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 정책 악영향..추가 금리 조정 “신중”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 1.8% → 1.5% 조정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한 모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한 모습.

한국은행이 올해 두 번째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기준금리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25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 대비 0.25%포인트(p) 낮춘 2.75%로 결정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외 경제 여건을 고려해 금리를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2022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7회 연속으로 인상했다. 이후 지난해 2월부터 8월까지 기준금리를 13회 연속 동결하며 3.50%를 유지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0.25%p 인하 후 올해 1월 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그는 “외환시장의 경계감이 여전하지만, 물가 상승률이 안정적이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된 만큼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향후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총재는 “대내외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크다”며 “추가 인하 여부는 새로 입수되는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금통위에서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 소비와 투자 둔화로 인해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은행은 이번 금통위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5%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창용 총재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1월 중간 점검에서는 연간 성장률이 1.6~1.7%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미국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추가 조정이 불가피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취임 이후 예상보다 빠른 관세 부과가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 “소비 부진과 수출 증가세 둔화로 성장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과 기상 요인도 소비 심리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또한 “1월과 2월 수출 증가세가 약했고, 지난해 4분기 GDP 실적도 예상보다 낮아 성장률 전망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이번 경제성장률 전망 조정은 한국은행이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경제전망을 수정해온 흐름과 맞닿아 있다. 2023년 11월, 한국은행은 경제성장률을 2.3%로 예상했으나, 이후 지속적인 하향 조정이 이어졌다. 2024년 2월에는 2.4%로 상향 조정했지만, 5월 다시 2.3%로 낮췄고, 8월에는 2.2%, 11월에는 2.0%까지 하향 조정했다.

이창용 총재는 “미국 관세 정책,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 국내 정치 상황과 정부 경기 부양책 등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며 “특히 미국의 관세 부과 시점이 예상보다 앞당겨지고 관세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통상 환경의 악화가 성장 둔화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의 연이은 경제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은 국내외 경제 여건이 예상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총재는 “향후 경제 전망을 추가로 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성장 둔화를 완화하기 위해 통화정책의 대응 속도와 방향을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부동산 시장에선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남권과 한강변 등 서울 주요 주택시장 활성화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스트레이트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기준금리가 3%에서 2.75%로 인하하며 부동산 매입 시 자금조달 이자 부담이 일부 경감되기 때문에 매입 대기 수요가 꾸준한 강남권과 한강변 등 서울 주요 주택시장은 가격 강세와 매도자 우위 시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서울 전체 시장으로 부동산 시장 온기가 확산하는 것은 올해 상반기 내에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여진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불안 해소 여부, 추가 기준금리 인하 속도와 폭, 전세시장의 가격 상승에 따라 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이 전 년 대비 감소할 전망인데다 전세대출 이자가 낮아지면 전세가 상승이 봄 이사철 두드러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가 예금금리 인하로 연결되며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임대인 영향으로 월세화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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