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추진 CBDC는 국내용...국제적 활용에 부적합"
"달러스테이블코인 대응할 원화스테이블코인 있어야"
답보상태에 있던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 마련이 새 정부 들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다만 디지털자산을 둘러싼 일반의 궁금증도 적지 않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창간 13주년'을 맞아 지난 10일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대표 발의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를 통해 디지털자산 법제화의 필요성과 의미, 향후 방향을 물었다.
- 이번 제정안은 디지털자산의 범위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디지털자산’과 ‘증권형토큰(STO)’의 경계를 어떻게 명확히 구분할 수 있나? 자본시장법과의 충돌 우려는 없나?
▲ 디지털자산과 증권형토큰은 쉽게 말해 ‘포인트 카드’와 ‘주식’처럼 다르다.
예를 들어, 커피숍에서 주는 포인트 카드는 많이 모으면 커피 한 잔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매달 돈이 들어오진 않는다. 반면, 주식은 가지고 있기만 해도 기업이 이익을 내면 배당금이 들어온다. 이처럼, ‘가지고만 있어도 이익이 생기느냐’가 디지털자산과 증권형토큰을 가르는 핵심 기준이다.
2023년 우리 금융감독원도 이런 구분 기준을 만들었고, 지금은 각 거래소가 그 기준을 바탕으로 어떤 자산이 증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자산이 그렇게 딱 잘라지지는 않지 않겠나. 헷갈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거래지원적격성평가위원회’라는 전문가 조직이 이 판단을 도와주는 장치도 법안에 마련돼 있다.
이런 절차 덕분에 자본시장법과 충돌할 걱정도 덜고, 디지털자산 시장도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지는 거다.
- 디지털자산사업자에 대한 보험가입 의무, 투자자예치금 분리보관 등 보호조치를 포함하고 있지만, 과거 루나 사태나 거래소 해킹 등과 같은 돌발 상황에 대비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다고 보나?
▲ 루나 사태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었는데, 속을 보면 담보도 없이 수학 공식만 믿고 돌아가던 시스템이었다. 마치 ‘돈이 필요하면 알아서 찍어낸다’는 구조였는데, 신뢰가 무너지니 한순간에 붕괴된 거다.
하지만 지금의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그런 위험한 모델을 금지하고 있다. 반드시 실물 자산(예를 들어 현금, 국채 등)을 담보로 잡아야 발행 가능하게 되어 있어, 루나 같은 사고는 애초에 발생할 수 없는 구조로 바꿔놓은 셈이다.
거래소 해킹 문제에 대해서도, 이제는 사업자들에게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라고 법적으로 의무를 지우고, 보험 가입도 필수로 하게 했다. 예를 들어 은행이 고객 돈을 맡길 때 금고도 튼튼히 하고 보험도 드는 것처럼, 디지털자산 거래소도 이제 ‘디지털 금고’와 ‘사고 대비책’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세상이 계속 변하고 해킹 기술도 발전하니, 법만으로 모든 상황을 100% 막을 순 없다. 그래서 법을 정한 후에도, 업계가 스스로 보안 기준을 더 강화하고, 자율규제를 빠르게 만들어서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요약하면,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기본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한 '가드레일' 역할을 하고, 앞으로는 그 위에 업계 자율규제라는 ‘에어백’도 함께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법이 뼈대라면, 살아 있는 업계 대응이 살이 되는 구조인 셈이다.
- 제정안을 보면 디지털자산을 제도권에 편입시키기 위한 핵심인 인·허가 문제는 금융위원회에 맡긴다고 명시되어 있다. 디지털자산의 기술적·산업적 특수성을 고려한 정책 조율은 어떻게 보완할 계획인가?
▲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디지털자산산업과 관련해서 역할을 각 기관에 분배하고 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정책은 디지털자산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도록 하고 있다. 해당 위원회에는 디지털자산 산업 육성 및 감독에 대한 정책을 결정하고, 금융위원회는 디지털자산위원회가 정한 정책에 따른 세부이행 및 관리감독 업무를, 한국디지털자산업협회는 자율규제를 담당하게 된다.
특히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되는 디지털자산위원회는 민간위원이 2/3이상이지만, 정부위원으로는 금융위를 포함,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으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어 기술적·산업적 특수성을 고려한 정책 조율이 가능하다.
- 이번 제정안은 글로벌 스탠다드와의 정합성을 얼마나 고려했나? 유럽의 미카(MiCA)나 미국 SEC·CFTC의 접근법과 비교해, 한국 제도의 경쟁력이나 규제 역량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마련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 중 하나가 해외 규제와의 정합성이고, 규제경쟁력 부분이다. 규제가 강하면 디지털자산 산업은 해외로 옮기게 될 것이고, 규제가 상대적으로 낮은 해외 규제회피를 위해 불건전한 사업자들이 한국으로 몰리게 될 거다. 따라서 해외와의 규제 정합성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
만약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제정 및 시행되면, 전 세계적으로 가장 균형감 있는 법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시장에서는 EU MiCA법은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규제 강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고, 미국은 규제가 마련 중인데, 아직은 기존 증권법, 상품거래법 등으로 규율하고 있어, 디지털자산에 있어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주요국가의 입법 및 정책사항을 참고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법률의 내용으로는 가장 균형감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법을 잘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실제 시행령 등 하위법령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감독기관이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산업이 활성화되는지 죽는지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법 통과 이후에도 시행령 등 하위법령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며, 디지털자산위원회에게 금융위의 감독행정 방향을 제시하도록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둔 것이다.
- 디지털자산 기본법은 수년째 논의만 계속되고 있다. 여야 간 조율 지연의 책임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하반기 통과를 위한 전략이나 여야 협상 진행 상황은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나?
▲ 그동안 디지털자산에 관한 종합입법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공통으로 있었으나, 지난 정권에서는 디지털자산에 관한 민·당·정협의체를 지속 운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진전이 없었던 것은 전 정권에서 누군가를 지키는 것 말고는 다른 것에 관심이 없었고, 그것 때문에 금융위 등 정부도 디지털자산을 골칫거리로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디자법은 대선 공약사항인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이며, 여야 이견없이 디지털자산 활성화 및 육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기에 법안 상정이 가능하고 올해 안에 통과를 목표로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스테이블코인 관련 기대가 큰데,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한계(원화의 높은 변동성)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스테이블코인 추진에 따른 우려는 어떻게 보고 있나?
▲ 스테이블코인은 변동성이 없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이라고 하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자산기본법에서 정의한 스테이블코인은 환불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원화기준으로 가치변동성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낮아지기는 했지만, 2025년 세계 GDP기준으로 13위의 경제국가로서, 최근 K-컬쳐 등으로 인하여 경제영토는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경제적 영향력에 비해 국제시장에서 통화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 측면이 있는데, 이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원화의 국제화를 정책적으로 제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엔 달러스테이블코인 등이 없었던 시기이고, 지금은 달러스테이블코인이 국제결제시장 뿐만 아니라 한국내 소매결제시장까지도 진출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 만약 그래도 방치하게 되는 경우 달러의 변동성이 수출입 뿐만 아니라 내수경제에 까지 영향을 주게 되어, IMF보다 더한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통화주권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달러스테이블코인에 대응할 수 있도록 원화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야 한다. 원화스테이블코인은 원화의 국제화와 연결되는데, 원화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면, 원스코는 우리나라 경제영토내에서 확대될 것이고, 원스코가 K-산업등과 연계를 통해 경제영토를 확대시키는 선순환구조가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 관련하여 한국은행에서 CDBC 추진 및 통화정책 운영상의 충돌을 걱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한은이 추진하는 CBDC는 국내 내부에서 사용되는 것, 국가간 대량결제 등의 용도에는 사용이 적합할 수 있으나, 국제적 활용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런 CBDC의 한계를 알고 있음에도 CBDC를 이유로 원스코를 받대하는 것은 한은이라는 기관의 이익을 위해 국익을 포기하는 것으로 매우 부적절하다 생각한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서 이미 수많은 논의가 있었는데, 한국은행은 우려만 표명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사례 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즉, 막연한 우려로 인한 지체가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감소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선 간단히 통화정책과 관련해서, 원스코는 자체적인 신용창출기능이 없기 때문에 직접적인 통화승수효과가 없다. 다만, 원스코의 준비금으로 국채 등을 매입하기 때문에 국채매입으로 인해 간접적으로는 일정 정도의 통화승수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그 효과는 미비하고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라 할 수 있다.
- IT인프라가 훌륭한 한국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의 무용론을 말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선 카드시스템의 붕괴를 우려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의견은?
▲ 이런 질문은 “이미 고속도로가 잘 뚫려 있는데, 왜 또 기차가 필요하냐”는 말과 비슷하다. 둘은 다른 목적과 속도를 가진 수단이다. 함께 공존하며, 서로의 장점을 보완한다.
한국은 간편결제, 카드결제 등 디지털 지급 시스템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B2C(개인소비자 결제) 시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원스코)이 처음엔 별로 쓸모없어 보일 수 있다. 실제로 예전에도 ‘간편결제가 신용카드를 대체할 거다’는 말이 있었지만, 오히려 전체 시장이 커지고, 서로 공존하며 더 편리한 소비환경이 만들어졌다. 원스코도 그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한국 내에서 쓸 수 있느냐’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쓸 수 있느냐’다. 원스코는 글로벌에서 통용되는 디지털 현금이 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 드라마 굿즈를 해외 팬이 살 때, K-콘텐츠 이용권을 결제할 때, 원스코를 쓰게 되면 결제는 실시간, 수수료는 저렴, 통화는 원화로 가능하다. 이건 단순한 결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디지털 국경 확장’인 셈이다.
또한 원스코는 신용카드처럼 빚을 만들어주는 ‘신용창출’ 기능이 없기 때문에, 신용카드를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다. 즉, 카드사의 전폐(완전 폐지)는 현실 가능성이 낮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