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 IFRS17 & 신지급여력제도 대응 세미나
IFRS17·K-ICS 도입에도 보험사 리스크 본질 그대로
금리 하락기에 보험사 자본 여력이 흔들리는 원인으로 제도적 한계 뿐 아니라 보험사 내부의 자산·부채 관리 미흡도 주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부채는 장기인데 자산은 단기 상품 위주로 구성된 ‘듀레이션 갭(Duration Gap)’ 문제가 근본적 구조 불일치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 “금리 인하기의 IFRS17 제도, 보험사 리스크 야기”
1일 보험연구원은 서울 광화문 센터포인트빌딩에서 ‘신국제회계기준(IFRS17) & 신지급여력제도(K-ICS) 주요 내용과 대응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스트레이트뉴스는 “현재와 같은 금리 인하 사이클의 IFRS17 제도가 보험사 자본 부담과 수익성 저하를 야기하는 것에 대한 제도적 보완점이 무엇일지”에 대해 질문했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금융제도연구실 실장은 “당국이 할인율 산정 기준을 일정 부분 조정하는 것은 필요할 수 있지만, 보험사들도 금리 상승기든 하락기든 내부적으로 사고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핵심 쟁점으로는 보험사의 ‘듀레이션 갭’ 관리가 언급됐다. 보험업계의 듀레이션 갭은 자산보다 부채의 만기가 훨씬 길어 금리 하락 시 부채가 크게 늘고 자본이 줄어드는 구조적 리스크를 의미한다.
노 실장은 “보험사는 장기 계약을 많이 판매하지만, 자산 측은 여전히 단기 중심이어서 자산과 부채의 만기 불일치가 심하다”며 “그렇다면 애초에 보험계약 구조 자체를 너무 급하게 만든 것은 아니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상품 개발은 영업의 영역이지만, 보험계약마진(CSM)을 늘리기 위해 장기 계약을 무리하게 판매하면서도 정작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장기 자산은 확보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회사는 듀레이션 갭을 짧게 관리해 금리 변화에 따른 자본 변동성이 작지만, 또 다른 회사는 금리가 조금만 내려가도 자본이 크게 줄어드는 등 편차가 크다”며 “이런 차이는 회사별 전략이기도 하지만, 결국 자본 충격에 대한 대비력이 다르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노 실장은 “결국 제도 완화 논의와 별개로 보험업계도 금리 변화에 대한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도록 계약 구조 설계와 자산운용 전략을 동시에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FRS17은 보험사의 보험계약 부채를 시가 기준(공정가치)으로 평가하고, 미래 현금흐름과 리스크 조정, CSM을 반영해 수익을 보험서비스 이행기간에 걸쳐 인식하도록 규정한다.
K-ICS는 보험사가 보유한 위험기반자본과 예상 손실 리스크에 대비한 자본 여력(가용자본)을 비교해 지급여력비율을 산정한다.
2개 제도 모두 국내 보험시장에서 2023년부터 적용됐다. 감독 비율이 100%를 넘지 않으면 권고, 명령 등의 단계적 조치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보험사는 이를 신중하게 관리해야 한다.
노 실장은 “2023년 제도 시행 시기에 맞춰 금리가 급등하면서 일시적으로 이익과 자본이 증가한 것처럼 보였지만, 2024년부터 다시 금리가 하락하면서 자본 감소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익은 단기 손익에 반영되지 않고 기타포괄손익으로 잡히기 때문에, 실제로 회사 이익은 늘었는데도 직원들은 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IFRS17의 가장 큰 특징은 미래 현금흐름을 반영한 ‘부채평가 방식’이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금융제도연구실장은 “최근 자본 여력 악화 문제는 새로운 위기가 아니라 구조적 한계의 재확인”이라며 “숫자만 바뀌었을 뿐 본질은 2015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노건엽 실장은 “2000년대 초반 국채금리가 10%에 달했지만, 2019년에는 1.17%까지 떨어졌다”며 “그 시기에 보험사의 부채 부담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노 실장은 “과거 보험부채를 원가로 평가했지만, IFRS17 체계에서는 현재 시장금리를 기준으로 부채를 산출한다”며 “이 때문에 금리가 하락하면 부채가 증가하고, 반대로 금리가 오르면 자본이 증가한다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보험사가 CSM을 통해 상품 판매와 동시에 이익을 인식할 수 있게 된 점에 주목했다.
노 실장은 “보험상품을 팔면 그 순간부터 자본이 쌓이고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손해보험사의 경우, 고금리 확정형 계약이 적기 때문에 금리 변화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이로 인해 최근엔 손보사의 수익성과 ROE가 생보사를 추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보험회사들, 자본 감소 이유 정확히 인지해야”
보험연구원은 보험사 자본 감소의 주요 원인을 ‘기타포괄손익의 감소’로 꼽았다.
노건엽 실장은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평가손실이 발생하고, 이 손실은 당기손익이 아니라 자본을 직접 깎는 기타포괄손익으로 반영된다”며 “2023년 말 기준으로 손보사의 기타포괄손익은 28조원에서 3조원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험사는 단기 수익보다는 자본 총량과 지급여력 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지만, 최근 환경은 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생보사들은 2000년대 초반 팔았던 7~8% 확정금리형 상품을 아직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상품들이 자본 부담을 가중시키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노 실장은 IFRS17과 K-ICS가 국제적으로 조율된 규제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일본과 미국은 방식이 다를 뿐이지, 사실상 IFRS17의 철학과 유사한 시가평가 체계를 운용하고 있다”며 “현재 48개국 이상이 IFRS17을 도입했고, 나머지 국가들도 대부분 도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독자적으로 해당 제도를 먼저 도입한 것이 아니라, 유럽과 캐나다, 호주 등과 함께 보조를 맞춘 것”이라며 “미국은 US-GAAP을, 일본은 복수 회계기준을 운용하지만, 이들도 점차 시가평가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노 실장은 “보험회계는 생소할 뿐 본질적으로 복잡한 제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 현금흐름을 어떻게 평가하고, 리스크 프리미엄을 얼마로 볼 것이냐는 기준만 정해지면 나머지는 수학적 구조에 따라 움직인다”며 “회사들이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실장은 “특히 CSM의 활용 방식에 따라 보험사의 수익성과 자본구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직접비용과 간접비용을 어떻게 구분하고, 사업비를 어떤 속도로 상각하느냐에 따라 초기 이익이 커질 수도, 나중에 손실이 누적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