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력·경제력 갖춘 '액티브 시니어' 증가세
패션 플랫폼 가입·이용자도 5070세대 늘어

시니어모델 선발대회. 현대백화점 제공
시니어모델 선발대회. 현대백화점 제공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경제력·소비력을 갖춘 고령층이 늘어나면서 패션업계가 관련 수요 잡기에 분주해지고 있다.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로 불리는 젊은 5070세대가 패션에 민감한 2030세대 다음으로 패션업계 큰손이 돼가는 모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패션기업은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5070세대를 위한 제품들을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시니어 모델을 기용하는 등 고령층 수요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같은 이유는 시대가 변하면서 이전처럼 중장년·노년 등 시니어세대가 자식에게 재산을 전부 물려주고 사회적으로 뒤로 빠지는 것이 아닌 은퇴 후 경제력을 갖추고 능동적으로 소비·여가생활을 향유하며 사회활동에도 적극 나서는 '액티브 시니어'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1955년부터 1963년 사이 태어난 베이비붐세대의 본격적인 은퇴가 이어지면서 시니어층을 정의하는 범위가 기존 50~60대에서 최근 70~80대까지 확대되는 추세이기도 하다. 이들 세대는 외부활동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패션에 관심을 두게 되고 이같은 흐름이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트렌드모니터가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서 옷을 구매할 의향이 있는지 조사한 결과, 60대의 53.0%가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20대(59.2%)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밖에 30대와 40대는 각각 48.6%, 46.8%로 60대보다 낮았으며 50대는 49.4%로 3040보다 높았다. 자본력을 갖춘 액티브 시니어층을 패션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8.96%로, 전년 대비 5% 늘어났다. 국제연합(UN)이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기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하고 있는데 한국은 현재 이에 근접한 상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우리나라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가 고령층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어 실버산업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며 "시장 규모는 2020년 72조원에서 2030년 12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밀려 소외됐던 욜드(YOLD)족으로 눈을 돌리는 시도가 필요하다"며 "욜드는 젊은 층(Young)과 노령층(Old)의 합성어로 젊게 사는 시니어를 뜻으로, 이들은 높은 안목을 바탕으로 자신의 개성을 표출해 최근 강력한 소비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고령층 수요를 잡는 것이 패션업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먼저 아웃도어 브랜드 K2가 건강 관리를 위해 운동을 하는 시니어층을 공략 중이다. 지난해 말에는 올해 아웃도어 시장을 전망하는 키워드로 '드래곤(D.R.A.G.O.N)'을 선정했는데, 이 중 A가 액티브 시니어를 뜻한다.

K2는 자식이 아닌 '나' 중심의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액티브 시니어층을 겨냥해 아웃도어의 기능성과 일상성에 패션성을 더한 '시그니처 라인'을 선보이며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올해 특별히 다양한 기능성 소재에 세련된 로고 플레이를 적용한 폴로 티셔츠, 자켓 위주의 제품군을 출시할 예정이다.

배우 윤여정이 모델인 지그재그 광고
배우 윤여정이 모델인 지그재그 광고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네덜란드 남성복 브랜드 수트서플라이(SUITSUPPLY)도 핵심 트렌드로 급부상한 '올드머니룩'을 공략하고 있다. 고급스러운 캐시미어 소재를 확대하고 소재 특유의 부드러운 촉감과 가벼운 경량감을 내세우는 등 중장년 고객층을 노린 전략을 보여준다.

세정의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웰메이드는 시니어층을 주로 공략한 결과, 지난해 전년 대비 약 7% 신장한 3000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국에 370개 매장을 두고 남성복 '인디안'과 '브루노바피', 여성복 '데일리스트' 등 다양한 연령대의 소비자를 위한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는데, 고령층 연령대 선정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특히 액티브 시니어는 특정 브랜드 외에도 다양한 캐주얼과 개성있는 디자이너 브랜드에도 관심이 높은 편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인데, 이는 대표적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를 통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크로빌 엠브레인은 무신사 앱(어플리케이션)의 60대 이용률이 2022년 1월 0.9%에서 지난해 8월 7.9%까지 오르며 타 연령대보다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에 무신사는 최근 시니어 고객으로 불리는 중장년층이 후드 티셔츠나 청바지, 스니커즈 같은 캐주얼 의류를 착용하는 게 자연스러워지는데 따른 영향으로 무신사 이용률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무신사뿐 아니라 다른 패션 플랫폼에서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4050 패션 플랫폼 '포스티(Posty)'도 지난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이용 고객이 늘어나면서 거래액이 전년 대비 150% 상승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평균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도 45% 늘어났다. 4050세대에 이어 60대 이상 시니어 고객이 유입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포스티를 이용한 60대 고객 수는 전년 대비 129%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니어 세대를 전면에 내세운 광고나 마케팅 행사도 늘어나고 있다. 이랜드 폴더는 지난해 10월 모델로 김칠두를 선정하기도 했으며 2030 젊은 세대들이 주로 사용하는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도 배우 윤여정을 모델로 발탁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시니어 패션 브랜드 더뉴그레이와 모다모다가 컬래버레이션(협업)을 진행하며 시니어 모델 대회 '모처럼 다른 인생'을 개최하기도 했다. 해당 모델 대회 우승자를 대상으로 약 1년간 브랜드 모델로 활동할 수 있는 특전을 부여했으며 실제로 선발된 시니어 모델은 화보 촬영, 영상 인터뷰 등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고령화가 단순히 나이대만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과거와 달리 현대 고령층은 소비력을 갖추고 적극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분위기"고 말했다. 이어 "패션업계도 트렌드에 민감한 2030세대뿐 아니라 5070을 넘어 전 연령대를 타깃으로 하고 전반적인 소비 행태 점검과 분석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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