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구 전 흥사단 사무총장
홍승구 전 흥사단 사무총장

민주당의 경기도지사 후보와 여배우 간의 스캔들이 지방선거전에서 화두다. 남녀 간의 사생활을 굳이 문제 삼을 일은 아니지만 고위 공직 후보자가 거짓말을 하거나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려 했다면 작은 문제가 아니다. 도지사 후보와 여배우의 사귐은 주장이 서로 다르니 유권자들이 사실을 정확하게 알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토요일 경기도 유권자인 필자는 가족과 함께 제7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의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투표소를 향하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주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일꾼에게 힘을 보태는 한 표의 행사에 이렇게 힘이 든 적은 없었다.

차기 경기도지사를 투표하는 도장은 불과 일주일 전의 생각과 달리 다른 당의 번호로 향했다. 투표한 출마자가 당선되면 행정가의 진면목을 보여줄 것이라는 판단에 의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를 공천한 당을 믿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기도민이 어찌 나 혼자일까? 주권자의 존재를 무력하게 하고 가치 판단을 어렵게 만든 상황은 누구로부터 나온 것인가?

정당의 대변인이 다른 당을 비판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 있다. ‘당리당략에 따라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저버리고 있다’이다. 남북 정상 회담과 드루킹 사건에서 자한당과 민주당이 주고받는 말이기에 익숙하다.

정치의 꿈을 달성하거나 당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려는 사람은 정당에 당원으로 가입한다. 당원은 동시에 주권자인 국민이다. 당의 결정이 국리민복을 위한 것이라면 두 말할 필요가 없으나 그것이 국리민복을 훼손하다면 당론에 따라서는 안될 것이다. 당의 이익보다는 국민의 이익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민주당 지도부의 처신이다. 사실에 대해 확인하려는 노력보다는 무조건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고 옹호하고 있다. 민주당은 집권여당이다. 지지율이 50%를 넘을 정도로 국민들로부터 유례없는 지지와 기대를 받고 있다. 그것은 민주당이 당의 이익보다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라는 국민의 명령이고 염원이다. 이를 저버리고 도지사 자리를 더 갖기 위해 자당 후보의 문제에 눈을 감아서는 안된다. 사실 확인은 어렵지만 합리적 의심은 가능한 상황이다. 적어도 중립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다. 왜냐하면 문제가 당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후보에게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당에서 후보를 무조건 옹호하다가 나중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권력자는 남보다는 자신에게 더 엄격해야 한다. 집권여당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민주당의 집권은 민주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이명박근혜의 불법을 탄핵한 촛불의 힘에 의한 것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대통령의 노력에 의한 것이지 민주당의 기여에서 온 것이 아니다. 진영논리에 따라 자기편의 문제에 침묵하고 상대편의 옳음을 배척한다면 지속성을 가질 수 없고 역사 발전에 기여할 수 없다.

시대정신과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어느 정당이 걸어 놨다는 벽보 내용,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우리도 그래서 망했다.’는 깊이 새겨야 할 좋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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