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고위급 접촉을 재개한 남북이 24일 현재 14시간의 밤샘 마라톤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회담에서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과 대북확성기를 겨냥한 포격도발에 대한 북측의 사과와 재발방지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남북간 입장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1차 접촉 때보다도 협상이 더 장기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전날 오후 3시30분부터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북한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및 김양건 조선노동당 비서를 만나 이틀째 고위급 접촉에 들어갔다.

양측은 협상을 시작하고 약 14시간이 지난 24일 오전 5시30분 현재까지도 회담을 계속하며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한 조율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앞서 양측은 지난 22일 오후 6시30분께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첫 접촉을 시작해 9시간45분간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3일 동안 두 차례 밤샘협상을 거의 24시간 가까이 진행하고서도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회담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은 지난 4일 발생한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과 20일 서부전선 포격도발과 관련한 남북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두 차례 회담에서 북측은 지뢰 및 포격 도발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우리 군의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우리 측은 북한이 일련의 도발을 감행했음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한편,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확성기를 통한 대북심리전 방송의 경우도 북한의 도발이 근본원인인 만큼 성의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전날에 이어 또다시 재접촉을 모색하거나 아예 협상 결렬이 선언돼 남북대치가 한층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남북이 두 차례나 장시간의 고위급 회담을 가진 만큼 빈 손으로 돌아가는 것은 양측 모두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일정 부분의 합의는 도출될 것이란 조심스런 전망도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북한이 도발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 대신 남북관계의 긴장 상태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우리측이 이를 받아들이는 수준의 합의가 나올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북한은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 사건과 2002년 2차 연평해전 등 과거에도 주체를 생략한 유감 표명을 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그동안 북한의 도발에 대한 타협이라는 악순환을 끊자고 수차례 강조해 왔고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대한 국민적인 반감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의 두루뭉술한 유감표명선에서 문제를 마무리 짓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양측이 이견을 보이는 현안을 다른 형태의 회담을 통해 재논의키로 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먼저 해소하고 추후 관계개선의 여지를 남길 가능성도 대두된다.

하지만 이 경우 역시 남북 갈등의 원인이 된 도발 문제는 뒤로 미뤄둔 채 적당히 봉합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 우리측에게는 부담이다.

북한의 도발 외에 이산가족 상봉과 5·24조치 해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합동군사연습, 금강산관광 재개 등의 현안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전날 새벽 협상 정회를 알리는 남북 합의문을 통해 "이번 접촉에서 쌍방은 최근 조성된 사태의 해결방안과 앞으로의 남북관계 발전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며 북한의 도발 뿐만 아니라 다양한 남북간 현안이 논의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경제사정이 매우 어려운 북한은 외화벌이와 투자유치를 위해서 대북 투자·지원 사업을 금지한 5·24 조치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측은 5·24 조치 해제의 경우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금강산 관광 재개는 관광객 총격 피살사건의 재발방지 대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이산가족 상봉은 박 대통령이 지난 광복 70주년 경축사에서 남북 이산가족 명단의 연내 교환 등을 제안하는 등 우리측에서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반면 북한은 5·24 조치 해제와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북이 여러 현안을 놓고 주고받기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만일 양측이 공감대 형성에 성공하더라도 합의안의 문구 조정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일 수 있어 더욱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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