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까지 올해 카드론 잔액 증가 업계 전체의 37.1%
대출채권 규모 꾸준히 상승...부동산 PF 이슈 부각
최근 롯데카드 건전성 이슈에 카드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일각에선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지분 매각을 앞두고 여신영업 중심의 외형 키우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 등 9개 카드사의 7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6.4%(2조4653억원) 늘어난 41조2266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롯데카드의 7월 말 카드론 잔액은 작년 말보다 21.3%(9157억원) 늘어난 4조2954억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 증가분은 9개 카드사 전체 카드론 증가분의 37.1%에 해당하는 규모다.
잔액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현대카드의 카드론 잔액(4조7762억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다만 현대카드의 카드론 증가액이 올해 6674억원으로 전체 카드사 증가분의 12.3%에 그친 점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빠른 증가세다.
카드론은 제2금융권인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신용대출 중 하나로, 중저 신용자를 대상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이율이 높은 편이다. 카드사에게 카드론 잔액이 많다는 것은 아직 차주가 상환하지 못한 대출 금액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롯데카드 대출채권 규모는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대출채권은 카드사가 고객에게 제공한 대출 금액 중 아직 회수하지 못한 금액을 의미한다. 차주의 대출 상환이 잘 이루어지면 카드사의 수익으로 이어지지만, 상환 불능 시 부실채권으로 분류되어 회사 재무 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대출채권 규모는 2018년 말 기준 1조5845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2021년 말 3조3391억원, 2023년 말 4조1151억원, 올해 6월 4조2144억원 등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안태영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취약차주의 높은 이자부담이 지속되고 있어 다중채무자 비중이 높은 대출성 자산(현금서비스, 카드론, 리볼빙)을 중심으로 자산건전성 저하 위험이 높아졌다”며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위주로 연체 전이율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리볼빙자산의 경우 미흡한 차주의 질과 상환부담이 가중되는 자산 고유 특성을 감안하면 건전성 저하세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롯데카드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이슈 역시 자산건정성 저하를 야기하는 데 한 몫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6월말 기준 부동산PF 대출 규모는 1조72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영업자산의 5.1% 수준이다.
안 연구원은 “롯데카드가 2분기 중 PF정상화지원펀드에 고정이하 PF대출(550억원)을 매각해 부동산PF 대출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전년 말 4.3%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2.8%로 하락했다”며 “그러나 올해 상반기 말 요주의이하 여신비율이 지난해 말 대비 1.0%포인트 높은 29.1%를 기록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효선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금리 상승, 경기 불확실성 확대, 부동산개발사업 관련 대출 부실 발생 등으로 롯데카드 건전성지표가 저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취급한 부동산 PF의 질은 제2금융권 금융기관 대비 우수하나 카드자산 대비 본원적인 리스크 수준이 높은 점, 최근 부동산경기가 저하된 점 등을 고려할 때, 부실발생 위험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매각을 위해 외형 키우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2019년 MBK파트너스는 특수목적법인 한국리테일카드홀딩스를 앞세워 롯데카드 지분 59.83%를 매입 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MBK파트너스는 2022년 4월 롯데카드 매각 작업에 착수했지만, 하나금융그룹 등 관심을 보였던 인수 후보자들과 매각가 조율에 실패해 매각이 불발됐다.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매각 희망가로 3조원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시장에선 몸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입장이다.
롯데카드는 외형 확장에 치중한 탓 보단 상생금융에 동참한 이유가 더 크다는 입장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지난해 대비 자금수요가 있는 중저신용자 대상 유동성 지원을 확대했다”며 “취약차주에 대한 적극적인 상생금융 대환대출 프로그램(나눔론) 실행과 공적 신용구제 신청자 증가로 대환대출을 포함한 카드론 잔액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회원의 상환능력을 고려한 분할납부 이자율, 잔액 조정 등으로 채무 부담을 낮추는 노력과 연체율 모니터링을 통한 건전성 관리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선 관계자는 “카드업계 전체를 따졌을 때 회사의 2분기 실질 연체율은 4위 수준으로 오히려 1분기보다 떨어졌다”며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해 건전성 지표를 상시 확인하며 관리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 인수 대상자로 거론되는 곳들은 이 분야에 정통한 금융지주들로 단순한 외형부풀리기로 눈속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회사의 가치를 커보이게 하기 위해 과도한 영업에 나섰다는 것은 사실과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롯데카드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9.5% 감소한 628억 원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영업수익은 15.8% 증가한 1조4665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비용이 23.2% 증가한 1조3939억원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영업비용을 확대하고 대출을 늘이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하는 것을 뭐라고 질책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19 이후 중저신용자들의 상환 능력이 한계에 달하는 상황에서 지금 보여지는 수치들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국 입장에서도 롯데카드에게 리스크관리계획을 제출하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