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물류망 혼란에 따른 각종 비용 상승과 함께 나타난 다양한 문제로 위기에 처했다. 본지는 창간 11주년을 맞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놓인 기업의 위기 상황을 진단하는 한편,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신사업 발굴과 기존 사업 보완 등 다양한 해결방안을 살펴본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연구개발(R&D) 콘트롤타워인 남양연구소 전경.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연구개발(R&D) 콘트롤타워인 남양연구소 전경.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전 세계가 전동화(전기구동력 활용) 시대에 본격 접어들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는 1000만대를 돌파한 상태로, 올해는 여기서 더 증가해 140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IEA는 지난 2017년 370만대에 불과했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오는 2030년 2억300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완성차기업들 역시 이 같은 흐름에 발빠르게 탑승, 타국보다 빠른 전동화를 꾀하면서 전기차 사업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가운데 전동화와 함께 나아가 소프트웨어 중심의 SDV,  자율주행차, 목적기반차량(PBV) 등 더욱 확장된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적극 추진, 관련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정부 역시 지원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3일 '자동차부품 산업전략 원탁회의'를 열고 '미래차 전환 및 수출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미래차 핵심 기술 관련 전문인력 양성과 자동차부품 수출 확대 및 글로벌 공급망 진입에도 정부와 완성차업체, 유관기관이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산업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전동화, 지능화, 자율주행 등으로 대표되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모빌리티 혁명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부품업계의 대응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쾌속질주 중인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3개사를 중심으로 신기술·신사업,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오는 2025년까지 4년 동안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한다. 대규모 투자를 국내에 집중함으로써 '그룹 미래 사업 허브'로서 한국의 역할과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우선 미래 성장의 핵심축인 전동화 및 친환경 사업 고도화에 주력, 이 분야에 3개사는 총 16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순수 전기차를 비롯해 수소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전동화 및 친환경 전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 국내 순수 전기차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서 PBV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혼류 생산 시스템 점진적 구축, 기존 공장의 전기차 전용 라인 증설 등을 추진하고 핵심 부품 및 선행기술, 고성능 전동화 제품을 개발하고 연구시설 구축 등에 집중 투자한다.

이와 함께 로보틱스,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기술 개발 및 신사업의 체계적인 추진을 위해 8조9000억원도 투자한다. 완성차를 넘어 '인류를 위한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SDV(Software Defined Vehicle) 개발 체계 조기 전환 및 소프트웨어(SW)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룹 소프트웨어 역량 개발을 주도할 '글로벌 SW 센터'를 국내에 설립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역량이 향후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판단, 글로벌 SW 센터의 조속한 출범으로 시장 변화에 적시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SW 센터 구축의 일환으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및 모빌리티 플랫폼을 개발해 온 스타트업 '포티투닷(42dot)'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SW 센터 구축하고 그룹 내 역량을 신속하게 결집해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글로벌 SW 센터는 내부 인재 양성을 강화하는 것에 더해 적극적으로 외부 인재 영입 및 대외 협력을 추진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며 SDV 개발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최적의 고객 맞춤형 솔루션 구현을 목표로 소프트웨어 역량을 단계적으로 고도화한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차량 제어기, 라이다와 카메라 등 센서를 비롯해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시 비상상황을 대비한 리던던시(Redundancy, 이중안전기술) 시스템 등 레벨4 자율주행 요소기술 개발에 속도를 높인다.

현대모비스의 'FALD on 25 wide screen HUD(로컬디밍 헤드업 디스플레이)'. 현대모비스 제공
현대모비스의 'FALD on 25 wide screen HUD(로컬디밍 헤드업 디스플레이)'. 현대모비스 제공

특히 자율주행과 관련해서는 현대모비스가 IVI(Infortainment,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 부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CES 2023에서는 차량 운전석에서 조수석까지 이어지는 34인치짜리 초대형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접혔다 펴졌다 움직이며 칵핏 속을 들락거리는 '통합 칵핏 스위블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각종 주행정보는 물론 3D 내비게이션과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대화면에 구현, 본격적인 자율주행차 탑재를 기대하게 한다.

하이엔드 디스플레이의 상징과도 같은 FALD(Full Array Local Dimming·풀어레이 로컬디밍) 기술을 차량용으로 구현한 '로컬디밍 HUD(헤드 업 디스플레이)'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뇌파 기반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엠브레인(M.Brain)'도 선보였다. 

이밖에도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요소 기술인 V2X(Vehicle to Everything)와 5G 통신 기술을 잇따라 확보했다. 이 같은 통합 솔루션 기반 조성에 더해 차량용 근접인식 반응형 팝업 디스플레이 '퀵메뉴 셀렉션', 신개념 '글러스터리스 HUD' 등 IVI 관련 다양한 세계 최초 선행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래 신사업·신기술과 전동화 투자는 물론 기존 사업에 대한 지속 국내 투자로 차별화된 제품과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대전환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KG 모빌리티 역시 새로운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전동화, SDV, 자율주행차, Cloud(클라우드) 기반의 AI 시스템 구축 등 모빌리티 기술 분야에 집중해 나갈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량 내부 고속 통신과 OTA(Over The Air, 무선통신) 차량용 통합 OS 적용 등을 위해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클라우드 및 IT 기업들과의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또 고성능 제어기 개발을 시작으로 통합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 및 클라우드 시스템 개발을 거쳐 SDV 기반의 전기자동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다양한 기능과 앱을 빠르게 적용하기 위해 개방형 통합 OS 기반의 SDK(Software Development Kit,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를 개발해 무료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러한 개방형 SDK를 통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와 일반 개인이 자유롭고 빠르게 전용 앱을 개발해 판매 및 공유할 수 있는 앱 생태계를 조성해 나갈 방침이다.

더불어 OTA와 주요 모빌리티 기술 적용을 통해 고속도로에서 레벨3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추진할 예정이며 레벨4 수준의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개발해 2030년까지 레벨4+ 수준의 전기차 자동 주차 및 충전 단계로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앞으로 새로운 자동 차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맞춘 전동화 모델 개발과 SDV, 자율주행차, 클라우드 기반의 AI 등 모빌리티 기술 분야에 집중해 미래 모빌리티 동반자로서 존경받는 기업, 자랑스러운 회사로 성장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제너럴모터스)도 자율주행 및 SDV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현재 커넥티비티 서비스 '온스타'를 도입할 예정으로, 온스타가 국내 도입될 경우 주행보조 시스템의 정확도가 높아지거나 SDV 시장 대응에 나설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제공이 가능할 전망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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