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유지 강조하던 당국, 태세 급 전환
삼성생명 등 보험주가, 최근 강세 흐름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K-ICS) 감독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신정부 출범과 동시에 금융감독원을 이끌어 온 이복현 전 원장이 물러난 후, 강경했던 당국의 감독 기조가 변화한 것이다.
◆ 이복현 퇴임 직후 나온 K-ICS 규정 개정
12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K-ICS 감독 기준을 기존 150%에서 130%로 하향조정하는 내용의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지 불과 며칠 만에 나온 조치다.
K-ICS는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로, 보험사가 보험금 등 지급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재무 건전성 지표다. 기존에는 감독당국이 이 비율을 150%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을 요구했기 때문에, 보험사는 충분한 자본 여력을 확보해 놓아야 했다. 금융당국이 K-ICS 비율 문턱을 낮춘 건 2001년 이후 24년 만이다.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 시 K-ICS 비율이 119.93%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에 따라 금감원으로부터 제동이 걸린 바 있다.
롯데손보는 콜옵션 강행 이유로 ▲투자자 보호 ▲금융시장 안정을 들었다. 하지만 보험사는 그 목적상 보험계약자 보호가 최우선인 만큼 금감원은 이를 허용할 수 없었다.
이복현 전 금감원장은 재임 시절 “롯데손보가 지급여력비율 저하로 조기상환요건을 미충족함에도 일방적으로 조기상환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법규에 따라 필요사항을 엄정하게 조치하면서 막연한 불안심리 확산에 대비해 금융시장 안정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원장은 당시 “롯데손보가 지급여력비율 저하로 조기상환요건을 미충족함에도 일방적으로 조기상환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법규에 따라 필요사항을 엄정하게 조치하면서 막연한 불안심리 확산에 대비해 금융시장 안정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롯데손보가 계약자 보호에 필요한 재무건전성을 갖추고 있는지 면밀히 평가하고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실시하겠다”고 행정조치를 예고했다.
롯데손보는 승인 요건을 충족하도록 자본을 확충한 뒤 다시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사례는 신 회계기준 도입 이후 수치상 지급여력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보험사 자본조달 전략에 제약을 가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메리츠금융 김용범 “회계 착시” 우려 지적
“일부 손해보험사의 장기손해율 가정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은 지난달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손해율과 장기 예상 손해율 간에 현저한 차이가 나는 보험사들이 있다”며 “장기손해율을 인위적으로 낮게 설정해 실적을 부풀리는 회계 착시 효과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10%포인트 이상 손해율 가정 차이가 나는 사례도 확인됐다”며, 이로 인해 보험계약마진(CSM)이 과도하게 늘어나고 재무제표의 신뢰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험사의 본업이 저출산·고령화로 흔들리는 가운데, 건전성 기준을 낮추면 자본 확충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배당 확대와 투자 여력 확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20분 기준 KRX 보험지수는 2305.94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상반기 저점(1606.73)을 기록한 4월 9일과 비교해 약 43.52%(699.21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삼성생명은 최근 한달 동안 42.77% 급등했다. 한화손해보험(33.58%)과 미래에셋생명(18.91%)도 상승 추세다.
보험주가 강세를 띄는 건 K-ICS 비율 하향 조정으로 배당 확대 기대감이 커진 탓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보험업계에선 “2023년 IFRS17 도입으로 자산·부채 평가가 엄격해지면서 K-ICS 비율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또한 “배당을 늘리라는 밸류업 기조와 K-ICS 150% 유지 요구가 충돌한다”는 불만도 있었다. 보험사 입장에선 배당을 확대할수록 내부 자본이 줄고, 결과적으로 K-ICS 비율이 낮아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K-ICS 기준 하향은 금융당국이 업계의 요구와 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며 “하지만 동시에 보험사 회계와 리스크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 확보가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롯데손보와 동양생명 등 일부 보험사는 금융당국의 K-ICS 비율 하향 조정에도 여전히 건전성 우려가 있다.
롯데손보는 작년 말 154.59%에서 1분기 119.93%로 34.66%포인트(p), 동양생명은 같은 기간 155.5%에서 127.2%로 28.3%p 하락했다. 푸본현대생명도 이 기간 157%에서 146%로 11%p 낮아졌다. 같은 기간 MG손해보험은 -18.22%를 기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