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별 전략 차이…수익률이냐 안정성이냐
횡보장에서 빛나는 커버드콜ETF…주가지수 고점논란에 ‘몰빵 금물’
미국 주식시장이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고공행진하자 점차 고점을 우려하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렇다고 기업 실적이 나쁜 것도 아니어서 마냥 시장에서 떠나 있기도 불안하다. 때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선언하며 이른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조명 받자 최근 투자 대세로 자리잡은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 매월 정기적인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월배당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투자자들을 위해 17일 내놓은 ‘월배당 투자가이드’를 중심으로 그 내용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지난 17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투자자들을 ACE ETF 월배당 투자 가이드북을 내놨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이어 KB자산운용과 3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중인 한투 운용은 시장의 저변을 넓혀 파이를 키우면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상품교육 자료를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 ETF의 산파 역할을 해 ‘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배재규 사장의 마케팅 방식 일환이다.
◆ ETF의 진화 월배당 ETF
ETF는 주식, 채권, 부동산투자회사(REITs), 커버드콜(옵션) 등 다양한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다. 종래의 주식형펀드가 펀드매니저 개인의 역량에 투자성과가 좌우되는 액티브(적극적인) 상품이었다면 ETF는 약속된 기초지수를 따라가게 만든 패시브(수동적인) 상품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시장이나 특수 섹터에 분산투자하거나 상당 부분은 패시브투자를 하면서 일정부분 운용역(펀드매니저)에게 운용의 묘를 살려 추가 수익을 내는 등의 전략을 통해 ETF는 보편적 투자로 자리잡았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최근엔 이른바 월배당ETF가 대세로 떠올랐다.
월배당이라는 개념은 투자 시행 시점부터 엑시트(투자회수)까지 자금이 무조건 묶여있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특히 매월 월급처럼 배당을 받을 수 있는 투자형태를 말한다. 통상 주식투자를 한다 해도 과거엔 일년에 한번 배당을 주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상품 구성이 어려웠으나, 최근엔 한국 주식도 분기배당이 늘면서 배당 주기가 다른 여러 상품을 혼합해 구성하면 월배당이 가능한 구조가 나온다. 특히 분기 배당이 일상화된 미국주식의 경우 월배당 상품 기획이 더 용이하다.
◆ 월배당 ETF가 자리잡게 된 배경
월배당 ETF가 왜 인기를 끌게 됐는지는 경제의 성숙도를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다. 과거 액티브 주식형펀드가 대세였던 이유는 여러 사람의 돈을 모아 펀드매니저가 성장하는 주식을 잘 골라 투자하면 회사 자체의 성장과 더불어 투자자금의 힘으로 주가가 올라가 투자수익률이 좋았다. 성장하는 경제에서 가능했던 일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의 피크아웃(정점) 논란이 거센 지금 판매 및 운용 관련 수수료와 보수를 떼어주고도 충분한 수익을 내는 펀드 상품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한때 중국 등 이머징마켓(성장시장)에 투자하는 펀드가 연 100% 수익률을 넘나드는 일이 가능했던 것을 생각하면, 연 5% 수준도 버거운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이나, 올해 한국의 연간 성장률 전망을 2.6%로 상향했다는 뉴스 등을 고려할 때 이해가 쉽다.
한마디로 월배당ETF는 이처럼 성장률의 눈높이가 낮아지고 저금리로 은행에 넣어둔 이자만으로 생활이 어려울 때 등장하는 상품이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한투운용에 따르면 이웃한 일본에서 ‘월지급식 펀드’가 등장한건 1997년이다. 이른바 잃어버린 30년(또는 20년)을 우리보다 먼저 겪은 일본이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경제 불황으로 저금리시대가 본격화하자 이 상품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초기엔 국공채에 투자하는 채권형펀드에서 시작, 나중엔 등급이 낮은 고수익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 채권형, 환차익 등을 노린 파생상품형 등이 인기를 끌게 된다.
◆ 1세대 월지급식 상품의 실패와 제2의 전성기
이러한 배경으로 국내엔 2007년 처음으로 월지급식 펀드가 등장했고, 2011년부터 시장의 관심을 본격적으로 받았으나 시장 안착에 실패한다. 지금 나오는 월지급식 상품은 매월 분배금이 투자원금 외에 배당 등 수익금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과 달리, 초기엔 매월 같은 금액을 분배해야 한다는 원칙에 얽매여 수익이 나쁠 때에도 월지급을 하다보니 원금 손실이 발생하고 작아진 원금을 회복하기가 어려워지고 다시 월지급이 이어지는 악순환 속에서 투자자 환매가 발생하며 인기가 식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등이 월지급식 상품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올해부터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예고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기대가 무너지며 주식시장이 게걸음을 보이고 주가지수 고점 논란이 불거지자 횡보장에서 장점이 부각되는 커버드콜ETF를 중심으로 월배당ETF가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기대수명은 늘었지만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며 미래가 불안해지자 지속적으로 일정 수익을 낼 수 있는 월배당ETF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른바 ‘시간의 복리효과’를 누리며 아직 은퇴가 다가오지 않은 직장인들도 적립식으로 월배당 상품에 분산투자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자 하는 욕구가 늘고 있다는 게 자산운용업계 시각이다.
◆ ETF시장 시장점유율과는 다른 월배당ETF 현황
한투운용에 따르면, 2022년 말 당시 월배당ETF 규모는 시장 전체로 약 0.8조원(20개 상품)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 4월 말 기준 약 7.5조원(59개 상품)까지 성장하며 불과 1년 4개월 만에 10배 가까이로 성장했다. ETF의 원조인 미국 시장의 경우 2014년 1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약 10여년간 자산규모가 2180억 달러에서 1조4165억 달러로 약 6.5배 늘고 상품 수도 164개에서 835개로 늘었다는 점만 봐도 한국만의 현상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다만 차이는 미국 시장의 경우 월배당 ETF 88%가 채권형 상품으로 안정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고 커버드콜 상품은 5%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4월말 현재 전체 월배당ETF 7.5조원 중 커버드콜 상품이 2.26조원(약 30%), 해외주식형(고배당주 투자)이 2.15조원(29%)으로 미국 투자자들보다 공격적인 성향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배당 수익률 기준으로 보면 분배금 수익률이 연 4% 미만에 과반(약 51.9%)이 몰려 있고 또 10% 이상의 상품에 약 28.0%가 집중 투자돼 보수적인 투자와 공격적인 투자라는 양 극단에 약 80%가 치우쳐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ETF 시장내 절대강자인 삼성자산운용이 월배당ETF 상품에선 적은 비중을 갖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삼성자산운용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함께 전체ETF 시장의 약 8할을 양분하고 있는 1위 사업자다.
다만 월배당ETF 시장 점유율은 4월말 현재 전체 시장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약 50.0%로 절대강자의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전체 시장 4위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약 20.7%의 시장점유율로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투운용이 2022년말 당시 시장 점유율 1.3%에 불과했던 것을 생각하면 상전벽해 수준의 변화다.
뒤를 이어 전체시장 3위 KB자산운용이 월배당 시장에서도 12.2%의 점유율로 3위, 월배당 분야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여왔던 신한자산운용이 11.4%로 4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반면 삼성자산운용은 4.6%의 시장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월배당ETF 시장의 폭발적인 증가는 커버드콜 상품이 주도했는데 삼성자산운용은 이 상품에 마케팅을 집중하지 않았다”며, “현재 보유하고 있는 KODEX테슬라인컴프리미엄 액티브나, 미국채30년국채+12%프리미엄,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ETF, 미국배당프리미엄액티브ETF 등의 상품을 중심으로 향후 마케팅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선 관계자는 “삼성자산운용 상품들은 해당 월배당 상품의 경우에도 70%정도는 채권을 보유하면서 30% 내외로 콜옵션을 넣는 전략을 통해 안정성에 기반한 투자를 지향한다”고 덧붙였다.
◆ 월배당 ETF 중심에선 커버드콜ETF…몰빵 투자는 곤란
금번 ACE ETF 월배당 투자 가이드북을 기획한 김승현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컨설팅담당은 “한투운용은 월배당ETF를 단기 테마형 인기상품으로 보지 않고 중장기적인 투자트랜드로 파악, 고객들에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배당지급(Cach Flow)을 가능케하는 수단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퇴를 하신 분들이 목돈을 투자해 월배당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은퇴를 앞둔 4050세대 투자자들이 연금 인출기를 준비하며 적립식으로 미리미리 자산을 모아가시길 권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커버드콜 상품은 주가 급등시 그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없지만 횡보장에선 10%가 넘는 안정적인 프리미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지금과 같은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상품은 없고, 커버드콜ETF도 주가 급락시에는 방어가 쉽지 않으며 다시 수익률을 복구하는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만큼 이른바 몰빵투자와 같은 집중 투자보다는 포트폴리오의 한 차원으로 접근하시길 권한다”고 설명했다.
커버드콜ETF는 주식이나 채권 등의 기초자산을 매수하여 배당이나 채권이자 등을 수취하고 여기에 콜옵션 매도로 나오는 프리미엄까지 누릴 수 있는 상품이다. 주가 급등에 따른 자본차익 보다는 안정적인 배당수익과 플러스 알파를 기대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