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개점 연기 통보를 무시, 지난 4월 30일 하남점 개업을 강행했다. 송도점에 이어 두번째다. 벌금과 과태료 몇 푼만 내면 되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미 FTA에 규정된 투자자 기업 직접 소송제도(ISD). 이는 코스트코가 대한민국의 법과 소상공인을 가소롭게 여기는 가장 큰 뒷배다.

우리 헌법 119조 제2항에는 경제민주화 조항이 규정돼 있다. 과연 우리나라의 하위 법들이 경제민주화의 정신을 제대로 살리고 있는지 의문이다. 소상공인들과 상생을 저버리고 그들을 벼랑길로 모는 적폐의 법들은 하나 둘이 아니다.

껍데기에 불과한 유통법과 상생법

먼저, 유통법에 규정된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에 대한 법적인 구속력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유통법 제8조 제1항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영업을 시작하기 전에 지자체에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등록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법적인 구속력을 규정하고 있지 않아, 대형마트가 형식적으로 작성해 제출하더라도 정부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유통법 시행령에 상권영향평가서를 작성하는 방법과 목차까지 규정하고 있지만, 대형마트들은 관행처럼 엉터리 서류를 작성해 제출하고 있다.

상권영향평가서는 대형마트 진입으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될 소상공인의 손해금액을 추정하고, 이를 근거로 피해보상 협상에 착수하기 위한 기초 자료이다. 하지만, 자료가 엉터리이니, 원만한 사업조정을 기대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할 것이다. 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이다.

둘째, 상권영향평가서의 등록 시점이 영업 개시 이전으로 규정돼 있어 대형마트의 개점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자체가 대형마트가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까지 다 지어놓은 상태에서 개점을 불허한다는 것은 대형마트의 개점을 등록제로 유지하고 있는 한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소상공인들은 대형마트의 영업개시를 전제로 협상에 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건축허가 또는 토지매입 이전에 사업조정절차에 착수할 수 있어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반경 3㎞ 이내 조항과 피해가 예상되는 대상 업종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다. 가구판매 등의 업종은 반경 20㎞도 협소하다고 판단된다. 복합쇼핑몰이 들어서게 되면 세탁소를 비롯해 콩나물이나 두부를 생산해 팔던 소상공인들도 피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업종과 피해대상 범위도 대폭 확대시켜야 할 것이다.

넷째, 상권영향평가서 작성주체가 대형마트라는 점은 모순이다. 대형마트 입점 등록을 허용한 주체는 지자체이기 때문에, 피해를 유발한 원인제공자, 즉, 지자체가 피해영향조사를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FTA 체결 시 정부가 FTA 체결로 인해 피해를 보는 농어민이나 중소상공인들에 대한 피해영향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상권영향평가서도 허용 주체가 주도해야 한다.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식’의 현행 규정은 개정돼야 마땅하다.

부가가치세법과 관세법, 내국 사업자 역차별 논란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법 27조 6호에, ‘거주자가 받는 소액물품으로서 관세가 면제되는 재화’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를 면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상공인을 벼랑길로 모는 적폐적인 반 경제민주화 법은 하나둘이 아니다. @스트레이트뉴스
소상공인을 벼랑길로 모는 적폐적인 반 경제민주화 법은 하나둘이 아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4년 4월 ‘독과점 소비재 수입 개선방안’을 발표했고, 2015년도에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입 독과점 완화 및 소비자 후생증진을 위한 공산품 대안 수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정부는 식·의약품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한 전 품목에 대해 네거티브 방식으로 배송업체의 간략한 송장만으로 신속하게 통관을 허용하는 목록통관 제도를 도입했고, 소액 관세 면세한도를 물품가격 150불(미국200불)로 상향 조정했다.

정부는 한 술 더 떠 간략한 송장만으로 특송업체가 대리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한, 인천공항 내 특송화물 전용 물류센터와 코트라(KOTRA)의 해외 공동물류센터를 수입업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혜택까지 부여했다.

이런 점을 이용해 네이버를 비롯한 대형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들은 구매대행 사업에 사업역량을 집중했다. 쇼핑몰에 직구관을 따로 꾸며놓고, 미국에서 사업자들을 모집해 건강식품과 패션물 등을 대규모로 공급하고 있다.

직구 소비자들은 온라인 쇼핑몰에 통상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고, 문 앞까지 상품을 배송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들은 엄밀한 의미의 구매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직구로 위장해 외국상품판매업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짙다. 제도적 허점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구매대행으로 위장을 했기 때문에, 상품 하자 보증 등에 대한 책임도 없다. 이들에게 이처럼 좋은 사업 기회가 또 있을까?

이런 파격적 혜택에 직구는 몇 해만에 수 조원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국세청은 국내 사업자들이 부가가치세 체납 시 지체 없이 통장압류 등의 제재 절차에 들어가는데, 외국사업자들은 관세는 물론 부가가치세조차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자국 사업자를 역차별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직구품목에 대해서는 특송업자가 송장만으로 대리신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직구사업자들은 관행적으로 저가로 신고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관세청이 200불 초과 여부를 판단할 근거가 없어 부가가치세가 줄줄이 새고 있다는 의혹이 강하다. 일부 사업자의 거래패턴을 보면, 구매대행이 아니라 상품매매업으로 과세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몇 해 전부터 지하철 상가나 로드샵에 패션업을 비롯해 수많은 소상인들이 급속히 폐업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도대체 자국사업자보다 외국사업자를 우대하는 이런 나라가 또 있을지 모르겠다. 부가가치세법과 관세법의 개정이 시급한 이유이다.

박근혜 FTA로 설땅 잃은 소상공인

우리 국회는 2015년 11월 30일 한·중 FTA를 비준 처리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는 한·중 FTA서명이후, 2015년 내 한·중 FTA 발효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가 1조천 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볼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국회를 압박했다.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무역조정 지원에 관한 법률’ 제 4조 제4항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고용노동부장관은 종합대책을 수립하기 위하여 필요하면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으로 인하여 입었거나 입을 것이 확실한 피해와 무역조정의 실태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2015년 6월 산업통상자원부는 ‘대한민국 정부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간의 자유무역협정 영향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보고서는 2015년 5월 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을 포함한 4개 국책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한·중 FTA 영향평가’라는 용역보고서를 기초로 작성되었다.

정부 보고서 3쪽을 보면, ‘한·중 FTA체결 후 10년 동안 제조 및 서비스 부문에서는 53,964명의 고용창출이 예상되지만, 농수산 분야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160명의 고용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농수산 시장 개방 충격 최소화를 위해 발효 이후 10년간 4,783억원을 지원하는 보완 대책을 수립한 상태라고 밝히고 있지만, 영세 중소상공인 분야의 산업별로 예상되는 손해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후, 산업연구원은 피해영향조사와 관련된 보고서를 2016년 1월에 발표했다. 배 떠난 후에 보고서가 발표된 것이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소상공인에 대한 체계적인 DB의 구축과 운영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소상공인에 대한 피해조사에 필요한 기초자료조차 준비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소상공인 산업별 피해조사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는 점을 자인한 것이다.

피해영향조사조차 실시하지 않았으니, 적절한 보완대책이 나올 수가 없었던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정부는 마땅히 해야 할 의무는 이행하지 않은 채 권리만을 주장했던 것이다.

FTA 체결 후 농업분야에서 10년간 사라질 일자리 숫자를 어떻게 단 단위까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는지 분석방법의 정밀함에 대해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영세 중소상공인의 산업별 피해 영향 평가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신남방정책의 일환으로 아세안 국가들과 FTA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최소한 소상공인 피해영향조사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통계와 DB라도 빨리 만들어야 할 것이다.

소상공인 생계 위협법 바로잡는 게 경제민주화

우리 헌법 119조 제2항에는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 규정된 경제민주화 정신에 반하는 관련법들은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상생을 향한 경제민주화는 구호가 아닌 실천궁행이어야 한다. 문 정부에 등을 돌리는 ‘이영자(이십대-영남-자영업자) 현상’은 순간 모면의 대증요법으로 절대 풀 수 없다. 소상공인을 벼랑길로 내몬 박근혜 정부의 제도와 정책의 개악을 원점으로 돌려놓는 상생 의지의 실천이 그 해법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