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화석연료 의존도가 여전히 지나치게 높으며, 경쟁사와 달리 이산화탄소 배출 노력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각) "삼성전자의 화석연료 의존이 투자자에 갈수록 큰 위험이 되고 있다"며 "탈(脫) 탄소화 노력에서도 경쟁자인 애플이나 대만 반도체 업체 TSMC에 뒤처졌다"고 전했다. 

FT는 "고객과 각국 정부 등이 점점 더 저탄소 공급망을 요구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경쟁사처럼 (탄소 감축)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미래에 '시스템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투자 분석가나 투자자들이 경고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은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 가입 여부에서도 드러난다. RE100이란 2050년까지 사업장의 사용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제적인 캠페인이다.

애플과 TSMC, SK하이닉스 등 삼성전자의 주요 경쟁사는 이미 모두 RE100에 가입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 RE100에 가입하지 않았다. 한국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배치된 삼성전자 생산시설은 소비전력의 80% 이상을 여전히 석탄, 가스 등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네덜란드 자산운용사 APG의 박유경 APAC 책임투자·거버넌스 대표는 "애플은 글로벌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상당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이 같은 노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은 '우리는 제조회사이고 물건을 팔면 거기서 책임은 끝난다'고 생각하는 것 같으며, 이는 20세기 비즈니스 모델이자 경영 철학"이라고 지적했다. 

FT는 한국의 국가 에너지 독점과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 등도 삼성전자가 탈 탄소화에 소극적인 배경으로 꼽았다. 국제에너지지구(IEA)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은 G20 국가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이 둘째로 낮은 국가였다. 한국보다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낮은 나라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뿐이었다. 

영국의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도 지난해 한국의 발전량 중 태양광과 풍력 비중이 4.7%로 세계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고 발표했다. 유니 리 엠버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모든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을 몰아줘도, 삼성전자의 세계 전력 소비량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2020년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약 2만9532t으로 노르웨이 전체와 비슷한 수준이다. 

삼성전자도 탄소 감축을 위해 노력 중이다. 삼성전자는 한국과 베트남은 아니지만, 미국·유럽·중국의 모든 사업장에서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달성했다. 또한, 이르면 올해 안에 세계 모든 사업장에서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RE100에도 가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전자가 애플처럼 직접적인 제품 생산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와 물류, 제품 폐기 등 모든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스코프3(Scope3)' 적용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FT는 꼬집었다. 

[스트레이트뉴스 유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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