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 넘어 '기업 생존 문제' 인식 대두
경영활동 통한 사회적 책임까지 실현
글로벌 ESG펀드·국민연금 등 큰 관심
기업지배구조원 "ESG경영, 필수 전략"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글로벌 기업들이 과거처럼 경제적 가치에만 몰두했던 경영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효율을 최우선 가치로 뒀던 과거와 달리 환경(Environment)·사회적 책임(Social)·지배구조(Governance)(통칭 ‘ESG’)를 기업경영에 포함시키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ESG경영이 필수적인 가치라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한 CSR(사회적 책임,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CSR은 기업이 보편적인 사회의 일원으로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의미하며 ESG는 이러한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기 위한 요소 혹은 이슈라고 보면 된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ESG 이슈를 고려한 경영인 ‘ESG 경영’을 하게 됐다. 코로나19의 대확산으로 ESG 경영 이슈는 더욱 가속화하고 되고 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여론과 함께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주요국가들이 ESG를 기업 평가의 척도로 삼으면서 새로운 무역장벽이 되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은 다음해 3월부터 역내 모든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ESG 관련 공시를 의무화한다. 이는 EU 역내에서 활동하는 역외 금융사도 포함된다.

ESG 관련 공시는 우리나라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진성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평가팀장은 “국내에서도 (ESG 관련 공시는) 가능하다. 지금도 상장기업 중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회사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가 의무로 정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는 모든 상장기업에게 점차 의무화될 예정”이라며 “한국거래소는 지배구조 뿐만 아니라 환경과 사회, 즉 ESG 공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에서 ESG 관련 공시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해외에서도 시도되고 있는 ESG 정보의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ESG 경영은 단순히 무역장벽, 제재의 의미로만 적용되지는 않는다. 해외 투자기관들이 기업의 ESG 경영을 평가해 투자를 결정하는 추세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ESG 투자’로 부르는데 투자기관이 기업에 대한 평가와 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 회사의 재무구조나 수익성 뿐만 아니라 ESG 요소를 고려하는 사회책임투자 방식이다.

UN도 2006년에 'UN책임투자원칙'을 제정하면서 이를 지지하고 장려하고 있다.

김진성 팀장은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 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Alliance)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ESG와 관련된 투자(sustainable investing)는 30조 달러를 넘었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도 펀드를 비롯해 ESG와 관련된 투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세계적인 규모의 기관투자자인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스트리트 등과 같은 투자자들은 ETF 시장을 중심으로 ESG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미국 및 유럽의 주요 공적 연기금들도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은 기업사회책임 촉진, 사회책임투자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투자자의 사회책임투자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영국, 호주, 스웨덴, 프랑스, 독일 등이 이에 해당된다.

우리나라도 국민연금기금이 공공자금을 투자하는 데 사회적책임을 다하도록 ESG 고려규정을 마련했다.

김진성 팀장은 “우리나라도 국민연금의 경우, 2022년까지 책임투자 적용 자산군 규모를 기금 전체 자산에서 약 50%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2021년부터 ESG 통합전략을 국외 주식과 국내 채권 자산에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 점유율이 단일 기관으로는 최대로, 보유 의결권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서 “동시에 국민연금의 투자방향은 다른 공적 연기금과 대형 자산운용사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민연금의 ESG 투자는 상장기업과 투자시장에 분명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금융투자업계(IB)에서는 45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기금이 ESG를 적극 활용한다면 국내 자본 시장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에서도 ESG 경영 강화가 전반적인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대세로 ESG경영 강화가 떠오르고 있다”면서 “기업 안팎에서는 비환경, 비인도적인 사업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렇듯 ESG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국내 기업들도 비인도적 무기 생산, 환경 파괴 등의 이슈 사업에 대해 철수 가능성마저 점치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해당 기업의 ▲주주 구성(해외 자본, 국내 연기금 등) ▲ESG 경영에 대한 실행 의지와 수준 ▲사업 활동과 소비자 접점 정도 ▲회사 핵심 가치와 비윤리적 이슈 사업과의 연계 정도 등이 ESG와 관련된 요소다.

김진성 팀장은 “해당 고려요소가 많을수록 비윤리적 이슈 사업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회사 핵심 가치와 비윤리적 이슈 사업과의 연계 정도’에 해당되지 않는 사업이라면 철수는 시기의 문제일 뿐 가능성은 매우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계 안팎에서는 국내 기업의 ESG경영 강화가 해외의 시선과는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단순히 선언에만 그치고 실질적으로 사업을 접는 등 움직임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ESG경영 강화가 단순히 해외 투자금 유치만 노린 일회성 이슈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기업이 ESG경영 강화를 위해서는 큰 변화를 수반해야 하는 상황으로 일회성으로만 진행하기란 쉽지 않다고 본다.

김진성 팀장은 “ESG 경영은 해외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만 선택하기에는 너무 큰 변화를 선택해야 한다. 단적인 예를 들더라도 환경은 설비 투자와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사회는 근로자 인권 및 안전보건 수준 개선, 지배구조는 이사회의 독립성 및 역할 강화, 내부통제 강화 등 많은 변화와 개선이 필요하고, ESG 이슈는 이외에도 다양하게 있다”고 했다.

특히 김 팀장은 ESG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영역도 확장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ESG 경영에 대해 해외 투자자뿐만 아니라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따라서 ESG 경영은 보다 많은 기관투자자들의 관심 영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ESG 경영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적인 경영 전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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