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영역 파고드는 인뱅...디지털 전환 서두르는 전통은행
느슨해진 중저신용자 지원 부담…당국, 과점화 깨기 위한 목줄 풀기(?)

지난해 흑자전환을 통해 본격적인 경쟁모드에 진입한 인뱅 3사. 연합뉴스 제공.
지난해 흑자전환을 통해 본격적인 경쟁모드에 진입한 인뱅 3사. 연합뉴스 제공.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중심으로 지방은행과 정책금융이 균형을 이뤄 온 은행권 과점화 구도를 깰 메기로 기대를 모아온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뱅)이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시동이 늦게 걸린 듯한 느낌은 있지만 지난해 기존 인뱅 3사가 모두 흑자 기조로 돌아서고 당국이 그간 설립 취지를 근거로 목줄을 죄던 중저신용대출 비율을 완화하면서 본격적인 수익찾기에 나선 탓입니다. 제4인터넷은행 출범도 검토되는 가운데 은행 과점깨기에 목소리를 높여온 당국이 인뱅을 촉매로 활용할 가능성이 대두됩니다.

연초 대출 차주들의 이자부담을 낮춰주기 위한 주택담보대출 대환을 통한 머니무브가 예상을 넘는 인기를 끄는 가운데, 인뱅들의 선전이 눈에 띕니다. 오프라인 지점 운영 등의 부담이 없어 금리 경쟁력이 높은 탓에 갈아타기에 나선 고객들의 시선을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5%대 이자를 부담하던 차주 입장에서 현재 3%대 중반 수준의 금리를 제시하는 인뱅들의 손짓은 매력적입니다. 전통은행들도 낮은 금리를 제시하고는 있으나 10~20bp 차이가 차주 입장에선 커보이는 상황입니다. 특히 다음달 26일이면 이미 예고된 바와 같이 전세대출에 대해서도 DSR을 적용하는 등 대출 기준이 더 빡빡해지는 만큼 그 전에 갈아타려는 움직임이 거센 것도 한 이유입니다.

인터넷은행 출범 초기 전통 은행들은 이들 은행에 지분을 넣으며 변화상을 지켜봤습니다. 국민은행이 카카오뱅크에 지분투자 했고, 우리은행이 케이뱅크에, 하나은행이 토스뱅크에 지분을 두고 변화를 지켜봤습니다.

전통 은행들의 반응은 초반 “놀랍다”에서 점차 “기존 은행과 다를바 없네”로 변해갔습니다. 초기엔 개발자 입장에서 전통은행이 시도하지 않는 방식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다 보니 적지 않게 전통은행에 자극을 준 부분도 있지만 이내 이를 흡수해갔고, “더 이상 배울게 없고 오히려 가르쳐줄 것만 많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실제로 KB국민은행 등은 당초 천명했던 ‘장기 동반자론’이 수면 아래로 내려가며 지분을 5% 밑으로 내렸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분위기가 조금 달라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전통은행의 텃밭이었던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의 인뱅 약진이 그렇습니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인뱅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지난해 주담대(전월세대출 포함) 잔액은 연말 기준 26조6383억원으로 2022년 말 대비 11조455억원(70.8%)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4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담대 잔액은 418조3276억원에서 431조9299억원으로 13조6023억원(3.3%) 증가에 그쳤습니다. 시장 내 점유율 규모가 15배 넘게 차이가 나는데 늘어난 규모가 비슷하다는 게 놀라움의 핵심입니다.

인뱅들은 설립 취지에 중저신용자 지원이라는 꼬리표가 붙습니다. 매년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를 설정해 이를 달성하도록 금융위원회가 독려하고 있습니다. 초반 우량고객 중심으로 손쉬운 영업에 매진하자 당국은 추상같은 불호령을 내리며 매년 중저신용대출 목표를 지키도록 하고 있습니다. 매 분기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공시하도록 해 언론이 이를 감시해왔습니다.

대출 규모가 큰 인뱅이 좀더 목표가 낮고, 후발주자가 좀더 높은 목표를 부여받지만 어쨌든 이 목표를 맞추기 위해 전체 대출 규모를 늘리는데 제한이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연말께 당초 목표에 많이 미달하면 인뱅들은 일시적으로 우량고객 대출을 중단하면서까지 이 비율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조가 최근에 조금 누그러지는 분위기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인뱅 3사의 중저신용대출 목표는 카카오뱅크(30%), 케이뱅크(32%), 토스뱅크(44%) 였지만 이를 달성한 곳은 카카오뱅크 뿐이었습니다. 올해는 아예 3사 공인 목표를 30%로 통일해 부담을 더욱 낮춰줬습니다. 그만큼 우량고객대상 영업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늘어나는 셈입니다. 기업공개를 선언한 케이뱅크나 토스(비바리퍼블리카) 입장에서는 희소식입니다.

주담대 대환 대출 실적은 구조적으로 인뱅에서 전통은행으로 넘어가는 사례는 찾기 어렵습니다. 다시말해 전통은행은 수익성이 줄어들고 인뱅은 수익이 늘어나는 과정이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4대은행을 포함한 은행권은 지난해 상생금융을 이유로 2조원 대의 지원금을 갹출해야 했습니다. 이를 나눠 지난 4분기부터 반영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어닝쇼크가 발생하게 돼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여기에 아직 현재진행형인 홍콩ELS 불완전판매 이슈까지 불거지며 주가가 더욱 하락했습니다. 홍콩ELS 판매잔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우리금융이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인 것, 중국 정부가 급락한 증시를 살리기 위해 자금을 투입한다는 뉴스가 나오자 금융주들이 다시 반등하는 이유입니다.

인뱅들에겐 여러모로 기회가 커지고 있습니다.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이 많은 저축은행들이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대출을 줄여 보험사와 인뱅으로 고객이 가는 풍선효과도 있고, 대출잔액 규모를 과거 대비 줄이려고 하는 기존은행들의 움직임도 인뱅 입장에선 희소식입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인뱅이 비즈니스 라인업을 확대하고 정부가 그 목줄을 풀어주는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마냥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되고 있다”며,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에서 부동산PF 등에 대한 충당금 이슈, 상생에 대한 기대 등이 뒤섞이는 가운데 인뱅의 성장이 또 다른 고려사항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4대은행은 그룹 시너지를 위한 디지털전환을 위해 연초부터 수퍼앱 경쟁이 한창입니다. KB국민과 신한은 이미 월간활성이용자(MAU)가 1000만을 넘어선지 오래고 우리금융도 작년 말 기준 820만을 넘어 1000만을 향해가기 위해 올해 11월 수퍼앱 출시를 목표로 뛰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하나원큐를 통해 계열사 기능을 한데 모았던 하나금융도 비금융 서비스 강화를 통해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전통은행의 디지털화와 인뱅의 기존금융 침투가 새로운 관심거리가 되는 가운데 제4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 이야기도 솔솔 나옵니다. 이전부터 여러 차례 진출을 검토하던 현대해상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중입니다. DGB대구은행도 조만간 시중은행 전환을 완료한다는 각오로 뛰고 있습니다. 올해는 이래저래 은행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있을 것 같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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