'로서의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앞서 무기체계 부품 국산화 개발 지원 사업뿐만 아니라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다른 사업도 연이어 따내며 기존 방산기업들의 경쟁상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방산기업 L3해리스,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 자회사 엘타(ELTA)와 협력해 방사청의 '항공통제기 2차 사업' 수행 업체로 선정됐다. 항공통제기 4대를 오는 2032년까지 공급할 예정이다.

항공통제기는 고성능 레이더가 탑재돼 주요 목표물을 탐지·분석하고 군의 작전을 지휘·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해당 사업에서 대한항공은 캐나다 항공기 봄바디어의 글로벌 6500 4대를 구매해 L3해리스에 제공하고 1·2호기 공동개발과 3·4호기 국내 개조를 담당한다.

이밖에도 LIG넥스원과 협력해 방사청의 블랙호크(UH-60) 헬기 성능개량 사업과 차세대 전자전기 체계 개발 사업 입찰에 참여해 사업자로 선정된 상태다. 국내 유일의 항공기 체계 종합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의 경쟁에서도 이겼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지난 50여 년간 축적한 기술력과 인프라로 우리 군의 첨단 전력 확보에 앞장서고 나아가 대한민국 방산 산업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방산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대한항공의 방산기업 도전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여객운송사업의 위기로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이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는 화물사업 확대를 추진하면서 위기를 극복했던 것처럼 이번 방산기업으로의 역량 강화도 새로운 성장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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