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전후로 각 은행장과 구체적 논의
최근 일부 금융사들이 1주택 이상 보유한 사람들에 대해 대출 한도를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외에 추가규제 내용에 대해 금융사들과 사전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바 없다”며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밝혔다.
4일 금융감독원은 KB국민은행에서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스트레이트뉴스는 전문가 간담회 이후 언론 백브리핑 자리에서 “최근 금융권의 다주택자 대출제한 현상”에 대한 금감원 입장에 대해 질의했다. 1주택 이상 보유한 이들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강남, 용산 등 부동산 가격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똘똘한 집 한채’ 수요가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무려 9조원에 달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상승기였던 2016년 이후 최대 폭이다. 최근 일부 은행과 보험사는 주담대 대출 규제의 일환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을 제한했다.
대표적으로 우리은행은 9일부터 수도권 1주택자 주담대를 중단하고, 전세대출도 세대원이 모두 무주택자일 때만 내어준다. NH농협은행은 수도권 다주택자부터 주담대를 중단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전날부터 지역에 관계없이 한 채라도 집이 있는 경우에는 주담대를 중단했다.
각 금융사마다 다른 주담대 대출 규제 정책에 부동산 시장 실수요자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이복현 원장은 “금융당국이 공식적으로 정책을 발표한 것은 2단계 DSR의 효과적인 집행에 대한 것뿐”이라며 “은행들이 발표한 다른 조치들에 대해서는 당국이 사전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결혼이나 타지역 거주 이전 등 개인 상황에 따라 투기목적이 아닌 경우가 많은데, 각 은행이 일률적이고 기계적으로 대출을 제한하는 것은 실수요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은행연합회와 협의체를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논의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께 불편을 끼친 점에 대해 은행과 당국 모두 비판을 받아 마땅하고, 이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DSR 2단계 같은 조치들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당국과 은행 간의 협의를 통해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오늘 간담회에서도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이 급작스러운 금융사들의 대출 규제를 우려했다”며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그는 “설령 피치 못한 사정으로 금융사들이 급작스럽게 대출 규제를 시행한다면, 효과라도 있어야 하는 데 과연 정말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고 오히려 필요한 사람들한테는 부작용이 있을지 우려까지 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달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 최근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금리를 끌어올리는 추세와 관련해 “최근의 은행 가계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며 "수도권 집값과 관련해서는 개입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날 백브리링 자리에서도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현재 상황에서 금융사가 이를 관리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동시에 실수요자 보호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 원장은 “각 금융사가 주담대 금리 인상을 몇 달 동안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각 은행이 주담대 금리를 50bp, 100bp 올린다고 한들 이미 대출을 받거나 대출을 필요로 하는 실수요자의 대출 의지를 꺾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금융권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실수요자들을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최근 금융업계의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편과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은행들이 개별적으로 발표한 대출 규제에 대해 금융당국은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이번에 은행연합회에서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은행 실무협의체에서 이러한 논의를 하고 있다”며 “빠르면 이번 주말 전후로 은행장들과의 만남에서 더욱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규제 당국은 2021년부터 주담대를 받는 이들의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을 실행하도록 하는 차주별 DSR 제도를 도입했다.
올해 2월에는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스트레스 금리는 0.38% 수준을 적용했다. 이번 달 1일부턴 2단계가 추가로 적용되면서 은행권 주담대·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담대는 0.75%p가, 은행권에선 수도권 주담대에 1.2%p의 가산금리가 붙었다.
이 원장은 “당국 입장에선 2단계 DSR 시행에 대해 나름대로 의미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며 “특정 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꺾기 위해 이를 시행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2단계 DSR만으로는 가계대출의 급등 추세를 잡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