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중 노동자 숨지자 유가족에 '소송수계신청'
노동계 거센 반발, "민사판 연좌제, 즉각 취하해야"
[스트레이트뉴스 설인호 기자] 현대자동차가 손해배상소송 중인 노동자가 사망하자, 유가족인 70대 노모(老母)에게 '소송수계 신청'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동계가 공분에 휩싸였다.
소송수계 신청이란 소송 진행 중 당사자가 사망해 소송 절차가 중단될 경우, 상속인에게 소송 절차를 이어받도록 신청하는 절차를 말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주영·민병덕 의원, 조국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 등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자동차는 속죄하고 노동자에게 제기한 손배소를 전면 취하하라"고 촉구했다.
이 자리엔 손배소 당사자 중 한 명인 최병승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을 비롯해, 류하경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 부위원장, 박래군 손잡고 대표도 함께했다. 회견문엔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도 연명했다.
이들은 "노동자가 소송 중에 사망한 경우는 있었지만 이를 유가족을 대상으로 소송수계신청해 소송을 이어간 경우는 전례가 없다"며 "인면수심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들에 따르면 해당 노동자는 2022년 10월 경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관련 소송에서 최종 승소해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후 사측과의 손배소 소송 도중 사망했고, 사측은 이후 그의 모친을 대상으로 약 2억 3000만 원의 '소송수계신청'을 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불법파견 관련 소송은 17건으로, 15년이 넘는 소송 기간동안 이들 노동자들에게 청구된 법률 비용은 총 230억 원이다. 최초 손해배상 청구대상 615명 중 합의를 거부한 28명은 1인당 최대 수십억 원에 달하는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현대자동차의 불법에 맞서 파업권을 행사한 노동자는 죽어서도 손배소송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무시무시한 엄포"라며 "가족까지 속박하는 이 손배소송이 '민사판 연좌제'가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이번 현대차 사건은 현재 노동자들에게 노란봉투법이 왜 즉각 적용되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 하청노동자라는 이유로 노동권을 행사할 수 없고, 쟁의행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개인 뿐 아니라 가족까지, 죽어서도 소송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 한국 노동권의 현주소"라고 개탄했다.
김주영 의원은 "망인의 가족에게 소송수계신청을 해 소송을 이어가겠다는 것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짓밟는 행태"라며 "현대차의 즉각적인 사과와 소송 취하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민병덕 의원은 "(현대차의 소송수계신청은) 사측에 맞서면 죽어서도 책임져라는 협박"이라며 "손배소를 칼로 쥔 기업, 그 칼끝을 사람에게 들이대는 사회, 이 죽음, 이 모욕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서왕진 원내대표는 "이것은 단순한 소송이 아니라 경제적 폭력이자 노동 탄압에 진화된 얼굴"이라며 "과거의 물리적 탄압 대신 이제는 손해배상으로 노동자의 삶을 옥죄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