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각각 이번달 금통위, FOMC 앞둬
연초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할 예정인 가운데, 한국에서는 탄핵 정국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한국은행이 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지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기준)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 총회에 참석한 미국 경제학자들은 “연방준비제도가 통화정책 완화에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연준은 9월에 빅컷(0.50%포인트(p))을 단행한 데 이어 11월과 12월에는 각각 베이비컷(0.25%p)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5.255.50%였던 미국의 금리는 1월 현재 4.254.50%까지 내려왔다.
한국은 8월까지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하다가, 10월과 11월 각각 스몰컷을 단행해 현재 3.00%를 유지하고 있다. 통화정책 완화 이전 양국 금리 차는 1.752.00%p였으나, 현재는 1.251.50%p로 좁혀졌다.
그러나 만약 연준이 향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하고, 한국은행이 금통위에서 추가 금리 인하를 결정하면 양국 간 금리 차는 다시 벌어질 수 있다. 금리 차 확대는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 시장의 매력이 감소함을 의미한다.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은 ‘202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 보고서를 공개하며 “2025년 경기 리스크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겠다”고 예고했다. 물가 상승률은 안정된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탄핵 정국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반도체 등 주력 업종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내수가 반등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 15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보다 5.9원 오른 1474.3원에 거래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3일 오후 3시 30분 기준 1402.9원을 기록했으나, 당일 저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사태 이후 이날 오전까지 급등한 상황이다.
만약 미국과 한국 간 금리 차가 더욱 벌어진다면 외국인 자본의 이탈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연준의 매파적 성향, 국내 정치 혼란 등 대내외 모든 요인이 원화 가치에 우호적이지 않다”고 분석했다. 서 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일 이전까지 1490원까지 오르고, 단기적으로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선 탄핵 정국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한 업무를 경찰에 일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법률 검토와 내부 회의를 거쳐 2차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한 구체적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작년 12월 이후 확대된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완화할 수 있는 모멘텀은 탄핵 결정”이라며 “탄핵 인용이든 부결이든 정치적 방향성이 확실해지는 것은 원화 강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연구계에서는 미국 연준과 한국은행이 각각 이번 달 FOMC와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센터장은 “미국 연준이 물가 상승률 반등과 견조한 고용 등을 기반으로 점도표에 반영된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고려해 이번 달 28~29일 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상단 4.50%)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허 센터장은 “한국은행은 물가 오름세 둔화, 가계부채 증가 폭 축소, 경기 하방 위험 확대에도 고환율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난 2차례 연속 금리 인하 효과를 점검하며 16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00%로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완화되어(예: 트럼프 관세 정책 완화) 환율이 안정되면 경기 악화를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1월에도 금리 인하(3차례 연속)를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 한국 경제에 특별한 호재가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은행이 유연성을 기치로 내세운 만큼 기준금리를 계속해서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제1차 대외경제현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최 권한대행은 “한국 경제가 불확실성을 해소한 만큼 나아질 것이라는 각오로 불확실성 타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우리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미국 신정부 출범 전에 우리 경제에 파급 효과가 큰 산업별 이슈를 꼼꼼히 점검하고, 신정부 출범 직후 가용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하며 미국 신정부와 소통·협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