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여성들의 자립을 돕는 푸드 비즈니스

㈜오요리아시아의 이지혜 대표 ⓒ자치와협동

글 : 김푸르매 기자

아시아 여성들의 자립을 돕는 푸드 비즈니스

㈜오요리아시아의 이지혜 대표는 2008년부터 사회적기업 오가니제이션을 운영하며 푸드 비즈니스를 통해 청소년, 결혼 이주여성 등 취약계층의 자립을 돕는 방안을 고민해왔다.

오가니제이션에서 결혼 이주여성들이 자국의 요리를 선보인 곳이 홍대 앞에서 인기를 끌었던 아시안 푸드 레스토랑 ‘오요리아시아’다. 2012년, 이지혜 대표는 결혼 이주여성들의 자립에 더 집중하기 위해 ㈜오요리아시아를 독립법인으로 분리했고, 2013년에는 네팔에 카페 ‘미티니(Cafe Mitini)’를, 태국에 레스토랑 ‘치앙마이 오요리’를 오픈했다. 그리고 지난 해 11월, 5년간 운영한 홍대 오요리아시아를 접고 북촌(가회동)에 스페인 레스토랑 떼레노를 새로 열었다.

취약계층 여성들의 자립을 돕는 비즈니스 모델로 ‘음식’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여성들, 특히 결혼한 여성들에게 음식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아시아 각국의 길거리에서 음식을 파는 이들도 대부분 엄마들이잖아요. 경제적 자립을 위한 수단으로서 푸드 비즈니스는 여성들에게 심리적 장벽이 가장 낮은 사업 모델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하나, 음식은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훌륭한 수단이에요.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도 음식을 함께 먹다보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소통을 하게 되지요.” ㈜오요리아시아의 주요 사업은 글로벌 소셜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며 직업훈련과 고용을 통해 국내에서는 이주여성들을, 해외에서는 가난한 아시아 여성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결혼 이주여성들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최근에는 주로 싱글 맘들과 일하고 있어요. 이주여성들과 일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동료의식입니다. 이주여성들을 무조건 보살펴주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것은 그분들의 자립에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보다는 한국인들과 똑같이 교육받을 기회를 주고, 똑같은 월급을 지불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싱글 맘으로 살아가는 이주여성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경제적 자립 그리고 남편 없이도 이곳에서 한국인으로 서 아이를 키우며 스스로 살아갈 수 있다는 정신적 자립이니까요. 물론 아이를 키우면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배려합니다. 하지만 떼레노의 주방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들에게는 모두 해당되니 이것 역시 이주여성들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혜택은 아니지요.

사실 쿼터제를 통해 이주여성들을 고용하고 있지만 저희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것은 굉장히 힘들어요. 자신의 역할도 확실히 잡아야 하고요. 청담동의 파이닝 레스토랑에 계시던 분들과도 함께 일해야 하고, 정직원으로서 젊은 한국인 인턴들의 교육도 담당해야 하지요. 하지만 이런 요인들이 오히려 우리와 함께 일하는 이주여성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같습니다.”

네팔 여성들의 직업훈련과 바리스타로 일하는 네팔 여성들 ⓒ자치와협동

좋은 상품을 제공하는 좋은 기업

떼레노는 ㈜오요리아시아가 처음으로 문을 연 파이닝레스토랑이다. 다른 파이닝 레스토랑들에 비해 가격은 저렴한 편이지만, 시각장애 체험관 ‘어둠속의 대화’가 위치한 건물 한 층에 널찍하게 자리 잡은 레스토랑의 분위기는 고급스럽고, 두바이, 스페인 등의 파이닝 레스토랑에서 일했던 신승환 셰프가 선보이는 요리는 일품이다.

“그동안 이 일을 하면서 배운 점은 두 가지예요. 첫째, 좋은 일을 하는 기업은 좋은 상품을 제공해야한다. 지갑을 여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 앞에서 냉정해질 수밖에 없어요. 만족스럽지 못한 상품을 제공하면 소비자는 기업을 외면하고, 결국 함께 일하던 사람들도 지치게 돼요.

둘째, 취약계층의 자립을 돕는 일은 최고의 전문가들과 함께 해야 한다. 직업훈련과 고용을 통해 취약계층의자립을 돕고 그들과 함께 소비자들에게 좋은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해요. 아마추어들이 좋은 뜻만 가지고 우왕좌왕하면 그들의 자립을 돕기는커녕 자칫 상처만 안겨줄 수도 있어요.”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희망을 말하는 글로벌 소셜 프렌차이즈

㈜오요리아시아에서는 앞으로 국내외 아시아 여성들의 자립을 위해 창업지원에도 나설 계획이다. 홍대 오요리아시아에서 오랫동안 함께 했던 결혼 이주여성은 이곳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토대로 오요리아시아의 새로운 프렌차이즈 레스토랑 오픈을 준비 중이다. 나아가 ㈜오요리아시아는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소셜프랜차이즈 사업에도 더욱 더 주력할 거라 했다.

“한국 사회의 빈곤은 상대적 빈곤이지만, 아시아 지역의 빈곤은 절대적 빈곤입니다. 더 절실하게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우리 영역을 넓히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일의 기반이 되는 국내 사업을 탄탄하게 닦아놓아야 해요.”

문을 연 지 어느덧 3년이 된 네팔의 카페 미티니는 이제 한국인이 없이도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이 되었고, 그곳에서 3년 동안 일한 바리스타는 미티니의 새로운 프렌차이즈 카페 창업을 준비 중이라 했다. 태국에서는 지난해 2월 건물주가 바뀌면서 문을 닫은 치앙마이 레스토랑을 대신해 방콕 떼레노가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사회적기업으로서의 가치와 역량을 인정받은 ㈜오요리아시아 현재 대방동에 위치한 서울여성플라자의 위탁운영도 맡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에서 5년 동안 운영했을 정도로 규모가 큰 공공시설의 위탁운영을 사회적기업이 맡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오요리아시아의 떼레노는 기업이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면서 좋은 상품(음식과 서비스)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멋진 모델이다. 스페인어로 ‘떼레노(Terreno)’는 ‘대지’라고 한다. 모든 음식이 탄생하고, 모든 생명이 태어나고, 모든 희망이 피어나는곳.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희망을 말할 수 있는 파이닝 레스토랑에 참 잘 어울리는 이름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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