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위한 근본적 변화 필요”
중복상장, 무분별한 유상증자, 고질적 저배당, 교묘한 분식회계 근절해야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2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논의 중이지만, 실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단순한 제도 개편만으로는 PBR 개선 효과를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경제계에 따르면, 전날 한국은행은 BOK 이슈노트 ‘주주환원 정책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발간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과 비교할 때 국내 기업가치(2019~2023년 평균)는 성장성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매출액 성장률이 2.5% 수준으로 일본(-0.1%), 영국(0.0%)에 비해 높았지만 자본 대비 시가총액(PBR)은 1.4로 미국(4.2), 영국(3.3)을 크게 하회했다.

김선임 한국은행 국민소득총괄팀 차장은 “기업에 대한 시장평가가 적절히 이루어지도록 주주환원 확대, 투자계획 공시 등의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며 “고성장 산업의 경우 자본적 지출이 기업가치에 중요한 요소인 만큼 업종 특성을 고려해 주주환원뿐만 아니라 자본투자 계획도 적절히 평가해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스트레이트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 PBR은 0.84배를 기록했다. 이는 20년 전인 2004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한국 증시는 지속적인 저평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증시가 해외 시장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는 현상을 의미한다. 기업 지배구조의 불투명성, 낮은 주주 환원율, 과도한 세금 부담, 비효율적인 자본 배분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일본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추진하면서 PBR이 상승한 반면, 한국은 여전히 낮은 평가에 머물러 있다.

19일 오전 코스피 개장 모습. 연합뉴스 제공.
19일 오전 코스피 개장 모습. 연합뉴스 제공.

정의정 대표는 “코스피가 2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한국 시장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앞으로도 이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상법상 이사 충실의무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 대표는 “이사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주주 가치를 우선하는 경영 문화를 확립해야 한다”며 “물적분할 후 중복상장, 무분별한 유상증자, 고질적인 저배당, 교묘한 분식회계를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배당소득세율이 최고 49.5%에 달하면서 주식 배당보다는 부동산 투자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정 대표는 “한국의 배당성향은 주요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를 통해 주주들의 세 부담을 줄이고, 기업들도 배당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속세 개편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최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 대표는 “배우자 상속세를 폐지하고, 유산취득세 도입과 세율 인하, 공제액 확대 등의 개편이 필요하다”며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면 기업 승계가 원활해지고,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장주식의 상속·증여세 기준 변경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재는 평가 기준일 전후 2개월 동안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데, 이는 주가 하락을 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 대표는 “세금 절감을 위해 일부러 주가를 낮추려는 행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왜곡을 막기 위해 공정가치 또는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필요성도 강조됐다. 현행 제도에서는 지배주주가 변경될 때 기존 대주주에게만 프리미엄이 지급되고, 일반 소액주주는 낮은 가격에 주식을 매도해야 하는 불합리한 구조가 있다.

정 대표는 “소액주주도 공정한 가격에 주식을 매도할 수 있도록 의무공개매수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이는 시장 신뢰도를 높이고, 투자자 보호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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