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금융사 주담대 옥죄..금융당국, 풍선효과 우려
가계부채 확산을 완화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각 금융사가 주택담보대출를 본격적으로 옥죄고 있다. 이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풍선효과를 우려하며 “부동산 시장 실수요자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일 금감원은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최근 주택시장 회복 기대와 금리 인하 전망 등으로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과거에도 주택 시장이 회복될 때 과도한 차입을 동반한 주택 구매가 확산되었고, 이는 내집 마련을 희망하는 실수요자들의 심리적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문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이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강조했다.
금융규제 당국은 2021년부터 주담대를 받는 이들의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을 실행하도록 하는 차주 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를 도입했다.
DSR은 차주의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부담이 소득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하는 지표로, 해당 차주가 한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현재 은행권의 경우 대출자의 DSR이 40%를 넘지 않는 한도 안에서만 대출을 내줄 수 있다.
스트레스 DSR은 기존 DSR 규제에 스트레스(가산) 금리 1.5%를 더하는 방식이다.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스트레스 금리는 0.38% 수준이 적용됐으나 이번달 1일부터 2단계가 적용되면서 은행권 주담대·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담대는 0.75%포인트(p)가, 은행권에선 수도권 주담대에 1.2%p의 가산금리가 적용됐다.
정부가 고강도 규제를 실시한 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매매가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7월 서울 지역 주택 매매 건수는 1만2783건으로 6월보다 41%나 늘어 2년 11개월 만에 1만건을 넘어섰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와 시중은행의 대출 규제에도 주담대 규모는 여전히 증가 추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8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월 말보다 9조6259억원 증가했다. 주담대 잔액은 8조9115억원 늘어나며 2016년 1월 이후 시계열 가운데 가장 큰 월간 증가 폭을 기록했다.
각 은행과 보험사는 주담대 금리를 올리고 2주택자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는 모습이다.
6월 최저 2%대에 진입했던 일부 은행의 주담대 금리 하단은 현재 4~5%대에 진입했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주담대 고정기간(5년) 금리를 3.571~5.836%에서 4.074~6.338%로 상승했다.
KB국민은행은 8월부터 수도권 소재 주택에 대한 대출 만기를 30년으로 제한했다. 당초 50년 만기 제한에서 20년을 줄인 것이다. 신한은행은 26일부터 ▲임대인 소유권 이전 조건 ▲선순위채권 말소 또는 감액 조건 ▲주택 처분 조건 등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도 취급을 중단했다.
우리은행도 ▲소유권 이전 ▲신탁등기 말소 등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을 중단했다. 이번달 2일부턴 다주택자 생활안정자금 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한다. 하나은행 역시 생활안정자금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했다. 이 밖에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은 각각 26일, 29일부터 모기지보험 상품인 MCI·MCG 취급을 중단했다.
보험업권에선 삼성생명이 처음으로 유주택자에 대한 주담대 대출을 제한했다.
금감원은 정상적인 부동산 매매 실수요자가 제약을 받지 않도록 금융업권에 주의를 당부했다.
이 원장은 “은행권에서도 자율적으로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갭투자 등 투기 수요 대출에 대한 심사는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정상적인 주택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수요자의 대출이 제약을 받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특히 이미 대출 상담이나 신청이 이루어진 차주의 경우, 고객과의 신뢰를 지키는 차원에서 정당한 규제 범위 내에서 대출을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각 금융사의 주담대 정책 격차로 인해 금융사 간 대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 효과’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은행 뿐만 아니라 보험사와 중소금융회사 등 전 금융권이 함께 협력해 이러한 문제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앞으로도 금융권과 긴밀히 소통하며, 실수요자들이 대출 과정에서 불편을 겪지 않도록 대출 창구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또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재구조화 등 공급 측면에서도 주택 시장의 안정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