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언론매체에서 '은어'로만 취급받던 '영끌'이라는 단어가 최근에는 마치 보통명사처럼 흔하게 쓰이고 있다. 무시무시한 부동산 폭등세에 이어 주식까지 3천대를 찍은 시기, 너도나도 재테크에 몰려드는 상황을 묘사하기에 이만큼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싶다.

'영끌'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단어중에는 '줍줍'도 있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쓸만한 매물을 줍는다는 뜻이렸다. '개미'들은 오늘도 '가즈아'를 외치기 바쁘다. 반면 이도저도 아니고 기회를 놓친 누군가는 지금쯤 키보드에 'ㅠㅠ'(눈물)를 입력하고 있을 지 모르겠다. 아니면 '지금이라도'를 외치고 있을까?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지금 이 시간에도 실시간으로 각종 부동산주식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 독자들은(혹은 투자자들은) 오늘도 열심히 그 정보들을 '줍줍' 중이다.

현란할 정도로 어지로운 정보들 중에는 참으로 질긴 생명력을 가진 바이러스도 숨어있다. 호흡기가 아닌 눈과 귀로 전염이 되는 이 바이러스의 이름은 바로 '가짜뉴스'다.

최근 우익성향의 모 웹툰작가가 자신의 SNS에 조작된 사진을 올렸다 허둥지둥 삭제한 일이 있었다. 해당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교묘하게 조작한 것으로, 문 대통령의 답변 능력을 비하하고 무능함을 부각시키고자 하는 악질적인 의도가 엿보인다.

그런가 하면 엊그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옥중에서 '삼성 전자를 해외로 이전하라'고 지시했다는 가짜뉴스도 유포됐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DNA가 조작돼 신체가 조정당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도 나왔다.

버젓이 간판을 내건 언론사도 예외가 아니다. 현대·기아차와 애플의 협업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실어나르는가 하면, 국내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가 테슬라에 음원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헛발질까지 나왔다. 오죽했으면 여당에서 '가짜뉴스 대응팀'을 만들고 입법화까지 논의하겠는가.

얼마전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인터넷신문협회가 언론윤리헌장을 선포했다. 전문가들이 반 년 넘게 다듬어 내놓은 이 헌장의 첫 문항은 '진실추구'다. 언론인이라면 지극히 당연히 지켜야 할 윤리가 새삼 강조된 것은 그만큼 가짜뉴스가 횡횡하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것이리라.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연일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를 강조하고 있다. 언론이라는 '사회적 공기' 속에 파고든 '가짜뉴스와의 거리두기'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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