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 신용 스프레드 확대 압력이 점증적으로 커질 것”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정상화를 위한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은행·보험 등 자금 여력이 있는 금융업권은 부실 사업장 경·공매 활성화를 위해 최대 5조원의 신디케이트론(공동 대출)을 조성하고 PF 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주는 게 핵심 내용이다. 다만 증권업계에선 정부의 부동산 PF 지원이 은행채 신용 스프레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우려했다. 

13일 경제계에 따르면,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이슈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사업성이 충분한 부동산 PF 사업장에는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할 것”이라며  “사업성이 부족한 일부 사업장에 대해서는 재구조화와 정리를 추진하되, 그 과정에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역시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사업성 평가 대상은 총 230조원으로 당국이 종전에 공식 발표한 135조원에서 95조원 가량 추가됐다. 평가대상 사업장도 종전 3600곳에서 약 5000개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30조원 규모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장 중에서 약 5~10%가 부실 사업장으로 분류돼 6월부터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이 가운데 만기연장을 4회 이상했거나 연체이자를 납부하지 못하는 2~3% 사업장은 경매 혹은 공매로 즉시 처분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새마을금고가 다수 보유한 토지매입 단계의 브릿지론 사업장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에는 은행·보험사 10곳에 최대 5조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 유동성이 투입된다. 

또한 현행 PF 사업장의 사업성 평가 등급은 양호‧보통‧악화우려 등 3단계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 등급은 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 등 4단계로 세분화된다. 금융사는 유의로 분류된 사업장에 대한 재구조화와 자율매각을 추진해야 한다. 부실우려 사업장이라면 상각, 경・공매를 통한 매각을 해야 한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그간 PF 시장의 높은 불확실성으로 급격한 자금공급 위축과 일부 금융사‧건설사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며 “지금까지 PF시장 안정화를 위한 민간‧공공의 공동노력을 통해 향후 연착륙 과정을 무리없이 수행할 수 있는 상황과 체력, 그리고 정책수단이 이제는 충분히 갖추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전업계 역시 2000억원 안팎의 ‘부동산 PF 정상화 지원 2호 펀드’를 조성한다. 이는 민간업계가 만든 PF 정상화 펀드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규모이다. 여전업계는 지난해 9월 ‘PF 정상화 지원 1호 펀드’를 조성해 PF 구조조정을 지원한 바 있다. 당시 신한·하나·KB·우리금융·IBK·메리츠·BNK·NH농협·DGB캐피탈 등 9개 캐피털사가 총 1600억원을 출자했다.

NH투자증권 제공.
NH투자증권 제공.

증권업계에선 정부의 이번 부동산 PF 대책으로 채권시장에서 은행채 신용 스프레드를 확대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신용 스프레드란 국고채와 회사채간 금리차이를 뜻한다. 신용 스프레드가 커졌다는 것은 기업들이 자금을 빌리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번달 10일 기준 AAA 3년물 은행채와 같은 등급 국고채 사이의 신용 스프레드는 26.7bp 수준의  격차를 기록했다. 국내 은행업계는 1분기 은행채를 제한적으로 발행했으나 4월 중순 이후 규모를 확대했다. 특수은행채와 일반은행채 모두 발행이 늘어난 가운데, 이번달 둘째 주는 2조원을 상회하는 일반은행채 발행이 지속됐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부동산 PF 대책은 기초체력이 열위한 건설, 증권, 여전사를 중심으로 건전성과 수익성 저하에 대한 경계감이 부각될 전망”이라며 “공사채와 은행채를 중심으로 신용 스프레드 확대 압력이 점증적으로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행 기초체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벤트는 부동산 PF 추가 충당금 적립 가능성 외에 거의 없는 편”이라며 “따라서 당분간 은행업계의 PF 충당금 예상 규모 등에 시장 관심이 쏠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과 함께 기초체력이 약한 기업들에 대한 건전성 및 수익성 저하 경계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동산 PF 대출 잔액과 연체율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2020년 기준 92조5000억원이었으나 지난해 12월 135조6000억원으로 3년 새 4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0.55%에서 2.7%로 2.15%포인트(p) 증가했다.

국내 부동산 PF 위기는 2022년 9월 강원중도개발공사의 회생 신청 사태부터 본격화됐다. 2050억원에 달하는 공사의 채권 연장이 불발됨에 따라 채권시장 위기로 확산된 것이다. 그 해 4분기 부동산PF 부실 위험과 연동되면서 단기자금시장의 유동성에도 빨간불이 켜진 바 있다. 지난해 말에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시장 파급력 우려를 야기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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