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우려 탓에 통화정책 강화 여지도 있어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0월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2.0% 오르며 한국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달성했지만 여전히 수도권 중심의 아파트 가격이 치솟는 상황이고 섣부른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뇌관을 터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한국부동산원 발표에 따르면, 9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8월 마지막 주 대비 0.21% 높게 형성됐다. 24주째 상승 추세다. 서울 아파트값은 3월 넷째 주(0.01%) 상승세로 돌아선 후 오름폭을 키우면서 지난달 둘째 주(0.32%)엔 5년 1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선호단지 중심으로 매물 부족이 지속되고 임차 수요가 꾸준한 상황에서 상승거래가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지속적인 가격상승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서울 전체 상승폭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역시 폭발적인 증가 추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올 6월과 7월에 각각 2143억원·1713억원 줄어들다가 8월에는 8495억원 급증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여전히 부담스러워 하는 이유다.
가계부채 규모가 커지자 정부는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를 도입했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가산금리를 기존 0.75%포인트(p)에서 1.2%p로 상향하는 게 DSR 2단계의 핵심 골자다.
이 밖에 주요 금융사는 자체적으로 주담대 대출을 규제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증가하는 가계대출을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다.
10월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에선 혼란이 더욱 깊어지는 상황이다. 그 어느 때 보다 10월 금통위의 통화정책을 전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달 금통위에서도 이창용 총재는 기준금리 동결의 본질적인 원인으로 가계부채 증가를 손꼽았다.
당시 이창용 총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하며 영끌 부담이 적어질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해”라며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부추기는 정도로 통화정책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를 10월에 결정할 수도, 11월에 결정할 수도 있다”며 “특정 시점을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10월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유력하지만 금융안정을 논거로 인하 시점이 11월로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도 “최근 흐름을 보면 기준금리의 급격한 조정은 제한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수의견이지만 가계부채 탓에 한국은행이 오히려 통화정책 강도를 더 올릴 여지도 있다.
신성환 금통위원은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4 세계 경제와 금융 안정’ 컨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집값이 이미 버블 영역으로 들어간 것으로 생각한다”며 “집값이 소득대비 더 올라가 버리면 금융시장에 안정성을 상당히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집값 안정화를 위한 정책의 효과를 지켜본 후, 집값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금리 인상 카드도 꺼낼 수 있다는 의중으로 비춰진다.
한편 9월부터 시작된 스트레스 DSR 2단계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여진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미 최근 2∼3개월 동안 주담대가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추세적으로 꺾이는 것인지 적어도 1∼2주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각 금융사의 대출금리 인상과 9월 스트레스 DSR의 효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데, 다음 금통위까지 이를 확인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며 “연내 기준금리 인하는 유력하나, 10월 인하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가계부채는 폭증하고 있는 반면 내수경기는 침체된 상황이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 대비 0.2% 뒷걸음질 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목표치를 수렴한 것을 넘어 역성장까지 이어진 상황이다. 이는 한국은행이 장기간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크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