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박에도 기준금리 동결
파월 “연준, 정치적 압력 받지 않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새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4.25%~4.50%로 동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제가 여전히 강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금리 정책을 신중하게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29일(현지시간) 연준은 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월 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만약 경제가 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지속적으로 수렴하지 않는다면, 긴축적인 정책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노동 시장이 예상보다 급격히 둔화되거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한다면 정책을 완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연간 2%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소비 지출이 이를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난해 중반부터 투자 활동이 둔화된 점을 언급하며, “설비 투자와 무형자산 투자 증가세가 4분기에는 다소 둔화됐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노동 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지난 3개월 동안 월평균 17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됐으며, 실업률은 지난해 중반부터 4.1% 수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임금 상승률이 완화됐으며, 구인난이 점차 해소되고 있어 노동 시장의 균형이 맞춰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은 지난 2년 동안 크게 완화됐지만,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하락세를 보였으나 여전히 2% 목표치를 초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지수는 2.6%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는 2.8% 상승했다.
연준은 금리 인하 시기를 둘러싼 시장의 기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의 목표는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며, “현재로서는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 가능성이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우리는 양쪽의 위험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화정책 완화를 너무 빠르게 하거나 지나치게 많이 하면 인플레이션 안정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대로 금리 완화를 너무 느리게 하거나 너무 적게 하면 경제 활동과 고용에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의 향후 금리 조정과 관련해서는 “추가적인 조정 시점과 폭을 결정할 때 경제 지표, 전망 변화, 그리고 위험 균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미리 정해진 경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경제 상황에 맞춰 정책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 연설에서 “대통령은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며 연준의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파월 의장은 “연준이 정치적 압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어떠한 반응이나 언급도 하지 않겠다”고 일축하면서도, “연준은 항상 그래왔듯이 통화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준의 역할은 경제 데이터를 분석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의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라며 “정책 도구를 활용해 최선의 결정을 내릴 것이며, 외부 압력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직접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접촉한 적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한편 2022년 3월,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한 0.25~0.50%로 조정했다. 이후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통해 2023년 9월부터 2024년 중반까지 5.25~5.50% 수준을 유지했다.
2024년 9월, 연준은 4년 반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고, 12월에는 추가로 0.25%p 내렸다.
파월 의장은 “그동안의 금리 조정은 인플레이션 둔화와 노동 시장 균형을 반영한 적절한 정책이었다”며 “현재 통화정책이 이전보다 덜 긴축적이지만, 여전히 경제 상황이 강한 만큼 추가 조정에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준의 금리 동결 결정으로 한국(3.0%)과 미국 간 금리차는 상단 기준으로 1.50%포인트로 유지됐다. 연준의 금리 동결 영향으로 미국 동부 시간 오후 2시 50분을 기준으로 다우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5% 떨어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0.82% 하락했고 나스닥 종합 지수는 1.1% 하락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