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물이 가득 차 오른 반포자이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 모습.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지난 8일 물이 가득 차 오른 반포자이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 모습.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지난 이틀간 서울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신림과 강남 일대 등이 큰 침수 피해를 겪었다. 특히 반지하집으로 물이 차거나 도로의 맨홀 뚜껑이 열리는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며 안타까운 사고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 가운데 반포와 서초 등의 고가 아파트 단지의 지하주차장 곳곳도 물에 잠기면서 서울에 침수 방지 설계가 제대로 된 곳이 있느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비가 멈춘 이날(10일) 찾은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아파트' 단지는 침수 피해를 회복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지난 8일과 9일 반포자이 아파트는 물에 잠긴 지하주차장 모습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오며 이름이 거론됐다.

온라인상에 사진이 뜬 4번 게이트(Gate)의 경우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들 몇 대가 입구에 세워져 있고, 다른 차량들이 이용할 수 없게 입출구에 안전띠가 둘러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보면 바닥이 아직 축축하고, 물이 빠지는 배수 통로에서는 쉼없이 물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주차장은 물이 다 마르고, 단지 입주민들의 차들이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모양새를 보였다. 청소 근로자 몇 명이 물기를 닦고 물동이를 옮기는 등 뒷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한 근로자는 "몇몇 구간을 제외하고 복구 작업이 거의 다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물이 차 올랐던 반포자이 지하주차장 입구. 차량 출입을 통제하는 띠가 둘러져 있다.
지난 8일 물이 차 올랐던 반포자이 지하주차장 입구. 차량 출입을 통제하는 띠가 둘러져 있다.
출입이 통제된 지하주차장 내부. 바닥에 아직 채 마르지 못한 물기가 남아있다.
출입이 통제된 지하주차장 내부. 바닥에 아직 채 마르지 못한 물기가 남아있다.
깊은 안 쪽에도 출입통제 띠가 둘러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폭우에 지하주차장이 잠긴 서울 고가 아파트 단지는 반포자이 아파트뿐 아니라 여럿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경우 누수 현상이 발생하며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겼고,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는 지하주차장 입구까지 물이 차 있는 사진이 온라인상에 게시됐다.

이 같은 상황에 부실시공 논란도 불거졌다. 준공연도가 10년 안쪽에 초고가 브랜드 아파트라 안전시공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탓이다. 다만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부실시공 보다는 강수 처리용량이 기준치를 넘어 발생한 일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다수다.

지하주차장의 경우 외부로부터 빗물이 들어오면 빗물 펌프를 통해 지상으로 물을 빼내게끔 설계돼 있는데, 이때 펌프가 감당 가능한 용량이 따로 있다. 이는 설계 당시 해당 지역의 최근 몇 년간의 강수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정된 용량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틀간 서울에 내린 비는 80여 년만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라 펌프가 처리할 수 있는 기준 용량을 넘겨 지하주차장의 물이 제때 빠지지 못하고 차올랐다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엄청난 폭우라 해당 단지에 설계된 펌프로는 감당이 어려웠을 수 있다"며 "지하주차장을 설계할 때는 최근 몇 년간의 평균치를 기준으로 처리 가능한 강수량을 정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지하주차장 침수 피해를 겪은 반포자이 아파트의 경우 시간당 180~190mm의 빗물을 처리할 수 있는 펌프가 설계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8일 강남 지역에 내리기 시작한 시간당 비 116mm를 소화할 수 있는 용량이다. 그러나 빗물이 빠져야할 외부 배수로에 쓰레기나 각종 오염물들이 자리해 배수로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서울시 배수로 정비에 대한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하천홍수 및 도심침수 관련 대책회의'를 주재하며 "향후 이런 기상이변이 빈발할 것으로 보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과거에 준비했다가 시 행정권이 바뀌면서 추진하지 못했던 배수조와 물을 잡아주는 지하터널 등도 광범위하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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