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이슈 해소에도 2회 연속 인하는 부담
증권업계에선 5월 인하 전망 대세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선고에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발언한 모습. 연합뉴스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선고에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발언한 모습.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가운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향방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2월에 이어 4월에도 기준금리를 연속 인하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 정치 불확실성 해소… 5월 인하론 ‘대세’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파면에 따른 조기 대선일은 6월 3일로 잠정 결정됐다. 지난 4일 오전 11시 22분,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인용하며 대통령직에서 파면시켰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122일 만의 일이다.

조기 대선일이 가시화된 가운데, 경제계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방향에 주목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오는 17일 열릴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2월 25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하한 만큼, 연속적인 금리 인하는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가 이미 인하 기대를 선반영하며 큰 폭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시기나 폭을 더욱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적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금융안정 문제가 대두되면서 2월에 이어 금리를 연속 인하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동결하되, 향후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를 보낼 것”이라며 “최근 환율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5월까지 미 연준의 정책 스탠스를 확인한 뒤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강 연구원은 이어 “정치 혼란 속에서 금리 인하 시점이 3분기로 미뤄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4월 발표될 1분기 GDP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2분기(5월) 인하 가능성을 여전히 높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탄핵 인용은 대선의 시작을 의미한다”며 “정치적 이슈와 관련한 단기 불확실성 증가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해 인용 선고를 했다. 탄핵 소추 111일, 변론 종결 38일 만이다. 사진은 지난해 5월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 뒤 퇴장하는 윤 전 대통령. 연합뉴스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해 인용 선고를 했다. 탄핵 소추 111일, 변론 종결 38일 만이다. 사진은 지난해 5월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 뒤 퇴장하는 윤 전 대통령. 연합뉴스

◆ 섣부른 금리 인하, 원화 약세 자극 우려도


그동안 환율 이슈는 한국은행이 추가 통화 완화 정책을 펼치는 데 있어 걸림돌이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계엄령 선포 이후 원화 환율이 70원 상승했는데, 이 중 30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4일 윤 대통령 탄핵이 선고된 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34.1원으로 마감하며 2월 26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치 리스크 해소로 환율은 다소 안정됐지만, 섣불리 금리를 인하할 경우 원화 약세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리스크 해소로 원화 강세 압력이 확대되면,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돼 환율이 1440원대 이하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iM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악재가 여전히 상존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상회하거나 장기적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은 낮다”며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이 한국에 특별히 불리하지 않다면, 환율 상승 폭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 다시 불거지는 가계부채 이슈… 금리 인하에 ‘제동’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3일 ‘부동산 신용집중’ 컨퍼런스에서 국내 금융시장 구조와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문제의식을 강하게 드러내며 “부동산·가계부채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가계부채 이슈가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3월 말 기준, 국내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38조 3322억 원으로, 전월 대비 1조 5803억 원 증가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유튜브 채널 화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유튜브 채널 화면.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2월 금리 인하 이후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점을 고려하면, 4월 금통위에서 연속 인하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그는 “2월 12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대출이 급증했고, 이후 부동산 과열 우려에 따라 3월 19일 규제지역이 확대 재지정됐다”며 “주택 거래와 대출 실행 간 시차를 감안하면 당분간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락 연구원도 “정치 불확실성 해소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금융안정 우려가 남아 있어, 2연속 금리 인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유지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은 지난 2월 결정문에서도 금융안정 요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며 “특히 서울 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등 부동산 관련 리스크를 고려하면, 4월 금통위에서 추가 인하는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 트럼프 관세 정책, 금융시장에 변수로 부상


한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상호관세 정책이 다시 시행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주요 금융지주 회장단, 금융협회장들과 함께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로 수출기업은 물론 협력업체 경영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이런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금융이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 시장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지주사와 정책금융기관이 중심이 돼 실물 부문 자금 지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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