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채용비리 휘말려 노사대치
금융권이 채용비리와 지배구조 문제 등으로 안팎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다음 주 연달아 주주총회를 개최, 연임 등 주주들의 심판을 앞두고 있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오는 22일 신한금융지주를 시작으로 23일 KB금융·하나금융지주가 30일 농협금융지주가 주총을 잇달아 열고 회장연임, 노조 추천 사외이사, 신규 사외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논의한다.
우선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주총 안건으로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보수한도 승인 등이 상정됐다.
신임 사외이사로는 김화남 제주여자학원 이사장, 최경록 ㈜CYS 대표이사, 박병대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등 3명이 이사회의 추천을 받은 상황이다.
KB금융지주는 윤종규 회장이 채용비리에 직접 연루돼 노사간 극렬한 대치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중이다. 이에 명분을 확보한 노조추천 사외이사 안건이 주총을 통과할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사회 내 회장후보추천위원회와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정관변경 ▲3명의 신임 사외이사 추천을 비롯해 노조의 주주제안에 따른 정관변경 ▲사외이사 선임 등 총 8개의 안건이 상정됐다.
업계 안팎으로 시선을 끄는 노조추천 사외이사 후보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의 경우 이번 주총서 주주승인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 윤 회장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질타를 받는 상황에서 사외이사가 경영자의 비위사실을 감독해야 한다는 명분을 확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KB노조가 지난해 11월 임시주총에서 하승수 변호사를 추천했지만 부결된 바 있어 표대결 양상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KB금융 이사회가 주주제안 안건에 반대 의사를 공시했고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사(ISS)도 반대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에서 안건으로 상정된 것 중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김정태 회장의 연임과 1인 사내이사 체제로의 복귀다.
하나금융 이사회는 이달 초 김 회장, 김병호 부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3인 체제로 운영하던 사내이사를 김 회장 단독 체제로 개정하는 안을 주총 안건으로 올렸다. 안건이 통과되면 김 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은 실로 막강해진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셀프연임’ 논란으로 금융당국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하나금융회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으로 노조와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농협금융지주의 경우 평온한 주총을 열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안팎에선 김용환 회장의 경우 채용비리 문제에서도 자유로운 상황이고 경영실적 역시 나쁘지 않아 연임을 확정지을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가장 변수가 많은 곳이 KB와 하나금융이 아니겠느냐”며 “이들의 경우 채용비리 문제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인데다 KB의 경우 노조추천 사외이사 안건을 들고 나온 상황에서 노사가 대립하고 있다는 점 등 연임여부는 뚜겅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