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민선 교육감 선거에 부쳐①

김원태 학교시민교육 전국네트워크 전 공동대표
김원태 학교시민교육 전국네트워크 전 공동대표

“청소년인 나는 민주시민이 될 수 없습니다.”

차별없는 사회를 추구하는 한 청소년이 최근 모 언론사에서 쓴 글입니다.  한 때 중등학교 사회과 교사였고, 학교 시민교육에도 관심이 많았던 필자는 그 글을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그 학생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받는 차별의 많은 사례를 들며 우리 사회의 차별은 여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학교는 청소년이 겪는 차별에 대해 당연한 것이라 느끼도록, 그리고 모든 것에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길들이는 교육을 한다.” 18세라고 밝힌 이 학생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교사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상담 교사에게 "담임선생님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있으니 도와주세요."라고 부탁드렸지만 "선생님이 설마 그러시겠어."라는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때는 체육교사와 학생지도부 부장교사에게서 생활지도라는 명분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되묻었습니다. “학교, 교사는 이야기한다, 교육의 한 과정이라고, 조금만 참으면 된다고. 이러한 교육 과정을 거쳐 청소년이 민주시민으로 자랄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필자는 무어라 답할 수 있을지 먹먹하고 답답했습니다. 

그는 학교 내의 차별은 물론이고 가정, 길거리, 정부기관, 금융기관, 집회 장소 등에서 차별은 일상적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하면서 다음과 같은 글로 기사를 마무리하였습니다.

“나도 스스로의 삶을 대변하는 시민으로 살고 싶다. 이러한 사회가 보장된다는 것은 분명 나만을 위한 일이 아닌 사회에서 소외 받아온 자,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자들 모두가 소외받지 않는 세상, 시민으로 인정받는 세상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차별이 없는 세상은 청소년의 존재를 인정하며 함께 저항하는 것을 시작으로 올 것이다.”

우리의 학교는 어떻게 민주시민교육을 하고 있나요?

“차별이 없는 세상은 청소년의 존재를 인정하며 함께 저항하는 것을 시작으로 올 것이다.”라는 외침은 반가우면서도 기성세대인 저를 참 면목 없게 만듭니다. 지난 20여 년 간 여러 권위 있는 연구기관이 발간한 보고서에서 학교 민주시민교육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보고합니다. 

하나, 학교에서의 불일치의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학교의 문화는 비민주적이며, 민주시민교육 내용이 국가교육 이념이나 목적과 일치하지 않으며, 교수 학습에 있어 교육내용과 방식이 일치하지 않는다. 이론과 실천 그리고 인지와 정의 사이의 불일치가 심각하고, 비판적 시민을 육성하기 보다는 순응적 시민을 만들고 있다.

하나, 사회과 도덕과의 교과내용은 실제 생활세계와 일치하지 않으며, 교과 지식과 태도의 불일치, 심지어는 체제 유지의 도구화로 이용되기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하나, 분과 학문 교육과정에서 담당하지 못하는 사회적 문제 해결에 학생들이 시민으로서 주체적으로 인식하거나 참여하는 태도를 갖지 못한다. 

우리 교육의 현주소는 그 당시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학교는 지금도 “부자되세요.”, “가만히 있으라.”라며 학교 시민인 학생들을 무능력자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야 한다.”고 여기저기서 난리입니다. 우리 청소년들의 생각과 사고는 선진 외국에 비해 어떠할까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에 발표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삶의 모습은 전직 사회과 교사를 더욱 부끄럽게 만듭니다. 

OECD가 내놓은 대한민국 청소년의 선진 외국 대비 교육 수준
OECD가 내놓은 대한민국 청소년의 선진 외국 대비 교육 수준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이나 학교폭력 비율이 높은 이유가 짐작이 갑니다. 그러면서 안타깝습니다. 대부분의 조사대상국이 OECD에 가입한 36개의 나라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늘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OECD에서 우리나라가 탈퇴했으면 좋겠습니다. 전 세계에서 60~70위가 차라리 ‘OECD 가입국 중 꼴찌’보다 훨씬 나아 보입니다. 그런데 60~70위가 될 거라고 장담을 못하겠습니다. 청소년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해 주는 정도를 나이 기준으로 따지면 세계에서 200위 정도가 될 것입니다. 우리 청소년들의 총체적인 삶의 수준은 몇 위쯤으로 생각하시나요?

이번 6·13 지방선거에 또 출마한 진보 교육감들은 잘 알 것입니다. 지금의 교육 환경에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우리 청소년의 삶의 수준은 독일 등 유럽이 교육의 기본으로 삼는 민주시민교육을 적극 수용했을 때 개선될 수 있습니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교육을 감행하려는 전국 교육감 후보들의 선전을 기대합니다. 당신들이 대한민국 미래의 희망을 여는 홀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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