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이 정상을 돌아갈까? 의문형의 질문은 해방 후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위원회(반민특위) 등 근·현 대사의 수레바퀴를 보면 이내 회의에 빠지게 된다.

친일 반민족행위자들은 역사 속에 숨어들었고 현대사를 주도하기도 했다. 반민족의 행위자에 대한 진상조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적으로 진행형이나 흐지부지, 용두사미였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 변호사)가 70년대 이후 검찰권 남용 의혹이 있는 5가지 사례를 2차 조사 대상으로 선정, 검찰에 진상을 규명하도록 했다. 현재 조사 중인 박종철 고문치사와 김근태 고문은폐 등 8건의 1차 사건을 포함할 경우 과거사조사는 13건으로 늘어난 셈이다.

과거사위의 2차 조사 권고 사건은 장자연 리스트를 포함해 ▲춘천 강간살해 사건(1972년)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1990년) ▲KBS 정연주 배임 사건(2008년) ▲용산지역 철거 사건(2009년) 등을 2차 사전조사 대상 사건 목록에 올렸다. 이들 사건은 처리 과정에서 검찰권 남용 의혹 등이 불거진 바 있다. 

신인배우 장자연이 자신의 집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지난 2009년 3월 당시 성남시 분당서울대학교병원고인에 차려진 고인의 빈소. / 뉴시스
신인배우 장자연이 자신의 집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지난 2009년 3월 당시 성남시 분당서울대학교병원고인에 차려진 고인의 빈소. / 뉴시스

먼저 장자연 리스트 사건은 장씨가 지난 2009년 유력 인사들의 술자리 접대를 강요받았다는 취지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당시 장씨는 단역 배우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장씨 사건은 이른바 소위 '리스트'가 불거지면서 의혹이 거세졌다. 장씨가 단순히 우울증 등 개인적인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아니라 성 접대 요구, 욕설 및 구타 등을 당해 왔다는 내용의 문건이 세간에 알려진 것이다.

이 리스트에는 재벌 그룹의 총수, 방송사 프로듀서, 언론사 경영진 등의 이름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조사에도 장씨 소속사 대표만이 처벌받았을 뿐 유력인사들에게는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숱한 의혹만 남긴 채 명확한 사실 규명 없이 사건이 종결되면서 논란은 이어졌다. 최근 진상을 밝혀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자 수가 20만명을 넘어서는 등 주목받았다.

어린이 세계에서 널리 알려진 온라인 게임의 하나가 포켓몬스터다. 몬스터는 생김새가 괴상한 사람이 아닌 생명체를 이르는 말이다. 흔히 괴물 또는 괴수, 잔악무도한 인간을 부를 때 쓰는 말이다. 인면수심(人面獸心),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으나 마음은 짐승과 같다는 뜻으로 장씨 사건은 인면수심의 잔악한 몬스터 권력사회의 비윤리적인 테러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이어왔다.

몬스터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괴물 또는 괴수다.

 장자연씨 자살사건은 잔악한 몬스터 권력사회가 자행한 

테러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이어왔다.

춘천 강간살해 사건은 정원섭씨가 1972년 춘천에서 경찰 간부의 딸(당시 10세)을 성폭행한 뒤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당시 법원은 정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1987년 모범수로 석방되기 전까지 정씨는 15년 2개월간의 옥살이를 해야 했다. 출소 후 1999년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 기각돼 대법원까지 재항고했으나 2003년 12월 결국 기각됐다.

정씨는 2005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진실규명 신청 등 절차를 거친 뒤인 2008년에야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당시 재심 재판을 진행한 춘천지법은 "수사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고 공소사실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무죄 판결은 2011년 확정됐다. 정씨의 사연은 영화 '7번방의 선물'로 재탄생해 다시 주목받았다.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은 1990년 1월 부산 사상구 엄궁동 갈대밭에서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현장에서 별다른 흔적이 발견되지 않으며 수사는 장기화했다. 

사건 발생 2년이 지나서야 용의자들이 검거됐다. 살인범으로 지목된 장동익·최인철씨는 이 사건 판결로 21년 옥살이를 한 뒤 2013년 풀려났다. 

이들은 그간 조사 과정에서 고문이 있었고, 이에 따른 허위 자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맡았던 사건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2009년 1월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용산철거민 사망과 관련 참석자들이 이명박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집회를 갖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정연주 전 KBS 사장 배임 사건은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린 사건 중 검찰권 남용이 의심되는 사건 중 하나다. 

정 전 사장은 2005년 KBS가 세무당국을 상대로 한 법인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KBS의 승소가 확실해 2448억원을 환급받을 수 있음에도 556억원만 돌려받기로 합의, 회사에 1892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2008년 8월 불구속기소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2년 "업무상 배임의 고의를 가지고 조정에 임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정 전 사장은 같은 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무효 청구소송에서도 최종 승소한 바 있다. 

용산 지역 철거 사건은 이명박정부 시절이던 2009년 1월20일 새벽 서울 용산 재개발 지역의 한 건물에서 점거 농성을 하던 철거민을 경찰이 제압하는 과정에서 옥상 망루에 불이 붙어 농성자 5명과 경찰관 1명이 숨진 사건을 말한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2009년 농성자 20명, 용역직원 7명을 재판에 넘기면서 과잉 진압 논란이 있었던 경찰 전원을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 처분 이후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 진상조사단'은 "철거민들에 대해선 가혹한 수사로 일관했고 경찰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부여했다"며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를 요청한 바 있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검찰의 과거 인권침해나 검찰권이 남용됐다고 의혹이 제기된 사건을 조사대상으로 선정해 진상 규명과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 사항을 '권고'하는 활동을 한다.

조사 주체는 대검 진상조사단이다. 조사단은 위원회가 선정한 사건을 조사한다. 부실수사의 의혹의 중심인 검찰이 거듭 태어나야만이 진상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  

우리가 영어를 공부할 때 과거분사와 현재분사를 구분한다. 과거분사는 능동형의 현재분사와 달리 피동형이다. 과거에 피동형으로 조사, 부실 수사라는 의혹을 받았던 사건이 현재의 능동형으로 파사현정(破邪顯正)할 지, 비정상적 과거사가 정상적 현대사로 재정립할 지 지켜볼 일이다. 검찰이 권력 독과점의 몬스터였거나 몬스터에 기댔던 빙의가 더 이상 아님을 보여줄 때,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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