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25, 버터 없는 버터맥주 판매로 경찰고발
"고래밥에는 고래 들었나"… 업계 당혹감 커

GS25에서 판매되는 버터맥주(블랑제리뵈르)
GS25에서 판매되는 버터맥주(블랑제리뵈르)

정부가 ‘버터 없는 버터맥주’에 대해 제조사와 판매사를 경찰에 형사고발하면서 업계의 당혹감이 포착됐다.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3일 제조사인 부루구루에 블랑제리뵈르(버터맥주) 대한 1개월 제조정지를 사전 통보했다. 또 부루구루를 비롯해 판매사인 버추어컴퍼니, GS리테일을 경찰에 고발했다.

버터를 넣지 않았으면서 '뵈르'라는 제품명을 쓴 것이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이런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뵈르는 프랑스어로 버터를 뜻한다.

관련 법에 따르면 원재료 이름을 제품명으로 사용하려면 해당 원재료를 제조나 가공 시 실제로 사용해야 한다. 식약처는 이 조건이 프랑스어 명칭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에 실제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합성착향료만으로 맛 또는 향을 낸 제품의 제품명에 원재료명 또는 성분명 다음에 '맛'자를 사용해서도 안 된다. 소비자가 제품에 실제 원재료가 들어있는 것으로 오인·혼동할 수 있기 때문에 '향'을 써야 한다.

이에 블랑제리뵈르에 대해서는 버터맥주가 아니라 '버터향맥주'로 홍보나 마케팅이 펼쳐져야 한다는 뜻이다.

블랑제리뵈르는 지난해 4월부터 국내 유명 백화점의 팝업스토어(임시매장), 주류전문점 등 300여 개 점포에서 판매됐다. 맥주에서 버터향이 나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버터맥주로 불리며 인기를 얻었고 한때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제조사 측은 정부에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업체는 상표에만 '뵈르'(버터)를 썼을 뿐 성분명에 표기하지 않았고 버터로 광고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GS25에서 품절 대란을 나타난 블랑제리뵈르의 버터맥주 4종. GS리테일 제공
GS25에서 품절 대란을 나타난 블랑제리뵈르의 버터맥주 4종. GS리테일 제공

유통사인 GS리테일은 정부의 판단에 다소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블랑제리뵈르맥주는 지난해 4월부터 팝업스토어와 주류전문점 등 300여 점포를 통해 판매돼 블로그 등 SNS에서는 이미 '버터맥주'로 불리고 있었다”면서 “GS리테일은 지난해 9월 해당제품의 첫 판매를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를 차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상품의 컨셉과 특징을 담아 닉네임을 붙이는 것은 유통업계에서 고객과 소통을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라며 “당사가 고객을 속이기 위해 '버터맥주'라는 용어를 고의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GS25 뿐만 아니라 다른 편의점 업체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GS25 뿐만 아니라 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편의점들은 여러 업체와 협업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재미를 높인 ‘B급 감성’ 마케팅을 적극 펼치고 있다. 진라면, 파리바게트, 죠리퐁, 곰표 등 소비자의 관심이 높은 분야와 협업해 마케팅을 펼치는 식이다.

다른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활성화 차원에서 PB제품을 적극 판매하는 상황”이라면서 “편의점 업체 입장에서야 문제가 있는 제품을 팔지 않으면 되는 상황이겠지만 중소 제조사는 당장 문을 닫아야할 상황까지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래밥’에도 고래가 들어가지는 않는다. 이런 수준의 마케팅이 위법하다는 판단이 내려진다면 유통사 입장에서는 마케팅을 펼치지 말라는 이야기 밖에 안된다”라면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형사고발보다는 광고문구 시정조치나 제품 라벨 교환 정도의 조치를 내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편의점 업계는 블랑제리뵈르의 사례로 논란이 커진 만큼 광고·마케팅 문구나 제품 라벨 표시에 대해서 다시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보인 만큼 문제를 사전에 방어하기 위해서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콜라보 마케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례로 주류 마케팅이 자칫 청소년에게 음주 친화적인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국감에서 “주류업계는 청소년에게 친근한 식품, 생필품, 캐릭터, 게임 등과 함께 콜라보레이션하는 주류 마케팅을 활발히 하고 있다”며 “청소년에게 음주에 대한 친화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조현장 건강증진개발원장은 “신주류 마케팅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협업 상품이나 연예인을 동원한 새로운 마케팅이 앞서가면 저희가 뒤따라가는 상황”이라면서 “현재 이 부분에 대한 규제 법안도 없고 예산도 많지 않아 애로사항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주류 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 개선도 고민해보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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