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윤리·인프라·인재 확보 3박자 필요
디지털포용, 기본권 문제로 접근해야
포털 뉴스 유통, 공정성·책임성 요구
방통위법 개정으로 낙하산 인사 배제
리걸테크법, AI 법률서비스로 접근성 높여야
[스트레이트뉴스 설인호 기자]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은 “AI 기술은 윤리, 인프라, 인재 확보 등 세 축이 조화롭게 발전해야 하며, 국회는 AI 기본법 후속 입법과 현장 적용을 위한 점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창간 13주년'을 맞아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해민 의원은 국회가 AI 기술 발전에 적극 지원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의원은 이재명 정부가 내건 AI G3 전략을 실현하려면 100조원 규모의 투자가 구체적 계획에 따라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하며,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에서도 전력·환경 갈등을 최소화할 친환경 인센티브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기업의 글로벌 인재 확보를 지원하는 정책과 국회의 감시 기능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I 기술의 편향성과 인권침해 우려에 대해서는 “AI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해 ‘고영향 AI’에 대한 정의를 법에 담았다”며 “기업 자율 가이드라인과 함께 필요한 규제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보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XR·메타버스 산업과 관련해선 “국내 산업은 침체됐지만 글로벌 시장은 확대되는 추세로, AI 등 신기술과의 융합을 반영한 법과 정책 유연성이 필요하다”며 “이용자 보호와 책임주체 명시가 핵심이며, ‘서울 메타버스’ 같은 예산낭비 사례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단통법 폐지에 따른 통신 유통시장 혼란도 우려했다. “불법보조금 재발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방통위의 집행력은 의문”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규제 공백을 방지하고 소비자 피해 방지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털의 뉴스 유통과 관련해선 “플랫폼이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뉴스 유통의 공정성과 책임성이 요구된다”며 “플랫폼 직접 규제보다는 부작용 해소를 위한 자율적 개선과 국회의 지속 감시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AI 기술을 악용한 스미싱·딥페이크 범죄에 대해서는 “기술로 발생한 문제는 기술로 대응할 수 있다”며 “음성·영상 위조 탐지기술을 표준화해 전국적으로 도입하고, 피해자 보호 장치도 법적으로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기능 마비에 대해서는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와 정치적 독단이 문제”라며 “합의제 기구로서의 방통위 복원을 위해 방통위법 개정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위원장 임명 시 전문성과 책임감을 우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포용 정책에 대해서는 “인터넷 사용률은 높지만 정보 격차는 심각한 문제로, 이는 국민의 기본권”이라며, “통신비 세액공제법 개정안 발의를 통해 취약계층 정보접근성을 높이고,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R&D 예산 축소로 인한 인재 유출과 생태계 붕괴도 우려했다. 이 의원은 “기초연구 예산 삭감으로 이미 연구실이 문 닫고 있다”며 “기재부 중심 편성을 바꾸는 ‘R&D 예타 정상화법’과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설명했다.
22대 국회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입법 과제로 ‘리걸테크법’을 꼽았다. 그는 “AI 기반 법률서비스 산업은 진입장벽을 낮추고 국민의 법률 접근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라며, “법적 정의부터 정부의 진흥계획 수립까지 담은 포괄적 입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해민 의원은 “법률이 국민 모두에게 친숙한 존재가 되는 따뜻한 법치국가를 만들기 위해, 기술과 제도의 간극을 줄여 나가는 입법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조국혁신당의 영입 인재 2호로 정계에 입문한 이해민 의원은 당내에서는 최고위원 및 과학·기술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
서강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오픈서베이에서 최고제품책임자(CPO)로 근무하는 등 관련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특히 구글 미국 본사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를 역임하며 탁월한 통찰력을 인정받으며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실무 경험은 정책 입안으로 이어져 'AI 기본법' 등 44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AI,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을 내걸고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도 지속적인 조언을 전하고 있다.
다음은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이재명 정부가 최근 발표한 AI 국가 전략과 관련해 국회(또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며, 입법·정책 측면에서 어떤 과제를 우선 추진해야 한다고 보나?
▲우선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실행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AI 기본법 후속 입법 과정을 국회 차원에서 계속 점검하고 보완해 나가야 한다. AI 기본법의 큰 틀에 기반해 입법취지에 맞게끔 하위 법령이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다.
현재 과기부가 마련하고 있는 시행령이 잘 만들어질 수 있도록 국회에서 점검하고, 또 AI 기본법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잘 작동될 수 있도록 국회가 흔들림 없이 잘 지원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100조원 규모 예산을 투입해 AI G3 국가로 나아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데이터센터와 GPU(그래픽처리장치) 같은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서는 거액의 정부 예산을 투입하기 때문에 제대로 계획을 갖추고 필요한 곳에 필요한 돈이 잘 쓰이도록 국회가 잘 감시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기업들이 핵심 인재 확보를 잘할 수 있도록 기업 지원 방안도 국회에서 고민해야 한다. 해외 우수 인재들이 국내로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재명 정부가 대규모 데이터센터 유치 지역을 울산으로 선정했는데, 국회(또는 과방위) 차원에서 전력·통신·환경·세제 인센티브 등 어떤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먼저 AI 데이터센터는 상상을 초월하는 전력을 소모하므로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전력 공급이 잘 이뤄지는 곳이 필요하고, 기업들의 전기요금 걱정을 덜어주려면 더 저렴하게 전력을 수급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또 데이터센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설치 예정지역 주민들과 갈등이 있을 수 있다. 첨예한 갈등을 잘 조정해 줄 필요가 있고, 주민 불편을 초래하면 안 되기 때문에 친환경 설비를 갖출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지역발전이 성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AI 기술의 상용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편향성·인권 침해 문제도 제기된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AI 서비스의 데이터 투명성·윤리 기준 등을 국회에서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국회에서 AI 윤리와 안전성 규제를 입법으로 어떻게 다뤄야 한다고 보나?
▲지난해 AI 기본법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포인트가 바로 ‘AI 기술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었다. 그래서 ‘고영향 AI’에 대한 정의를 시민단체, 법률전문가, 학계, 개발자 등 여러 전문가분들과 토론하며 마련했다.
내년 1월에 시행될 AI 기본법은 나를 포함한 여러 의원,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논의하고 숙고해서 만든 법을 국회 과방위에서 여러 차례 치열한 토론을 통해 병합하고 조정해 완성했다. 이미 윤리적, 안정성 기준의 기본 골격을 담고 있지만 실제 산업과 우리 실생활에 적용했을 때 세부 지침과 규율은 앞서 이야기한 시행령, 시행규칙 등 후속 입법으로 구체화돼야 한다. 이 부분이야 말로 현장을 살피며 법이 시행되면서 레퍼런스가 쌓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법에 따른 가이드를 세우고 윤리나 안정성의 책임을 스스로 강하게 지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입법을 통한 규제가 필요하다면 확실하게 안 되는 것만 규제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XR·메타버스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국회 차원에서 관련 입법 논의가 있다면 어떤 내용을 포함해야 하나?
▲국내 메타버스 산업은 거품론과 함께 AI 이슈에 묻히는 이중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실제로 국내 메타버스 검색량은 2023년 기준 90% 이상 급감했고, VR·AR 매출액은 33.5% 감소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사용자들이 메타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메타버스가 사용자에게 차별화된 경험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고, 고비용 투자가 경제적 가치 창출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여러 연구기관들이 “메타버스와 AI와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하는데, 그 이유는 국내 산업 상황과 달리 글로벌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포트나이트(메타버스플랫폼 게임) 가상 콘서트는 사상 최대 규모 관객 수인 1400만명을 기록했고, 로블록스(메타버스플랫폼 게임) 창작자들은 1년만에 25% 증가한 9억2300만달러(약 1조2922억원) 수익을 올렸다.
이에 국회에서도 입법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과방위에서 메타버스 관련 3건의 법안을 병합해 ‘가상융합산업 진흥법안’으로 위원회 대안으로 제출한 바도 있다(김영식, 조승래, 허은아 의원안 병합). 22대 국회에서는 김승수 의원 ‘메타버스진흥법’이 발의돼 있는데, 아무래도 콘텐츠 위주 산업이다 보니 문체위에서 논의가 되고 있다.
과방위 차원에서 법이 다시 만든다면 앞서 말했던 것처럼 AI와 같은 신기술을 결합해 반영할 수 있는 것까지 고려해야 하고, 개인정보가 더 중시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디지털 자산, 청소년 안전 등 이용자 보호와 책임 주체’를 명확히 명시하는 규정을 담을 필요가 있다.
정리하면 현재 국회에서 많은 산업별 진흥법이 나와 있는데, 규제보다는 진흥에 초점을 맞추면서 개인정보와 관련된 이용자 보호를 확실히 할 수 있는 균형 잡힌 법안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본다. 또 단순히 유행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서, 신기술과 연계까지 고려할 수 있는 유연성 있는 법과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서울시가 만들었던 실사용 전혀 없는 예산낭비 메타버스식 사업 운용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기도 하다.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 폐지되면 이동통신 유통 질서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단통법 폐지는 통신 유통질서에 큰 전환을 예고하는 만큼, 사후 규제 체계의 체계성과 집행력을 담보해야 한다. 이미 과거에도 대리점 간 과열 경쟁과 불법 보조금이 반복적으로 발생해, 각종 불공정과 시장 왜곡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야기한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같은 문제가 재현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상황에서 방통위가 얼마나 실효적인 규제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단통법이 시행되던 시기에도 일부 불법 보조금이 음성적으로 지속됐는데, 법적 근거와 제재 권한이 더 약해진 이후에는 규제 공백으로 인한 피해가 재발할 가능성이 충분히 크다고 본다.
게다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방통위의 시장 모니터링과 제재를 담합 행위의 일환으로 간주하며, 법적 권한 충돌을 빚은 사례가 있다. 이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방통위가 자율경쟁과 소비자 보호 간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통신 유통질서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유지하려면, 정부가 규제 공백을 방치하지 않고 구체적인 감독과 피해 구제 장치를 조기에 제도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국회 차원에서도 방통위 모니터링과 제재가 제때 제대로 이뤄지는지 지속적으로 관리·감독할 것이다.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 플랫폼의 뉴스 편집·유통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유사언론’ 논란과 규제 논의가 있다. 과방위에서 공정성과 책임성 확보를 위한 방안이 있다면?
▲뉴스도 유튜브로 소비하는 시대다. 그만큼 뉴스, 언론분야에서 창구가 되는 포털, 플랫폼 영향력이 커진 것도 사실이고, 확증편향이나 가짜뉴스와 같은 부작용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하고, 국회와 정부는 이런 환경을 조성해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
방법론에서는 여러가지 접근방식이 있을 수 있다. 플랫폼 자체를 직접 규제하는 방식이나 사업자들로부터 기금을 조성해서 부작용을 치유하거나 완화하는 데 사용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
특히 지난 21대 국회에서 포털 규제 논의가 활발히 이뤄졌는데, 그간 지적을 받아들여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새롭게 출범시키고, 뉴스 배열 기준도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개선하려는 노력들이 있었다. 물론 아직 부족한 점들도 있지만 일정 부분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제 플랫폼의 뉴스유통기능은 파급력도 크고, 사실상 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때만 반짝 관심 갖는 것이 아니라 국회가 이 흐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개선을 유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AI 기술을 악용한 스미싱과 딥페이크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과방위 차원에서 어떤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나?
▲AI 기술 발전은 환영할 일이지만 이를 악용하는 스미싱 사기나 딥페이크 성범죄물과 같은 범죄행위에 대한 대응책도 반드시 필요하다.
기술로 나타난 부작용은 또한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 예산을 심사할 때 스미싱이나 딥페이크 범죄 대응 예산을 여야 할 것 없이 모두가 증액의견을 낼 정도로 국회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AI음성영상 위조 탐지기술을 빠르게 개발하고 적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통신사나 금융기관처럼 전국민이 이용하는 주요 서비스에 대해서는 표준화된 방식으로 적용하도록 법제도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문제들은 현행법으로도 명백한 범죄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수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하고, 피해자 구제 절차도 입법적으로 보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AI기술 개발도 활용도 사람이 하기 때문에 악용을 방지할 수 있는 교육과 인식개선을 병행해 나가야 한다.
-방통위가 사실상 기능 마비 상태라는 비판이 있다. 방통위 정상화 방향은?
▲22대 국회에서 방통위는 김홍일, 이상인(직무대행), 이진숙, 김태규(직무대행)을 거쳤지만 과방위 회의에서 여러차례 질의를 했음에도 소관 사업에 대해서도, 정부 정책방향에 대해서도 어느 것 하나 명확하게 답변을 받은 적이 없다.
전문성 없는 인사가 반복적으로 임명됐기 때문이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이 추천한 인사를 임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대로 견제조차 할 수 없으면서 기능이 마비됐다기보다 기형적으로 독단적으로 잘못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방통위를 아예 독임제 기구로 바꾸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데 사실상 방통위 본연의 기능인 규제권한을 내려놓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방통위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하며, 정족수 요건 강화, 위원 기피신청 기준 정비 등 윤석열 정권에서 편법으로 악용해온 입법미비를 보완해서 방통위가 합의제 기구로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위원장과 위원 인사에 정치적 코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문성과 공적 책임감이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반드시 미디어, 통신, 플랫폼 정책을 아우르는 종합 규제·조정기관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인물을 임명하길 바란다.
-고령층, 장애인, 저소득층의 디지털 접근성 확보가 중요한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과방위 차원에서 디지털 포용 정책을 어떻게 설계해야 한다고 보나?
▲전국민의 97%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으며, 공공·금융·의료·교육 등 생활 대부분이 디지털 환경으로 이동하고 있다. 디지털 정보 격차가 곧 사회적 격차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고령층, 장애인, 저소득층의 디지털 접근성 확보는 단순한 복지 정책을 넘어 국민 기본권과 직결되는 중요한 과제다.
또 한 개인이 가진 잠재력을 무궁무진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AI시대에서는 단순한 정보의 접근성을 넘어서 정보의 사용 역량을 높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정보 접근성을 우선 보장하고, 이후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의 정책이 필요하다.
이에 우선 경제 부담을 낮춘 접근성 확보를 위해서 최근에 통신비를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조세특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여기에는 디지털 취약계층에는 우대 공제율을 적용하는 조항을 별도로 둬 취약계층의 정보 접근성에 대한 더 두터운 지원을 담았다.
다음으로는 디지털 역량 강화에 정책의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 단말기 보급이나 요금 감면 같은 1차적 접근성 확보에서 나아가, 실제로 필요한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지금 정부에서도 ‘디지털배움터’ 같은 리터러시 교육을 많이 진행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지는지 잘 감시하며 조언도 해야 한다.
-젊은 과학기술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우려가 있다. 기초연구비 확대, 연구자 자율성 보장 등 제도적 대책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의견은?
▲윤석열 정부가 R&D 예산을 초토화시키면서 인재 유출 문제가 말그대로 본격화됐다. 이미 주변의 과학기술인들이 더 나은 연구환경을 찾아 해외로 많이 떠나버렸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는 단순히 연구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쟁력 약화로 직결되고 있고, 연구 생태계가 한 세대 이상 후퇴할 수 있는 심각한 리스크다.
지난해 과기부는 정부 예산안에 사라진 기초연구 예산을 담지 못했고, 과방위 예산 소위에서 기초연구 예산을 일부 복원시켜 통과시켰다. 하지만 결국 국회 예결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급한대로 추경을 통해 조금씩 회복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렇게 가뭄에 물 주듯 조금씩 해서는 안 된다. 이미 문닫은 연구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상황을 새 정부는 심각하게 인식하고 R&D 분야에 전폭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무엇보다 무너진 R&D 생태계 구조를 복원을 넘어 기존 성과 중심의 R&D 구조에서 연구자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R&D 예타 정상화법’을 발의했다. 법의 주요 취지는 기재부 중심의 R&D 예산 편성 구조를 연구자에게 돌려주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R&D 사업 평가를 전문가에게 맡기도록 한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R&D 예산 졸속 삭감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재정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주요 골자는 정부가 매년 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할 때 총 지출 대비 R&D 예산을 5% 이상 편성하도록 하고, 만약 R&D 예산을 전년보다 축소할 경우 국회 과방위 동의를 얻도록 하는 내용이다. 두 법안이 하루 빨리 국회에서 통과돼 시행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계속 챙겨나가겠다.
-과방위 위원으로서 22대 국회에서 꼭 발의하거나 통과시키고 싶은 핵심 입법과제나 현재 준비하고 있는 주요 법안이 있다면?
▲R&D 예산 흔들기 방지법이나 R&D 예타 정상화법처럼 연구의 체질을 튼튼히 할 수 있도록 대표발의한 모든 법을 꼭 통과시키고 싶다. 그런데 여기서 ‘리걸테크법’을 말하고 싶다.
현재 법률서비스는 경제적 또는 절차적 문제로 국민들에게 높은 진입장벽을 가진 분야다. 하지만 AI와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한 리걸테크 산업은 이러한 장벽을 낮추고, 누구나 쉽고 저렴하게 법률 서비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중요한 수단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AI 소송 예측, 계약서 자동작성, 판례 검색 지원 등 혁신적인 리걸테크 서비스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명확한 법적 근거와 체계적인 지원이 부족해 시장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달에 발의한 ‘리걸테크법(법률정보기술산업 진흥 및 법률소비자 편익 증진에 관한 법률안)’은 리걸테크 산업의 진흥과 법률소비자 편익 증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법에 리걸테크 산업이라는 정의조차 없어서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관련 기업들에게 법적 근거를 마련해 주고, 정부가 리걸테크 산업 진흥계획을 수립해 공공데이터 개방, 전문인력 양성, 창업과 해외 진출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을 통해 리걸테크 산업이 발전하면, 그동안 소수 전문가 영역으로 느껴졌던 법률서비스가 국민 누구나 쉽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영역이 될 것이다. 또 법률전문가들이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체감하는 법률서비스 수준도 올라갈 것이다. 꼭 이 법을 통과시켜서, 법률이 국민 모두에게 친숙한 존재가 되는 따뜻한 법치국가를 만드는 일에 기여하고 싶다.
